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들 꼭 봐야 하는 뮤지컬'서 '가족뮤지컬'로 확대
-감독·배우들, 초연 이후 아빠, 엄마 돼 공감

뮤지컬 '비커밍맘 시즌2'의 한 장면
뮤지컬 '비커밍맘 시즌2'의 한 장면 ⓒ세일링드림

‘임산부들이 꼭 봐야 하는 뮤지컬’로 입소문난 ‘비커밍맘’. 2014년 초연 당시 태교 뮤지컬로 출발해 임산부들에게는 이미 유명세를 치르고 있지만 사실 가족의 한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며 볼 수 있는 '좌충우돌 우리들의 가족이야기'를 담은 뮤지컬이다.

특히 결혼 후 임신, 출산을 경험한 세대들, 사회의 편견과 맞서 싸워야 하는 워킹맘,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야근을 불사하는 워킹대디들까지…. 캐릭터들이 바로 나, 내 친구, 부모님, 내 이웃의 얘기여서 깊은 공감을 할 수 밖에 없다.

결혼 후 임신으로 입덧, 무게 등 육체적으로 힘겨운 10개월을 견디고 출산 후 울고 웃으며 아이를 기르고, 아이 걱정이 태산이면서도 밀린 업무 덕에 회사를 벗어나기 힘든 워킹맘인 나, 그 자체의 이야기여서 보는 내내 눈물을 훔쳐내며 극에 몰입했다.

또 결혼을 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 내 모든 걸 다 준대도 아깝지 않아’라고 말하는 극중 수연의 엄마를 통해 우리 엄마가 떠올라 저절로 눈시울을 붉히게 된다. 특히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미혼 여성인 홍지은은 현재 내 모습이거나 누구나 꿈꿔 왔던 과거를 생각나게 해 미소 짓게 된다.

뮤지컬 '비커밍맘 시즌2'의 한 장면 ⓒ세일링드림 제공
뮤지컬 '비커밍맘 시즌2'의 한 장면 ⓒ세일링드림

비커밍맘은 이번에 대학로에 새롭게 진출해 11월23일부터 시즌2를 대학로 동양예술극장 2관에서 선보이고 있다. 11월29일 기자들에게 100분 뮤지컬 전체를 공개한 ‘비커밍맘 프레스 콜(press call)’ 행사가 열렸다.

비커밍맘은 사실 초연 당시에는 임산부를 대상으로 태교 강의와 함께 태교 공연으로 짤막짤막하게 극이 진행하는 형식으로 뮤지컬은 총 40분에 불과했다. 하지만 공연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면서 이를 가족 공감 뮤지컬로 확대해 시간도 100분으로 대폭 늘렸다.

비커밍맘의 김인남 감독은 “우리 사회에 소외돼 있는 가정에도 위로가 되고 싶었다. 뮤지컬을 보면서 누구나 가정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고 깊이 공감하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사실 임신, 출산을 다루는 국내 유일의 뮤지컬로 손꼽힌다. 결혼, 임신, 출산이라는 너무나 평범한 주제를 뮤지컬 전편을 통해 다루다보니 사실 공연 전에는 ‘과연 재미가 있을까’,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가졌었다.

중소 규모의 대학로 극장이라는 점과 영국 웨스트엔드를 무대로 하는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비교 불가'이기는 하지만 가족을 소재로 한 ‘맘마미아’를 보더라도 ‘도나의 딸 소피의 아빠가 과연 누구’라는 깜찍한 설정으로 아빠를 찾는 과정을 그렸다는 점에서 극적이기만 하다. 하지만 비커밍맘은 유명 가구 브랜드 MD인 33세 최수연과 대기업 영업부서 대리인 36세 김준호라는 우리 주위에 흔한 사람들이 주인공이 된다. 결혼에 대해 찬반 의견을 내세우던 여고생들로부터 극을 시작해 빠른 전개로 수연과 준호가 결혼을 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보여준다.

또 일찍 결혼한 수연의 친구 정민희는 벌써 6살과 2살의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전업 주부이다. 민희는 남편과 아이들을 챙기느라 '피로에 찌들어' 살며 결혼한 주부들이 흔히들 말하는 ‘결혼하면 남편은 다 그 놈이 그 놈’이라고 외치는 대목에서 폭소를 터뜨린다. 다른 친구인 홍지은은 웹툰작가로 만화 속 주인공 같은 남자를 갈망하며 비혼주의자로 화려하면서도 프리한 싱글을 즐긴다.

행복하기만 한 수연의 유일한 소망은 ‘자신의 아이를 갖는 것’이다. 결혼 3년차이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아 하루하루 맘을 졸인다. 결국 오랜 기다림 끝에 아이를 갖게 되고 ‘하늘이’를 태명으로 정한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남편인 준호는 영업계약이 파기되고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야근에 빠져 살고 결국 수연은 병원 정기점진도 혼자 가야만 하는 신세. 특히 임신하면 예민해지는 게 흔한 일이듯이 수연도 예민하기 그지 없다. 그러면서 임신한 자신과 시간을 안 보내고 야구장에 가는 남편이 야속해지고,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를 안 받는 남편과 티격태격 다툼이 잦아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연이 많이 배가 불러오자 회사에서 ‘곧 아이를 낳아야 하는데 프로젝트를 그만하라’며 수연이 처음부터 기획한 프로젝트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버린다. 임산부인 수연에 대한 회사 사람들의 비난이 메아리처럼 퍼지며 수연을 더 좌절케 한다.

여기에 또 재밌는 남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데 34살의 박대리는 준호의 후임으로 일 면에서는 다소 부족하지만 벌써 세 아이를 둔 아빠로 준호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첫째 때 서운했던 것은 둘째 때 잘 해줘도 평생 얘기한다”며 준호에게 “아내가 무조건 1순위인 것을 명심하고 임신 내내 잘 하라”고 끊임없이 말한다. 이 대목은 출산 경험을 한 부부에게 엄청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이미 오랜 기억이 된 첫째 임신 때 남편이 못 해줬던 얘기는 5년이 되도, 10년이 되도 생생하기만 해 친구들 사이에서도 주된 수다꺼리가 되기 마련이다.

그러다 수연이 만삭이 돼 준호는 혼자 검진을 간 수연을 따라 병원에 가고, 아이 야구복을 선물하며 자연스레 서로에게 ‘내 편’이었던 과거를 떠올리며 화해하게 된다. 드디어 출산. 수연과 준호는 딸을 낳고 자식에게 자랑스러운 부모가 되고 싶어한다. 전업주부이던 민희는 직접 만든 턱받이 등을 블로그에 만들어 팔며 유명 사업자가 되고, 미혼인 지은은 자신이 그리던 꿈의 남자인 바리스타를 만나 결혼을 약속한다.

뮤지컬 '비커밍맘 시즌2'의 한 장면 ⓒ세일링드림 제공
뮤지컬 '비커밍맘 시즌2'의 한 장면 ⓒ세일링드림

할머니, 할아버지 커플까지 등장하며 부부들이 겪는 갈등의 모습을 극의 많은 부분에서 보여주는 데 부부들이라면 흔히들 겪는 다툼들을 낱낱이 보여줘 ‘나만 겪는 문제가 아니구나’ 공감은 더 깊어진다.

이 극이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흔히들 결혼과 출산 하면 그 주류를 담당하는 여성들만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극에서는 아내가 임신하며 남편들이 갖게 되는 고민들이 극의 반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면서 아내와 흔히 다툼의 이유가 되는 ‘야근할 수 밖에 없는 남편, 일이 너무 힘들어 집에 오면 무조건 드러눕는 남편, ‘아이가 생겨 기쁘지만 마냥 기쁘지만 않은’ 남편'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자신의 아이가 생겨 책임감의 무게가 커져버린 남편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부분은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아빠들이 보면서 공감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요소이다.

더욱이 2014년 미혼이거나 아이가 없던 배우·감독 등이 4년이 지난 지금, 결혼을 하거나 아이 엄마·아빠가 돼 있어 따로 연기를 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경험을 그저 진솔하게 표현해 공감대가 더 컸다. 특히 처음 들어보는 곡들이 낯설지 않고 감동을 주는 데 이 곡들마저 아이가 없었던 작곡가가 아이가 생기는 과정을 거쳐 그 정서들이 곡에 녹아있는 듯 하다.

준호역을 맡은 김영훈씨는 “비커잉맘은 나에게 운명 같은 작품이다. 2016년 박대리 역할 오디션을 보려고 대본을 빌린 그날 아내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전해왔기 때문이다. 대본을 읽는 데 너무나 와 닿아 '나한테 딱'이라고 생각했다. 바로 작년에 아이가 태어났다. 하지만 나는 더 발랄한 성격인데 준호가 스탠다드한 남자여서 이 역을 고민하는 동안 불면증이 올 정도로 마음고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감독도 이 뮤지컬이 진행되는 동안 아빠가 됐고 바로 ‘하늘이’라는 태명을 감독의 아이 태명에서 따왔다.

정민희 역을 맡은 정보라씨는 지방공연에 아기를 데려오는 파워 워킹맘이다.

정 씨는 “이미 극에서 워킹맘의 고뇌를 메소드 연기로 담았다. 워킹맘이다 보니 작품을 고를 때 주저하게 되고 연극배우로 일했지만 아이 때문에 쉬다가 돌아온 경력단절 여성이기도 하다. 워킹맘이신 분들도 엄마이지만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용기를 내 사회에 한발 한발 내딛으면 좋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수연역의 서지아씨는 “아이는 아직 없지만 결혼한 지 4년차이다. 심지어 수연이와 나이가 같다. 아직 아이를 계획하지는 않았지만 결혼 3년차인 수연에 크게 공감을 했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공연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들 사이에선 ‘아이를 갖기 어려운 사람도 이 작품을 하다보면 아이가 생긴다’는 얘기가 돌다. 난임으로 고생하는 분들도 이 뮤지컬을 보고 저희의 좋은 기를 받아 아이가 생기면 좋겠다”며 웃었다.

그야말로 울고 웃으며 보는 내내 유쾌했던 가족 뮤지컬, 비커밍맘. 임산부에 30% 할인 특전도 제공하고, 7세 이상 관람가여서 주말에 가족끼리 공연도 보고 오랜만에 대학로 나들이를 즐겨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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