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페미’ 광장으로 나오다] ② ‘미러링’ 넘어 새로운 페미니즘 운동 전략은?
[‘영페미’ 광장으로 나오다] ② ‘미러링’ 넘어 새로운 페미니즘 운동 전략은?
  • 채윤정 기자
  • 승인 2018.12.01 15:35
  • 수정 2018-12-03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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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계기로
오프라인으로 활동 영역 넓혀
시효 지난 ‘미러링’ 전략 넘어
새로운 운동 방식 요구 커져
지난 5월 강남역 인근에서 여성 살해 사건이 발생하자, 여성들은 강남역 10번 출구에 모여 희생자를 추모하는 메시지를 담은 포스트잇을 붙이기 시작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016년 5월 강남역 인근에서 여성 살해 사건이 발생하자, 여성들은 강남역 10번 출구에 모여 희생자를 추모하는 메시지를 담은 포스트잇을 붙이기 시작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강남역' 사건 이후 '포스트 메갈' 시대로

2016년 5월 17일 서울 강남역 근처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23세 여성이 흉기에 찔려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혐오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지 보여준 사건으로 기록된다. 범인 김씨가 1시간30분 동안 화장실에 머물렀는데 남성들도 화장실을 이용했지만 여성이 올 때까지 기다렸기 때문이다. 평소 여성들로부터 무시를 당해 반감을 갖고 있던 가해자는 일면식이 없는 여성을 잔인하게 살인했다. 이후 강남역 10번 출구가 포스트잇 쪽지와 꽃으로 가득 채워졌는데 이는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존 차원의 페미니즘 운동이었다.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불꽃페미액션’을 비롯해 낙태죄 폐지를 외치는 ‘페미당당’, ‘불편한 용기’ 등 많은 페미니즘 조직이 등장해 ‘포스트 메갈’ 시대를 열었다.

#미투 운동은 더 많은 여성들이 일상에 만연한 성폭력·성차별 문제에 목소리를 내게 하는 촉진제가 됐다. 2017년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 사건이 불거지면서 영화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10월15일 SNS에 해시태그(#MeToo)를 달아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제안했다. 이렇게 촉발된 ‘미투’ 운동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보다 앞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OO_내_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지면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영역·조직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문제를 공론화해왔다. 온라인 중심의 성폭력 고발 운동이 오프라인으로 터져나온 계기는 서지현 검사의 #미투였다. 서 검사는 2018년 1월29일 서 검사가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안태근 전 법무부 국장의 성추행을 폭로했다. 이를 계기로 법조계를 비롯해 문화·예술계, 정치계로까지 미투 운동이 번지면서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이 운동은 피해자들의 아픔에 함께 한다는 의미로 ‘위드유’(#WithYou) 운동으로 확대됐으며, 2018년 3월15일 용화여고 졸업생 7명이 ‘용화여고 성폭력 뿌리뽑기 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시작된 ‘스쿨미투’ 운동으로 이어졌다.

손희정씨는 #미투 운동에 대해 “여성운동이 다양해져 온라인에서 싸우면서 오프라인에 나오고 있다. 특히 미투 운동은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는데 여성들이 얼굴, 이름을 내놓고 당당히 사회에 말하고 있다. 그들은 ‘더 이상 익명으로 싸우면 안 된다’는 문제의식으로 직장, 학교 모든 것을 걸고 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8년 5월 서울 대학로 혜화역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018년 5월 서울 대학로 혜화역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혜화역 7만명의 외침

지난 5월부터 지난 10월까지 5차례에 걸친 ‘혜화역 시위’는 기존 운동권 조직과의 연결 없이 온라인에서 ‘불편한 용기’라는 느슨한 연대 조직을 꾸린 젊은 여성들이 주최한 영페미들의 집회였다. 이 집회는 경찰이 남성들이 ‘소라넷’ 등에 올린 불법촬영물에 대한 수사에는 관심이 없었던 반면 워마드에 올린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의 여성 피의자를 사건 발생 12일 만에 붙잡고, ‘포토라인’에 까지 세우면서 이를 ‘편파 수사’로 규정했다. 집회에 참석한 여성들은 “피해자가 남성이어서 빠른 수사가 이뤄졌다”며 여성 피해자 몰카 범죄에 대한 엄중한 수사를 촉구했다. 지난 8월 열린 서울 광화문 시위는 주최 측 추산 7만여명이 참석한 대규모 집회였다.

온라인을 넘어 광장으로 나온 영페미들을 향해 ‘새로운 세대의 여성운동을 촉발시켰다’는 기대와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일부에선 ‘혐오를 혐오로 맞서면서 성별 대립을 심화시켰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혐오 게시물 등으로 도마에 오른 워마드와 ‘생물학적 여성’만으로 집회 참가자 기준을 정하고 과격한 구호를 외친 혜화역 시위에서 참가자들을 향한 비난이다. 그러나 손가락보다는 손가락이 향하는 쪽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자정 작용도 필요하지만, ‘기울어진 판’이라는 구조 안에서 등장한 자극적 언어는 사회적 흐름에 저항하는 방식이었을 뿐이라는 분석이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90년대 여성운동은 여성 정치 참여가 핵심 의제였지만 요즘 세대들에게 인터넷은 돈도 벌고 놀기도 하는 리얼 세계”라며 “이 곳에서 사이버 성범죄 등 다른 문제가 나타나면서 새로운 여성운동이 출현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또 “성과 관련된 솔직한 발언 등이 일상대화가 돼 1세대 여성운동가들은 어색함과 거부감을 느낄 수 있지만 우리와 다른 방식의 문제 제기를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폐륜 등 문제시되는 부분에는 자정 작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효를 다한 ‘미러링’ 전략을 넘어 새로운 운동 전략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현재 서울시립대 교수는 워마드의 미러링은 그럴만한 위치에 있지 않은 사람이 상대를 모방해 패러디하는 것으로 과거에는 재미있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남성에게 살인 위협을 가하는 범죄로까지 발전해 더 이상 재미로만 볼 수 있는 패러디가 아니다. 이점에 대해서는 워마드 내에서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한 “이제는 여성운동이 다른 방식의 전략을 찾는 단계에 진입했다. 혜화역 시위를 주최하며 조직이 직접 오프라인으로 나오고 있다. 또 미러링에 준하는 다른 재밌는 전략들에 대한 요구가 높다. 일베의 언어를 사용한 것은 사회적 흐름에 저항하는 방식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단순한 놀이가 아니고 사회운동인 이상 미래사회에 대한 비전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넷페미니즘에서 이전과 다른 방식의 전략들이 생겨나고 오프라인 사회 운동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영페미 타임라인
영페미 타임라인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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