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경여연 전국여성노동조합 대구경북지부!
성인지감수성 결여된 재판부 규탄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형사1부(이봉수 부장판사)의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자 대경여연,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등 지역시민사회가 14일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앞에서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된 재판부의 판결을 규탄하며 2심에서 의미 있는 판결을 요구”하는 기자회견과 성명서를 발표했다.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형사1부(이봉수 부장판사)의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자 대경여연,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등 지역시민사회가 14일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앞에서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된 재판부의 판결을 규탄하며 2심에서 의미 있는 판결을 요구”하는 기자회견과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진: (사)대구여성회

지난해 대구은행 간부직원 4명의 비정규직 여직원에 대한 상습적인 성추행사건은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대구은행의 문제해결과정에서 보여준 태도로 신뢰도가 하락되고 고용형태에 따른 위계질서 개선, 비정규직, 파견업무에 배치된 여성들의 노동현실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되기도 했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이하 대경여연),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등 지역시민사회가 나서 피해자 인권보호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등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동안 4명에 대해 진행된 경찰수사와 노동청 조사를 토대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거나 해고 등 이들에 대한 징계가 각각 이뤄졌다.

그 중 피해여성 B씨는 가해자 A씨를 고소했으며 지난 1일 A씨에 대한 1심 재판이 열렸다.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형사1부(이봉수 부장판사)는 준강간, 강간, 강제추행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판결 후 피해자 B씨와 검찰은 항소했으며 대경여연,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등 지역시민사회에서는 14일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앞에서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된 재판부의 판결을 규탄하며 2심에서 의미 있는 판결을 요구”하는 기자회견과 성명서를 발표했다.

22일 대구은행 간부 성폭력 사건 재판 전 과정을 지켜본 신미영 대구여성회 사무처장에게 소회를 들었다.

“우리나라 재판부의 인식에 많이 실망했다. '안희정 사건'과 비슷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최소한 3개의 죄목 중 한 가지는 인정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처음부터 피해자를 전혀 보호하지 않았다. 피해자가 비대면 증인 신문을 요청했으나 ‘그럴 필요가 있냐’고 해 다시 요청하자 차폐막을 설치했다. 차폐막은 가해자의 행동 하나하나가 다 인지되기 때문에 피해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피해자 증인 신문에서는 피고인 변호사가 2차 가해성 발언이나 피해자의 평소 행실에 대한 질문을 하는 등 이 사건과 관계없는 질문을 하는데도 제지는커녕 오히려 판사가 피고인의 평소 행실에 대해 묻는 등 마치 피고인의 변호사처럼 행동했다. 피해자가 강간이라고 이야기하는데도 재판장은 ‘가해자와 사귀는 사이 아니었나, 피고인이 오해할만한 행동을 한 게 아니었나’는 질문을 했다. 이런 질문이 과연 재판장으로서 할 수 있는 질문인지 되묻고 싶었다.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명백한 2차 가해라고 생각한다. 재판부의 가해자를 비호하는 무죄판결에 참담함을 느끼며 법을 집행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이번 사건에 대한 2심 재판부가 정해졌는데 2심 재판부는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수긍할 수 있는 정의로운 판결이 내려지기를 기대한다.”

남은주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도 이번 판결에 대해 “용기 내어 자신의 피해를 이야기한 피해자의 목소리는 무시하고 가해자의 편에서 내린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대법원은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있는 판결을 이미 하고 있다“며 ”그러나 11페이지에 달하는 판결문은 피해자의 진술은 배척하고 ‘가해자는 원래 거짓말을 할 수 있다’며 가해자편을 들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성인지 감수성을 가지고 판결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지난 2016년 1월 대구은행에 계약직으로 채용된 B씨는 회식자리 후 처음 본 중간간부 B씨에게 준강간을 당했다. 모텔로 끌려간 피해자 B씨는 만취하여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준강간 외에 가해자가 무슨 짓을 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A씨의 가해는 계속되었지만 피해자 B씨는 제대로 대처할 수가 없었다. 이전에도 대구은행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 오히려 피해자가 불이익을 당하는 것을 보았고, 특히 피해를 입은 지 며칠 지나지 않아 가해자가 있는 부서로 발령 났기 때문이다. 가해자는 자신이 인사에 개입을 했다는 등 본인이 얼마나 권력이 있는지 말해와 회사에 문제제기를 하거나 고소는 생각할 수도 없었다. 그렇지만 가해자가 다른 직장 동료에게 지속적으로 만나자는 연락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고 자신이 당한 피해가 범죄이므로 고소를 진행하게 되었다.

가해자는 법정에서 강간이 아니라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고 불륜이 회사에 알려지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이것을 감추기 위해 피해자가 무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가 객관적 사실과 배치되는 진술을 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은 비교적 구체적으로 진술하면서도 불리한 것은 기억나지 않거나 모른다고 진술하는 모습을 보여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 피해자가 성관계 이후 상당 기간이 지난 뒤에도 피고인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확인되고, 1년이 넘도록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다가 다른 사건을 계기로 성폭행 당했다고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가 사건에 대해 허위 진술할 동기가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형사 1부(이봉수 부장판사)는 지난 7월 19세 조카를 성폭행 한 혐의로 기소된 외삼촌 A씨(39)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직접증거가 조카의 진술뿐이며 삼촌이 조카를 때리거나 위협한 사실이 없고 적극적인 저항의 표시가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10월에는 체육 수업 중 여학생에게 신체접촉을 과도하게 한 혐의(강제추행)로 기소된 대구 모 중학교 체육교사 A씨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이 피해 학생과 신체접촉을 한 사실이 인정되고, 학생들이 당혹감이나 불쾌감을 느꼈을 수 있다고 보이지만 그 행위가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 피해자들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피고인이 체육 과목 특성상 효과적인 실기지도를 위해 말로 설명하거나 시범을 보이는 것보다 함께 동작하는 것이 효과적인 수업방법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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