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디지털성범죄 관련 부처 현안보고
방심위, 웹하드 카르텔 의혹 속
필터링업체에 필터링 기술 개발 맡겨
“청문회까지 가야 하는거 아닌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28일 디지털 성범죄 대응과 관련해 주요 현안보고를 열어 웹하드 카르텔 수사 상황과 향후 대응 방안을 점검했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28일 디지털 성범죄 대응과 관련해 주요 현안보고를 열어 웹하드 카르텔 수사 상황과 향후 대응 방안을 점검했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정부가 (웹하드) 카르텔 범위 내에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양진호 회장을 중심으로 한 웹하드업체와 필터링업체 간의 유착 의혹, 이른바 ‘웹하드 카르텔’에도 불구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신규 필터링 기술 개발을 다시 필터링업체에 맡긴 것에 대해 28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잇따라 의혹을 제기했다. 디지털 성범죄 대응과 관련된 관계부처가 참석해 대응 상황을 보고하고 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다. 이날 여성가족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법무부, 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이 출석했다. 또 참고인으로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도 참석했다.

의원들의 질의는 양진호 회장의 웹하드 카르텔 수사 상황과 처벌 수위, 향후 웹하드에서 불법촬영물을 차단하기 위한 정부의 후속 조치 점검으로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방심위가 올해 새로운 필터링 기술인 ‘불법 유통 촬영물 DNA 추출 시스템 개발’사업을 민간 필터링업체에 맡긴 것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표창원 의원,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 윤종필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허욱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부위원장에 따르면 올해 방심위의 필터링 개발 사업에서 당초 선정된 업체는 뮤레카였으나 양진호와 연관된 업체여서 재입찰을 통해 아컴스튜디오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아컴스튜디오도 뮤레카와 마찬가지로 수년 간 많은 웹하드업체와 계약을 체결해 필터링 서비스를 제공해온 대표적인 필터링 업체라는 점에서 웹하드에서 수많은 불법촬영물이 유통되도록 고의적으로 필터링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부가통신사업자(웹하트 P2P) 기술적 조치(필터링) 현황 / 신용현 의원실 제공
부가통신사업자(웹하드 P2P) 기술적 조치(필터링) 현황 / 신용현 의원실 제공

 

신용현 의원은 “아컴스튜디오가 (양진호의) 뮤레카보다 더 많은 웹하드 업체를 필터링하고 있다”면서 “아컴스튜디오에 확증은 없지만 제2제3의 카르텔이 될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아컴스튜디오가 뮤레카와 방심위의 DNA필터링 기술을 거의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면서 “이미 국회에서 (민간 필터링 업체에 기술 개발을 맡기는) 문제를 여러 차례 지적했음에도 계획이 변경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허미숙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부위원장은 “입찰 후 카르텔에 대해서는 확인은 못했고 위험성은 신의원 의견에 깊이 공감한다”고 답변했다.

표창원 의원은 아컴스튜디오가 업체명을 계속해서 변경하면서 사업을 이어오고 있고 웹하드업체와 같은 뿌리와 지분, 인력으로 얽혀있다면서 기술의 중립성을 말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기술적 무력화라는 말이 있다”면서 DNA필터링을 적용해도 조작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필요하면 필터링이 국가가 직접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청문회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제윤경 의원은 “웹하드 카르텔이라는 중대 범죄에 손놓고 있다가 엽기 범죄 때문에 얻어 걸린 게 아닌가라고 생각하면 굉장히 아찔하다”면서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 방통위가 그동안 웹하드업체의 등록 취소 요청을 1건 했다. 이 사건이 청문회까지 가야 하는 거 아닌가. 정부부처도 정말 무관한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이번 범죄 행위로 인해 피해가 사실 거의 살인에 준하는 범죄행위다. 대책으로 내놓은 게, 여전히 민간사업자에 기술을 이전할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민간이 필터링 하도록 했고 방통위는 관리감독을 안했고 그러니 카르텔까지 간 거 아닌가. 아니면 같이 카르텔 안에 있어서 이까지 온 게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은 고양이에게 생선이 아닌 어시장을 맡긴 셈이라고도 했다.

의원들의 이같은 비판에도 관리 책임기관인 방통위 허욱 부위원장은 “웹하드업체와 필터링 업체의 유착 관계는 수사가 아니면 드러나기 힘들다”는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했다.

필터링을 국가가 직접 맡아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는 기술에 대한 신뢰와 법 체계를 강조하며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방심위가 필터링 기술 자체는 이미 개발돼 시범운영하고자 한다고 했고, 기술 자체는 중립적이어서 기술 개발 안에 카르텔이 개입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본다. 다만 필터링 업무를 믿을만하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인가 고민 중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단 법 자체는 웹하드가 자율규제하게 돼있고, 이행하지 않으면 심지어 처벌까지 하도록 법 체제가 만들어져 있기에 정부가 직접 개입해 필터링업무만 할 수 있는지 논의가 정리돼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양진호를 제대로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양진호의 혐의로 영리목적의 촬영물 유포죄인 성폭력처벌법 제14조 3항은 적용되지 않았다”면서 “기술만으로는 안 된다. 법개정 필요하지만 처벌 의지가 사회적으로 형성되느냐, 결과가 적용되느냐 여기에 있다. 양축이 같이 맞물려야 한다”고 말했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도 “양진호 회장은 웹하드 카르텔 통해 막대한 부를 쌓았다. 감히 정신적 살인행위 저질렀다고 생각한다. 불법음란영상은 돈이 아니라 죄가 된다는 것을 관계당국이 강력한 처벌과 대책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웹하드가 PC버전과 달리 휴대폰 버전에서는 금칙어로 게시물 검색이 가능하다는 문제와, 방통위가 웹하드 업체에 현장점검을 나갈 때 사전에 사업자와 협의하고 일정을 통지한다면서 봐주기식으로 점검이 아니라 불시점검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종필 자유한국당 의원은 일베 여친 인증 사건이 발생한 이유는 통신매체 음란 적발 시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로 그치기 때문이라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강력 처벌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