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불모지에 부는 ‘남성의 물결’
성평등 불모지에 부는 ‘남성의 물결’
  • 김진수 기자
  • 승인 2018.12.02 18:59
  • 수정 2018-12-02 1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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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강남역 살해사건 후
성평등을 위한 남성연대
히포시 캠페인 등 정치계 언론계 등 확산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이 10일 서울 종로 다시세운광장에서 ‘#미투, 세상을부수는말들’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이 10일 서울 종로 다시세운광장에서 ‘#미투, 세상을부수는말들’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남성들의 성평등 운동 불모지였던 국내에 새 물결이 흐르고 있다. 2016년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사건 현장을 뒤덮은 메모지의 물결, 거리로 나온 여성들의 분노한 목소리가 한국 사회를 흔들었다. 올해 초에는 미투(#MeToo·나도 말한다) 운동이 우리 사회에도 폭풍을 불러왔다.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 성추행 사건을 폭로하고, 문학-연극-영화 등 예술계에서도 권위를 자랑하던 남성 예술가들의 성추행 성폭행 사건이 줄줄이 폭로되었다.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성평등을 위한 남성들의 연대와 조직화, 캠페인 등으로 이어졌다.

캠페인으로는 히포시(HeForShe)가 눈에 띈다. 한국에 안착한 지 3년째가 되면서 남성들의 성평등 확산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성을 위한 남성’이라는 뜻이 담긴 ‘히포시’는 2014년 9월 탄생했다. 한국에서 여성신문사가 2015년 히포시코리아운동본부를 만들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정치권과 노동계, 기업인, 대학교수 등 사회 주요 인사를 중심으로 히포시 캠페인은 퍼지기 시작했다. 2015년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히포시 지지 선언을 했다. 지난 10월에는 히포시 리더십 세미나를 열고 다양한 인적자원을 활용하는 조직문화를 강조했다. 남녀의 차이를 이해하고 이 차이를 조직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자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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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시코리아운동본부 실행위원회 회의가 지난 8월 30일 여성신문사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히포시코리아운동본부 실행위원회 회의가 지난 8월 30일 여성신문사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히포시 리더십 세미나가 25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 브람스홀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강연에 집중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기자
히포시 리더십 세미나가 25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 브람스홀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강연에 집중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기자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히포시는 주로 남성 여론 주도층 중심으로 확대됐다. 앞으로는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2차 도약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이나 지자체가 중심이 돼 조직적으로 하면 좀 더 지역 사회에 쉽게 안착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정 교수는 또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들을 통해 2030세대가 쉽게 히포시를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청소년들의 우상인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을 통해 히포시의 저변 확대에도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 현장을 통한 특강이나 토크 콘서트, 지역 사회를 통한 히포시 네트워크 형성 등도 히포시 캠페인 확산과 연계해 볼 수 있다.

히포시 캠페인은 남성들의 성평등 확산 운동의 연쇄 작용으로도 이어졌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성평등 보이스’ 출범식을 열었다. 성평등 폭력예방에 관심이 높은 문화체육계, 민간단체, 경제계, 언론계, 공공기관, 학계 남성인사로 구성된 단체다. 이들은 성평등 문화 확산에 앞장서 남성들의 동참을 유도했다.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추행 피해사실 고발로 여성들의 #미투(나도 말한다) 운동이 확산되자 입장문을 통해 “‘성평등 보이스’부터 여성에 대한 성희롱, 성폭력에 대해 방관하지 않고 먼저 나서서 막겠다”고 다짐했다. 올 9월에는 청년 30명으로 구성된 ‘성평등 드리머’를 통해 성평등 관점에서 일자리, 주거, 건강 3개분과의 정부 정책의 아쉬움 점을 꼽고 개선방안을 들었다.

유샛별 여성정책국 여성정책과 사무관은 “‘성평등 보이스’는 성평등 문화 확산에 남성들의 목소리가 필요하고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 내년 계획으로 일부 지역을 선별해 양성평등문화가 퍼질 수 있도록 예산을 짜 놓은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평등 드리머’는 개선방안을 넘어 관계부처와 개선까지 같이 나갈 수 있도록 해보려 한다”고 했다.

7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2017 양성평등주간 기념식’에서 ‘성평등 보이스’ 출범식이 진행됐다.‘성평등 보이스’는 성평등 문화 정착과 확산을 위한 선도적인 남성들의 모임으로 명지대 김형준 교수, 배우 권해효 씨 등 문화계, 체육계, 민간단체·경제계, 공공기관 등의 남성인사 45명으로 구성됐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7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2017 양성평등주간 기념식’에서 ‘성평등 보이스’ 출범식이 진행됐다.‘성평등 보이스’는 성평등 문화 정착과 확산을 위한 선도적인 남성들의 모임으로 명지대 김형준 교수, 배우 권해효 씨 등 문화계, 체육계, 민간단체·경제계, 공공기관 등의 남성인사 45명으로 구성됐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언론도 나서고 있다. 국민일보는 지난달부터 ‘함께하는 아버지’와 손잡고 ‘리더들이 앞장서는 일·가정 균형 및 아빠 육아 응원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캠페인 참가자들이 ‘직원의 출산과 육아를 최대한 지원하겠다’ 등의 실천 선언문에 서명하고 육아와 가사 참여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영상으로 올린 후 다음 참가자를 지목하는 방식이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김영배 청와대 정책조정비서관, 조종묵 소방청장 등이 참여했다.

성평등을 향한 남성들의 목소리와 연대는 앞으로도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사회복지사협회는 사회복지사들이 의무적으로 받아야하는 보수교육에 성평등 교육을 추가했다. 페이스북에서는 ‘한국 남자가 부끄러운 한국 남자'라는 페이지가 팔로워 4천800명을 넘길 정도로 관심을 끌고 있다. 자신을 남성으로 소개한 페이지 운영자는 페미니즘 관련 자료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 올라오는 여성 성희롱·성추행 게시글을 공유하면서 남성들에게 여성들이 겪는 폭력에 대해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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