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떼인 적이 있다.

포기한 지 오래건만 아쉬울 때마다 생각난다. 머리 속으로는 포기했지만 마음까지야 어찌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동안 마음을 달래는 수고로움이야 말해 무엇하랴. 원망과 분노와 자책이 다 사그라지기까지 겪는 고통, 다 아시지요? 간혹 야반도주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먼나라 이야기인가 했다. 계획적으로 돈을 떼먹을 작정으로 도망가기 전날까지 해먹었더라는 이야기는 들어봤다. 내가 경험한 건 이런 계획적인 것과는 다른 경우다. 더군다나 여러 사람한테 해먹은 돈이 몇 억이라는 이야기와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상당히 거리가 있다.

수지에서도 야반도주 사건이 일어났다.

작년 늦봄에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으로 피해를 봤다. 도망가기 전날까지 돈을 빌리려 했다고 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도망간 이의 얼굴을 안다는 것과, 사람들의 반응 때문에 놀라웠다. 야밤인지 대낮인지는 모르나 그 사람을 내가 마지막으로 본 건 도주하기 3일 전이다. 한 단체에 소속해 있으면서 돈 처리에 구멍이 생긴 것과, 개인적으로 빌린 돈이 억대라는 말이 나돌았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욕하는 사람이 없어 더 놀라웠다. 그저 남 말하듯 웃어 넘겼다. 피해를 당한 이들도 대부분 나와 안면이나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 사건을 들은 사람들이나 피해당사자, 또는 피해를 입을 뻔한 모든 사람들이 하나같이 이 사건에 대해 흥분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점이 참으로 놀라웠다. 정말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나같이 그냥 웃고 넘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모두 친인척인가, 피붙이인가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더 놀라운 건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전에도 사람들 돈을 떼먹었다며 웃었다.

흥분하기는커녕 남자고 여자고 오히려 도망간 이를 걱정까지 했다.

“젊은 것이 오죽했으면…. 쯧쯧쯧”

“제 까짓 게 도망가긴 어딜 가, 언젠가는 돌아오겠지-.”

다들 이런저런 말로 도망간 사람을 걱정했다. 친정이 있으니 언젠가 돌아오지 않겠냐며 느긋한 표정이다. 친정집에라도 쳐들어가서 아수라장을 만드는 일은 꿈도 꾸지 않는 얼굴들이다. 명절도 다가오는데 젊은 여자가 어린 것을 데리고 어찌할꼬, 피붙이처럼 걱정을 한다.

돈 떼이고도 달아난 사람을 걱정하는 용인사람들을 보면서 정말 용인은 용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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