회원 10만여명 ‘캔들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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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미용실 잘 되게 해주세요. 엄마는 장사가 안 된다고 한숨을 쉬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뭐 사달라고 조르는 동생과 엄마 말을 안 듣는 저를 용서해주세요.’

사람들은 누구나 촛불을 켜 놓고 기원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 대입합격, 가족의 건강 등 개인적인 문제부터 SOFA 개정 등 제도적인 부분까지 내용도 천차만별이다.

이런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인터넷 상에 ‘사이버 촛불’을 켜고 소원을 빌 수 있는 사이트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어 화제다. 캔들러(www.candlelove.co.kr).

2년 전에 만들어져 벌써 10만 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는 이 사이트의 가입자는 95%가 여성이다. 연령대는 대부분 10대와 20대.

운영자 신동욱(36)씨는 “부산에 사는 한 여중생이 엄마가 운영하는 미용실이 잘 되게 해달라며 초를 켜고 소원을 빌었는데 회원들이 이 글을 보고 위치가 어디냐고 물으며 다들 찾아가 머리를 손질해 미용실이 대대적으로 홍보된 적이 있다”며 “그 소녀가 답글을 통해 ‘소원이 이뤄져 너무 기쁘고 앞으로는 효녀로 살겠다’고 고마움을 표시해 다른 회원들에 훈훈한 감동을 건넨 적이 있다”고 일화를 전한다.

간절히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믿음을 보여주고 싶다는 신씨는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해 한 여중생이 두 달 전에 추모 글을 올리면서 촛불을 켰는데 지금은 80명의 회원들이 소녀의 뜻에 동참해 함께 촛불을 켜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광화문 집회에 가지 못하더라도 마음으로는 간절히 여중생들의 넋을 기원하고 있다는 글을 게시판에 올리면서 촛불의 감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사이버 초라고 해서 처음 켠 촛불이 계속 살아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5천원짜리와 1만원짜리 초가 있으며, 무한초에서 골드초·실버초까지 다양한 종류의 초를 소원의 종류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데 ‘사이버 산소’를 공급하지 않으면 얼마 안가 꺼지고 만다.

그러나 게시판에 정성을 담은 글을 올리면 사이버 산소통이 저절로 충천, 예쁜 촛불을 계속 간직할 수 있다. ‘정성으로 꺼지지 않는 촛불’을 지향하고 있는 셈.

지난해 정보통신부 장관상(멀티미디어 컨텐츠 부문)을 수상했다고 자랑한 운영자 신동욱씨는 “꾸준히 관심을 쏟지 않으면 서서히 타들어 가다 결국 촛불이 꺼지게 된다”며 “촛불을 꺼트린 회원들을 위해 2주 동안 초에 대한 자료를 저장, 초가 꺼졌다는 것을 알린 후 다시 켤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씨는 “600일 동안 타오른 초는 ‘초의 전당’으로 옮겨져 영원히 꺼지지 않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며 “회원이 설사 사망하더라도 꺼지지 않은 초를 통해 가족들끼리 새로운 커뮤니티 문화를 이룰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아령 기자arshi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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