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눈’으로 사회 현상 보고
젠더 이슈 사회 전반에 부각
성평등 법·제도 개혁 운동 앞장
여성 인재 발굴에도 적극 나서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스웨덴이 지속적으로 성평등 국가로 나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두 개의 중요한 국가 연구 보고서(SOU)가 있었다. 하나는 1987년에 완성된 ‘두 명당 한 명 꼴로 여성’을 강조한 ‘바르안난 다메르나스’라는 보고서다. 정부의 성평등을 지향하는 학교교육, 성평등 직업교육, 직장 내 성평등, 양성 동일 임금제, 성평등을 위한 가정정책, 성폭력으로부터의 보호 등과 같은 여성의 권익신장에 대한 총체적 사회경제 및 교육정책목표까지 총망라하고 있다.

또 하나는 1993년에 만들어진 ‘균형의 책임’이라는 보고서다. 성평등 정치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의회와 권력 기관내에 50%씩 권력이 분점되는 것이 필수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여성의원 비율을 지속적으로 높여 50%까지 이르게 하고, 내각, 정부산하기관, 지방자치단체 등 모두 정책결정기관이 여성의 권력분점을 위해 개혁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성평등 정치는 스웨덴에서 명실상부한 주류정치로 편입되었고, 더 이상 성평등 정치는 소수의 목소리가 아니고 정치, 경제, 사회, 교육, 그리고 문화부문에 이르기까지 성평등적 시각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미국 여성 운동의 선도적 인물인 베티 프리단은 1963년에 『여성의 신비』라는 책을 발간했다. 프리단은 미국 중산층 가정을 ‘안락한 포로 수용소’라고 명명하며 “여성을 남편과 육아에서 해방시키고 사회적 활동을 통해 질적인 성평등이 실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책은 여성들의 삶과 의식에 충격을 주었으며 결과적으로 여성 문제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생성되었고 이 관심이 광범위한 여성운동으로 이어졌다. 그녀는 1966년에 남자와 동등한 권한으로 미국 사회의 주류에 참가하는 것을 목표한 ‘여성을 위한 전국 기관’(NOW)을 설립했다. 여하튼 프리단은 미국 페미니즘의 불을 지폈고 거대한 변화의 기폭제가 됐다. 이와 같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이면에는 반드시 기념비적인 사건, 인물, 그리고 정책이 존재한다.

한국 여성운동에서도 여성신문의 위대한 탄생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여성신문은 1988년에 국민주 형식으로 창간된 대한민국 최초로 여성주의, 여성의 관점, 성인지적 관점을 반영한 언론이다. 경이적인 창간 30주년을 맞이한 여성신문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한국 여성 운동의 질적 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했다.

첫째, 사회 현상을 ‘여성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지면을 통한 폭 넓은 여성운동을 전개해왔다. 여성주의 담론을 이끌면서 그동안 주류 언론에서 소외된 사건들을 기사화함으로써 젠더 이슈를 사회 전반에 부각시켰다. 가령, 성추행범의 혀를 깨물었다가 도리어 폭력 죄로 구속된 한 주부의 억울한 사연(1988년 10월)을 보도했다. 여성신문이 1995년 베이징 유엔 세계여성회의에서 채택된 “여성은 더 이상 남성과 사회의 보호 대상이 아니며 남성과 더불어 동반자로 대우받아야 한다”는 ‘성주류화’ 전략에 대한 이론적 근거와 실천적 대안을 지속적으로 제시한 것은 큰 기여다.

둘째, 완전하고 되돌이킬수 없는 성평등을 위한 각종 법·제도적 개혁에 앞장섰다. 호주제 폐지, 친권 자동 부활 문제 시정, 여성 비례대표 50% 할당 등의 개혁 운동에 여성신문이 늘 중심에 있었다.

셋째, ‘여성이 미래다’라는 기치 아래 여성 인재 발굴에 앞장섰다.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젊은 여성 지도자를 발굴해 격려하고 미래 지도자로 키워간다는 취지 하에 2001년부터 ‘미래의 여성 지도자상(미지상)’을 시상하고 있다. 100명 이상의 엄청난 여성 인재가 발굴되었다는 것은 놀라운 사건이다. ‘올해의 성평등문화상’과 ‘대한민국 여성체육대상’을 통해 문화예술인을, 히포시(HeForShe) 캠페인을 벌여 성평등 사회를 만드는데 동참하는 남성들도 발굴했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비인간화를 배격하고 여성의 인권과 주장을 대변한 여성신문의 30년 역사는 단지 과거에 머무는 기록의 시간이 아니다. 현재의 거울이며 미래의 희망이다. 한국 여성운동 역사의 방아쇠를 당긴 여성신문의 열정과 도전에 무한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더불어, 여성신문이 다시 한번 ‘힘차고 빠르고 올바르게’ 전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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