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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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성별 다양성, 재무성과와 직결 
유럽 2000년대 초부터 할당제 도입 

일본, 인도 등 아시아서도 실시  
한국은 아직도 논의 단계

저성장 시대를 돌파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여성이사할당제’를 도입하는 국가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기업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은 기업의 경쟁력 나아가 국가의 지속가능성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 국가에서도 할당제 도입을 추진한 가운데 한국에선 이제야 조금씩 관련 논의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 여성이사할당제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늘어난 이유는 기업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이 재무성과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MSCI(모건 스탠리 인터내셔널)는 “기업 이사회 여성 보유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재무성과가 높다”고 발표했다. 또한 앞서 맥킨지는 경영진에 성별 다양성이 높을수록 성과가 좋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행했다. 라 가르드 IMF 총재는 지난해 “한국 노동시장에서 성차별을 없앤다면 GDP를 10%까지 올릴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19년부터 이사회에 여성을 최소 1명 이상 선임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를 어기면 최대 30만 달러(약 3억4000만원)을 내야 한다. 또한 2021년까지 이사회에서 3명 중 1명, 5명 중 2명, 6명 중 3명 이상의 여성 이사를 선임하도록 했다. 전체 미국인의 10% 이상이 거주하는 캘리포니아 주가 선제적으로 제도를 도입한 가운데 다른 주들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에서도 할당제 도입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일본은 현재 3.7%의 여성이사 비율을 1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단기계획을 있다. 여성이사가 없는 일본의 상장기업은 그 이유를 주주들에게 명시해야 한다. 말레이시아는 2011년부터 대기업 이사회의 30%를 여성으로 뽑아야 한다는 제도를 도입했다. 인도 또한 ‘모든 상장기업은 1명 이상의 여성 임원을 둬야 한다’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 결과 말레이시아와 인도의 여성임원 비율은 각각 16.%, 12%를 넘겼다.

유럽 등 선진국에선 이미 2000년대 초부터 여성이사할당제를 도입했다. 덴마크(2000), 노르웨이(2003), 핀란드(2004), 아이슬란드(2006), 스페인(2007), 네덜란드(2010)에 이어 2011년엔 벨기에,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도 정책을 도입했다. 노르웨이는 현재 여성 임원 비율이 36.1%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운영 방식은 각 국가별로 다르다. 노르웨이처럼 할당제 목표를 맞추지 못한 기업은 상장 폐지가 될 수도 있다. 스페인의 경우 목표를 달성한 기업에 정부와의 계약 우선권 등 인센티브를 준다.

한국에선 최근 들어서야 여성이사할당제 도입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법인은 특정 성의 이사가 정원의 3분의 2를 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손병옥 세계여성이사협회장은 “여성이사, 임원 관련 여성 참여 확대를 주장하는 것은 여성을 우대하는 뜻이 아니라 편견 없는 훈련을 통해 능력이 있는 인재를 승진시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의 대기업 집단 31곳 핵심 사업회사 이사회 여성 등기 임원은 2.15%에 불과하다. 손 회장은 “여러 연구에 따르면 한 조직에서 적어도 30% 이상이 돼야 해당 구성원이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이에 세계적으로 여성이사할당제 30%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하지만 아무런 제도 도입 없이는 여성 이사 30%를 달성하는데 70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처음부터 페널티를 주는 제재보단 인센티브를 주는 식의 권고를 통해 할당제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할당제는 아니지만 여성 관리직 비율을 늘리기 위한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최근 여성 리더 역량강화 행사인 ‘제1회 신한금융그룹 여성리더 쉬어로즈 컨퍼런스’를 열었다. 중부발전은 여성관리자 비율을 높이기 위해 2014년부터 차장급 간부 승진 시 선발 인원의 50% 내에서 여성관리자할당제를 실시한다. 한국IBM은 체계적인 여성 임원 육성을 위해 특화된 여성 리더십 교육과정과 승계 계획을 통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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