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관계법 연내 개정 관건

【연재순서】

① 보육공약

② 여성 고용안정·일자리창출

③ 호주제 폐지

*④ 정관계 여성할당·여성부 확대 강화

⑤ 모성보호·소외여성 지원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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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출(한나라당·비례대표) 국회 여성위원장의 올해 화두는 여성의 정치진출을 돕는 ‘제도개선’이다. 과거 정당법을 고쳐 국회의원 비례대표 여성할당제(30%)와 시·도의회 비례대표 여성할당제(50%)를 도입한 것이 모자라나마 효과를 봤다는 판단에서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물론 한나라당도 여성계 요구를 받아 공약한 지역구 30%, 비례대표 50% 할당제를 이행하는 방안이 올해 가장 큰 사안인데, 임 위원장은 지역구 공천과정부터 여성 할당제를 시행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프랑스처럼 해마다 비율을 높여가고(30%까지) 이를 잘 지키는 정당에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자는 것이다.

관건은 정치관련법 개정인데, 여야의 최근 정당·정치개혁 움직임과 맞물려 있어 결과를 내다보기 어렵다. 과거 정치사를 짚어볼 때 정당·정치개혁을 쉽게 푼 적이 없었던 탓이다. 실제로 2000년과 지난해 정당법·선거법을 고쳐 여성 할당제를 도입할 때도 적잖은 진통이 뒤따랐다. 임 위원장을 비롯한 여성의원들의 고민도 여기 있다.

여성의원 16명, 세계 61위

▲여성정치 현주소=두 차례 관련법 개정 뒤 15대 국회 때 9명이던 여성의원은 16대 들어 16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이는 전체 국회의원(273명)의 5.9%에 불과한 수치다. 지방의회 여성의원 비율은 3.4%(광역 9.2%, 기초 2.2%)다. 국제연합이 매긴 ‘여성권한척도’ 평가에서 꼴찌를 면한 것(66개국 중 61위)만 해도 다행스런 일이다.

국제의원연맹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0년말 현재 177개국의 여성의원 비율은 13.9%. 스웨덴은 42.7%, 중국은 21.8%이며, 가부장적 정서가 지배할 것으로 흔히 보는 북한도 여성의원(인민대표)이 20.7%나 된다.

공무원 쪽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재 5급 이상 여성 공무원은 전체의 4.7%에 불과하다. 96년부터 여성공무원 채용목표제를 시행, 2001년 행정고시 여성합격자가 25.3%로 늘어나긴 했지만 승진이 어려워 전체 고위공무원 수는 제자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회원국 가운데 행정관리직 여성비율은 4.7%로 꼴찌다.

▲여성 할당제의 관건=노 당선자는 국회의원·지방의원·지방자치단체장 등 모든 선출직 공직자를 대상으로 지역구 공천 30%, 비례대표 50% 할당을 공약했다. 선거법 등 정치관련법을 개정, 여성진출을 늘리겠다는 것이 지금까지 나온 방안의 전부다.

현행 선거제서 할당제 해야

현행 선거법·정당법은 시도의회 비례대표 50%, 국회의원 비례대표 30% 할당 권고와 정당보조금 인센티브제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지방선거 때 여야가 후보경선제를 도입하면서 할당제는 전혀 구실을 못했다.

지역구 공천할당제는 선거구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는 것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여야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17대 총선에서 무산될 수도 있다. 비례대표도 현재 46석(16%)뿐인 의석을 더 늘려야 50% 할당제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여야 합의가 할당제 실시의 관건이다. 그러나 현재 여야의 정당·정치개혁 방안에 여성진출을 보장하는 내용까지 명시할 의사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노 당선자 취임 뒤 열릴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되리란 보장도 없다.

다행히 국회 여성위원회를 중심으로 몇몇 여성의원들이 이 문제를 본격 공론화할 태세다. 임진출 여성위원장은 “여성할당제의 실효를 높이려면 단계별 지역구 공천할당제를 채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2004년에 10%, 2008년엔 20%로 높인 뒤 2012년까지 30%를 채우자는 계획이다. 이를 지키는 정당엔 국고보조금을 더 주는 방식이다.

여야 정당·정치개혁과 맞물려 전망 불투명

여성부 강화방안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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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개정, 여야 합의 관건

반면, 민주당 쪽은 당선자의 공약인 만큼 올해 안에 법제화를 마친다는 방침이다. 김희선 의원은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는 법·제도 개선이 중요하다”며 “선거법과 정당법을 올해 안에 고쳐 할당제를 법제화하겠다”고 말했다.

여성계는 내년 현행 선거구제 아래서 지역구 할당제를 시행하고,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확대해 지역구·비례대표 의원 비율을 1대1로 해야 실효를 얻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조현옥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는 “올해 안에 정치관계법을 고쳐 할당제를 시행해야 할 것”이라며 “여야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협력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인력 육성·지원=할당제를 해도 정작 사람이 없으면 소용이 없는 일. 숨어있는 여성 정치지도자를 발굴·지원하는 일이 급한 이유다. 여성부(장관 한명숙)가 최근 여성지도자 발굴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성부는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 등을 주제로 여성단체 공동협력사업을 공모하고 있다.

여야 역시 여성 정치후보자를 기르는 일에 나설 방침이다. 한나라당은 중진 여성의원들이 당·정치개혁특위에 여성정치 후보자 육성, 당직배분 여성할당제 실시 등을 제안한 상태다. 그러나 개혁특위 안에서도 당직배분 등 관련 사안들이 홀대받는 분위기다.

민주당 개혁특위도 여성 정치·정당참여를 활성화하는 쪽으로 당헌·당규를 바꾸고 관련법을 정비하는 방안을 구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장관 3명은 돼야

▲중앙부처·공직·학계=노 당선자는 중앙부처 장·차관(현재 장관 2명, 차관 1명)과 광역시도 행정직 부단체장에 여성을 임명하겠다고 공약했다. 수치까지 나오진 않았으나 최근 새 정부 각료 후보군에 여성이 서너명 정도 오르내리고 있다. 여성계는 장·차관 30%, 부단체장 1명을 의무적으로 임명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무원 여성관리자 채용목표제 도입 공약도 있다. 96년부터 해온 여성공무원 채용목표제를 본뜬 방안이다. 현재 4.7%에 불과한 5급 이상 여성공무원 비율을 2010년까지 20%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6급(9.1%)·7급(23.4%) 공무원 수를 감안했을 때 가능성이 충분하다.

여성계는 채용목표제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승진이 어렵기 때문이다. 승진예정 인원에 여성을 30% 채우는 승진목표제를 병행하자는 주문이다.

국공립대학 여교수 채용목표제 공약은 교육인적자원부가 이미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올해 안에 관련법을 고쳐 30%를 채운다는 계획인데, 실제 교육현장의 정서가 중요한 문제. 4년제 대학의 여학생 비율은 47%, 박사학위 취득자가 23%나 되지만, 4년제 국공립대학의 여교수 비율은 8.8%, 사립대는 16.6%에 불과하다. 여교수 채용실적을 대학평가에 반영하는 식의 안전장치를 둔다는 게 민주당의 계획이다.

여성부 강화 방안 시급

초중고교 여성 교장·교감 임용목표제 도입 공약도 눈에 띈다. 민주당은 각 시도 교원연수원 직무연수과정에 여성 교원의 리더십 개발과정을 만들고 시도 교육청은 임용목표제를 높이는 연차계획을 내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임용실적은 시도 교육청 평가에 반영된다.

공기업·민간기업의 여성관리자를 늘리는 인센티브제, 여성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시민단체 사업 지원, 여성 지도자 육성캠프, 국회·정당 인턴제도 확대 등도 눈여겨 볼만한 공약들이다.

▲여성부 확대 강화=노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에 여성부를 ‘여성가족부’ 형태로 확대·강화하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 여성문제 뿐만 아니라 가족·청소년 문제까지 포함하는 정책부서로 한다는 것. 여성계도 이런 계획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

민주당은 국무총리 주재 여성정책조정회의, 3급 이상 여성정책책임관제도를 3월부터 시행한 뒤 조직강화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여성정책담당관제 확대, 지방자치단체 여성담당관 배치, 16개 시도에 남녀차별신고센터 설치도 함께 진행된다.

여성정책을 실현하는 관건은 무엇보다 예산. 예산 편성부터 지출까지 양성평등한 관점이 반영되도록 예산담당 공무원을 교육하고, 성인지적 예산편성지침을 만드는 공약도 여성계의 호응을 받고 있다.

배영환 기자ddarijo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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