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코르셋' 특강이라는 비난 거세져
학교 측, 27일 외모 가꾸기 프로그램 취소

 

서울 강서구에서 수능 끝난 고3 학생들에게 진행하기로 한 프로그램
서울 강서구 한 여고서 수능 끝난 고3 학생들에게 진행하기로 한 프로그램 ⓒ학생 제보

 

서울의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수능이 끝난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메이크업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겠다고 공지하자 학생들 사이에서 반발이 커 이를 취소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서울 강서구의 한 여고는 고3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수능 후 프로그램 9회 중 3번을 메이크업, 새내기 패션, 건강한 몸매 만들기와 같은 외모 가꾸기 강의로 12월부터 진행한다고 지난 주말경 학생들에게 공지했다. 하지만 이 같은 프로그램이 ‘코르셋’ 특강이라는 비난이 거세지면서 27일 학교측은 이들 프로그램을 취소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는 최근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을 중심으로 성평등 운동의 일환인 코르셋 운동이 확산되는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학교측의 이러한 프로그램에 대해 한 학생이 익명으로 교장선생님께 이 강의를 취소해달라는 편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학생은 편지에서 “화장이 여학생들에게 미치는 악영향 중 가장 큰 것은 본래 모습을 부끄러워하게 된다는 점이다. 선생님들께서 수능 끝나고 다이어트도 하고 화장도 하고 성형도 하라는 말을 하실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여학생들은 남학생들과 달리 외모가 예뻐질 것을 지나치게 요구받아 성인이 되고나서 꾸미지 않으면 위축되기까지 한다”며 강의를 취소해줄 것을 요청했다.

여고 근처 남고의 고3 대상 프로그램  ⓒ학생 제보
해당 여고 인근의 한 남고의 고3 대상 프로그램. 역사·체험활동이 대부분이다. ⓒ학생 제보

특히 학교 근교의 남자고등학교에서는 수능 이후 프로그램이 롯데월드 민속박물관,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허준박물관, 정선미술관 등 역사·체험활동으로 채워져 '성차별적'이라고 학생들은 설명했다.

이 학교는 오히려 이 편지에 대해 ‘누가 편지를 보냈는지 CCTV를 통해 확인하겠다’고 강경 대응해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그러나 학교측은 결국 논란의 여지가 있는 프로그램은 취소하는 게 맞다며 이를 독서나 상담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애초 프로그램을 정할 때 이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몇 개 기관에 자문을 구했으며 최근 몇 년동안 비슷한 프로그램이 진행돼 크게 문제될 것이라고 생각을 못 했다”며 “학생들이 다들 화장을 하고 다녀 기왕 할꺼면 잘 어울리게 하라는 취지였지 화장을 권하는 차원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CCTV를 확인하겠다고 한 것은 직접 교장선생님을 찾아와서 건의해도 되고, 밑에 계신 선생님께도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데 익명으로 직접 교장선생님께 편지를 보낸 절차가 문제가 된다고 해서 이를 지적한 것 뿐”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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