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 카카오톡 이모티콘 무료 이벤트 논란
남성 캐릭터는 용맹하게 일하는 캐릭터로 '대조적'

 

소방청이 카카오톡에서 다운받아 한 달간 사용할 수 있게 한 '영·웅이' 이모티콘. ⓒ소방청
소방청이 카카오톡에서 다운받아 한 달간 사용할 수 있게 한 '영·웅이' 이모티콘. ⓒ소방청

 

소방청이 만든 카카오톡 이모티콘이 성역할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그대로 반영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소방대원을 캐릭터로 만든 이 이모티콘에서 남자캐릭터는 용맹하게 일하는 것으로 묘사된 반면, 여자캐릭터는 하트를 들고 애교를 부리는 모습만 묘사됐기 때문이다.

소방청은 11월9일 ‘소방의 날’을 맞아 2016년 11월 제작된 남자 캐릭터 ‘웅이’와 여자캐릭터 ‘영이’를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를 맺으면 이모티콘으로 다운받아 30일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이 이벤트는 입소문이 나면서 선착순 2만명 다운로드가 빠르게 종료됐다.

그러나 이 16개 이모티콘 중 영이는 단독으로 2번, 웅이와 동시에 1번 딱 3번 등장한다. 그 중 한 이모티콘은 큰 하트를 들고선 ‘럽’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다른 이모티콘은 작은 하트와 함께 무엇인가를 부탁하는 간절한 눈빛으로 ‘플리즈~’를 말하고 있다. 영이와 웅이가 동시에 등장하는 이모티콘에서는 단지 ‘예’라고 외칠 뿐이다.

반면 웅이는 소방차를 타고 긴급 출동하는 가 하면 화재 현장에서 일을 하고 씩씩하게 경례하고 과중한 일을 마치고 피로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기성씨는 "처음 이 이모티콘을 친구가 사용해 알게 됐는데 여성 캐릭터를 보는 순간 너무 화가 났다"며 “이모티콘 중 여성 캐릭터가 하는 일은 ‘아양 떨기’, ‘뽀뽀하기’, ‘화이팅’ 정도 밖에 없으며 불을 끈다던가 출동하는 실질적인 소방대원 일은 모두 남성캐릭터가 맡고 있다. 여성은 의존적이고 남성대원에게 그저 ‘화이팅’만 해주고 있다. 이는 명백한 여성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여성 캐릭터와 남성 캐릭터를 구분하기 위해 웅이의 머리에 파란색 스카프를 사용했으며, 영이에는 분홍색 스카프와 긴 머리로 표현해 전형적인 여성·남성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이에 대해 소방청 관계자는 “2년 전 용역업체에 외주를 줘 30종을 제작한 캐릭터인데 여성 차별이라는 문제 제기가 없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소방 쪽이 특수한 분야라 신체적인 조건 때문에 활동하시는 분 중 남성이 많다 보니 그렇게 제작이 된 것 같다”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이번 이벤트는 종료됐고 반응을 봐서 향후 행사를 다시 추진할 계획인 데 이런 의견이 들어오면 차후 이를 반영할 것”이라며 “최근 화재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는 추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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