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40년 전 스웨덴 모습에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본다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40년 전 스웨덴 모습에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본다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
  • 승인 2018.11.28 20:33
  • 수정 2018-11-28 2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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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능력이 국가발전 기여할 때
갈등과 차별 사라지고
균형 발전 가능해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

1970년대의 스웨덴은 여전히 남성 중심적 전통사회였다. 기독교주의가 강한 스웨덴의 가정에서 여성은 남성에 순종하고 가정에서 자녀를 기르고 남편을 뒷바라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겨졌던 시기였다. 여성이 직장에서 일하는 것은 가정과 자녀를 버리는 행위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던 시기이기도 했다.

첫 변화를 이끌어낸 계기는 1971년 여성에게도 세금 신고 의무를 부여하면서부터였다. 이전까지만 해도 남성이 가정경제를 책임지고 있었기 때문에 여성의 세금정산서는 당연히 공란에 서명만 하고 제출하는 요식행위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여성이 남성의 경제적 예속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진정한 자유는 경제적 예속으로부터의 벗어날 수 있을 때 가능하다는 각성 운동이 일기 시작했다. 여성8인회가 구성된 것이 이 시기였다. 여성이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주장과 함께 가사노동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도록 대책을 요구한 것이 여성8인회였다. 여성이 가사노동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공공보육 시설의 확대, 그리고 연로하신 부모님들의 모실 수 있는 공공양로원의 확충, 학교 방과 후 프로그램의 제공 등의 요구 등이 봇물 터지듯 쏟아진 것이 이 시기였다. 당시 여성운동의 핵심은 여성이 사회적 시민권을 남성과 동등하게 가질 때 비로소 성평등이 이뤄진다고 봤다.

여성8인회 등 요구로
1979년 ‘성평등법’ 제정
1988년 성평등 장관 임명

 

여성8인회는 그룹222로 발전했다. 진보 및 자유 계열 정당 대표 여성위원회라고도 하는 이 그룹에는 당대의 여성학자와 페미니스트들이 모여 성평등을 위한 국가개조를 요구했다. 이 그룹은 1974년 유급여성 출산휴가가 나오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1975년 유엔여성회의는 막 시동을 건 스웨덴의 여성정책 개발에 연료가 돼 주었다. 1979년 처음으로 실천목표를 설정해 정책에 반영하고자 했다. 성평등법도 이때 제정됐다. 이후 스웨덴은 빠르게 성평등국가로 변화했다. 고용과 해고, 그리고 진급 등 출산과 육아로 인해 여성이 차별받지 않도록 실질적으로 방어벽을 만들어 준 것이 바로 성평등법이다.

성평등법이 법률적으로 여성의 차별에 대한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면 1987년 ‘50%를 여성으로’라는 제목으로 성평등특별위원회가 제출한 정책보고서는 스웨덴 사회를 뿌리부터 완전히 성평등국가로 다시 틀을 짜는 기폭제 역할을 담당했다. 정치와 행정, 기업 그리고 문화, 교육 등 사회 전 분야에 여성 지도자들이 차지해야 한다는 보고서의 영향력은 매우 컸다. 보고서 나온 지 1년 만에 치러진 총선에서 중앙과 지방의회정치인의 38%가 여성으로 채워졌다. 실로 놀라운 변화였다. 권고사항으로 제시되었지만 모든 정당이 ‘50%를 여성으로’라는 제목처럼 많은 여성이 당선 가능할 수 있도록 교차순위제로 정당 명부를 만들었다. 1988년 처음으로 성평등담당 장관도 임명됐다. 스웨덴에서 모든 통계에 성평등지수를 도입한 것도 이 보고서의 결과다. 비로소 성평등이 주류정책으로 편입된 것이다.

1995년 개최된 베이지 유엔여성회의에서 유엔의 실행목표를 가장 잘 실현한 국가 1위로 선정되는 영예를 누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1970년대부터 시작된 세제개혁, 법제개혁, 복지개혁, 그리고 정치개혁 등이 차례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여성 활동가들이 모여 시작한 여성8인회와 좌우 여성 지식인 모임인 그룹222이 자리 잡고 있다.

스웨덴 민주주의의 질과 국가경쟁력은 성평등이 그 주축을 이룬다. 중앙과 지방의회정치인의 46%가 여성이고, 정부 각료의 50%가 여성으로 이뤄진다. 의회 상임위원 선정, 그리고 상임위원장 배정은 성 비율이 먼저 고려된다. 직장 내 성평등성은 직장 민주주의의 핵심을 이룬다. 성평등은 또한 1970년대 이후 스웨덴이 가장 경쟁력이 높은 국가로 발돋움하는데 중심 역할을 해 왔다. 여성이 사회진출을 쉽게 하는 제도가 잘 뒷받침될 때 국가경쟁력도 높게 나온다. 여성의 탈 가정지수가 높을수록 경제 생산성이 높고, 성평등지수가 높을수록 사회 양극화도 줄어든다. 양극화의 핵심은 지역과 계급 간 자원의 불균형적 배분의 차이가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극대화한 남성 위주 사회의 모순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여성의 능력이 국가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구조일 때 그 사회는 갈등과 차별이 부각되지 않고 균형적으로 발전될 수 있다. 다양한 사회갈등의 원인은 근본적으로 기형적 성차별구조를 방치하고 방관하는 대통령, 국회, 정당, 그리고 해당 부처의 무능에서 비롯된다.

스웨덴이 40년 전 세계에서 가장 낙후된 불평등사회에서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성평등국가로 탈바꿈했다. 스웨덴이 걸어온 길을 들여다보면 한국의 나아갈 길을 보는 듯 하다. 스웨덴의 여러 가지 성공 요인 중에서 국가와 사회, 그리고 정치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선구자적으로 길을 제시했던 여성 지도자들의 역할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여성신문이 세상에 나온 지 벌써 30년이 됐다.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여성 정치인과 기업인, 그리고 사회지도자들이 많이 배출되어 우리나라가 세계의 성평등국가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여성신문이 그 역할을 감당해 줄 수 있길 바란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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