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10만명 외침에도, 국회는 #미투 외면했다”
“여성 10만명 외침에도, 국회는 #미투 외면했다”
  • 이하나 기자
  • 승인 2018.12.02 02:01
  • 수정 2018-12-02 02: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일 #미투시민행동 주최 집회
서지현 검사 #미투 이후
관련 법안 경쟁하듯 발의
그러나 100여개 법안
연내 처리 불발 우려
여성들 “말 뿐인 성평등 그만…
당장 #미투에 응답하라” 촉구
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주최 ‘결국엔 끝낸다. #미투가 해낸다’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주최 ‘결국엔 끝낸다. #미투가 해낸다’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지난 2월 서지현 검사의 #미투 이후 사회 전반으로 미투 운동이 확산되자, 국회는 화답하듯 관련 ‘미투 법안’을 경쟁하듯 발의했다. 그러나 올해 정기국회 종료가 닷새 남은 현재 미투 법안 90% 가량은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여성들은 “올해 광장에서 여성 10만명이 정부와 국회에 성차별·성폭력 문제 해결을 촉구했으나 이를 외면하고 있다”며 당장 미투 운동에 응답할 것을 촉구했다.

#미투시민행동은 이날까지 올해 총 6차례 성차별·성희롱 끝장집회를 열었다. 매 집회마다 최대 2만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들이 참여해 총 10만여명의 시민들이 광장에서 차별과 폭력에 저항하며 정부와 국회, 사법부를 향해 미투 운동에 응답할 것을 촉구해왔다. 이날도 주최 측 추산 1000여명의 시민들이 추운 날씨에도 집회와 행진에 참여했다.

이날 가정폭력과 성폭력, 학교 내 성폭력 피해자들이 나서 자신의 피해를 용기 있게 알리고 제도 변화를 촉구했다. 11월 3일 열린 스쿨미투 집회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를 기획했던 양지혜씨는 “정부는 아직 학내 성폭력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고, 여전히 고발자들은 신변노출 위협과 압박에 시달리며 침묵을 강요받고 있다”면서 “그러나 차별과 혐오가 난무하는 학교현장에서 여학생들은 결코 피해자로만 남아있지 않고 고발자로서 이 광장에 나서 많은 것을 바꿔나가고 있다. 스쿨미투 집회 이후 서울과 인천 교육청에선 대책을 발표하며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립학교법 개정, 학생인권법 제정 등 제도적 조치도 필요하고, 폭력이 권리인 줄 알고 살았던 기존의 교육체계 전반을 바꿔야 한다”며 학교 내 성차별과 성폭력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했다.

‘이윤택 성폭력 사건’을 세상에 알린 극단 미인의 대표 김수희씨는 서면을 통해 “재판 과정에서 협박에도 시달렸고 꽃뱀이라 매도당했으며 연극이라는 작업장에서 영원히 내쳐지는것은 아닌가 불안했다”면서 “그때 저희 손을 잡아주신 고마운 분들이 지금 여기 모여 있는 여러분이다. 지지하고 연대해주신 힘에 유죄 판결(6년형)을 얻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하지만 김지은씨는 ‘안희정 1심 무죄’라는 말도 안되는 판결을 안고 항소를 시작하고 있고, 저희도 4일부터 항소가 시작된다”며 제도적 변화 뿐 아니라 법적으로 성폭력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판결을 촉구했다.

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주최 ‘결국엔 끝낸다. #미투가 해낸다’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주최 ‘결국엔 끝낸다. #미투가 해낸다’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성폭력 피해 당사자 A씨도 서면을 보내와 “형사소송 승소 후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기사화됐는데, 기사에 달린 댓글 대부분이 기사를 제대로 읽지도 않은 채 꽃뱀과 무고로 단정짓는 2차 가해성 댓글들이었다”면서 “얼마를 받더라도 이미 발생한 피해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응당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하는 것 또한 가해자의 의무이고, 피해자가 받아야 하는 권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피해자의 권리를 침해한 가해자가 그 손해를 물어주는 일은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경찰과 검찰에 의한 2차 피해와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사법부에 항의하는 가정폭력 피해자의 발언, 채용성차별공동행동의 이진수(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씨는 채용성차별이 드러난 은행업계에 내려진 500만원 벌금의 솜방망이 처벌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미투시민행동 집행위원장인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올해 광장에서 여성 10만명이 ‘여성에게 국가가 있는가, 못살겠다 박살내자’고 외쳤으나 여성의 삶을 파괴하고 뒤흔드는 성폭력·성차별을 근절할 법안들은 여전히 처리되지 않은채 선적해 있다”면서 “말로만하는 성평등은 필요없다. 우리는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 지금 당장 미투운동에 대해 응답하라”고 촉구했다. 실제로 정기국회가 오는 7일 종료되지만 올해 발의된 미투 법안 100여개 가운데 가결된 미투 법안은 5건 남짓이다. 지난 11월 27일 국회 법사위에서 디지털성범죄 관련 법안이 통과됐으나, ‘웹하드카르텔’을 끊을 수 있는 강력한 규제나 처벌 관련 법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11월 29일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투 법안 연내 처리를 촉구했다. 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형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으로 다원화된 성폭력 범죄의 체계 정합성을 검토하고 법정형의 적절성 등을 위해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성적 자기결정권의 합리적 보호를 위한 성폭력 범죄의 개선방향 연구’라는 이름의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 중”이라며 “구회는 지금까지 무엇을 하다가 이제 와서야 법적 정합성 운운하며 미투 법안 논의를 내년으로 또 미룬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의 미투 법안에 대한 안일함을 강력히 규탄했다. 단체에 따르면 지난 11월 28일 진행된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지난 9월 여성가족위원회를 통과한 법안들을 심의하며 발의안 내 내용과 용어 등을 이유로 들며 관련 법을 12월 3일 진행되는 법사위 법안심사2소위로 회부시키며 “1주일을 못 참습니까?”, “오늘 통과가 안 되면 문제가 생기나요?”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체는 “여성들은 하루가 급한 마음으로 미투 법안의 통과를 바라고 있지만, 법사위 의원들은 여가위에서 통과된 법을 아무렇지 않게 미뤄버리는 모습을 보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발언을 마친 후, 종로1가와 종로2가를 거쳐 다시 광화문광장까지 50여분간 행진을 벌였다. 이후 광화문광장에 다시 모여 릴레이 선언을 한 뒤 올해 마지막 성차별·성폭력 끝장 집회를 마무리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50 (3가 222번지) 골든브릿지빌딩 1층, 9층
  • 대표전화 : 02-318-93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준철
  • 제호 : (주)여성신문사
  • 사업자등록번호 : 214-81-03304
  • 대표이사 : 김효선
  • 발행·편집인 : 김효선
  • 여성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8 여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wome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