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하는 여성이 ‘정상성’에서 벗어난다고요?
동거하는 여성이 ‘정상성’에서 벗어난다고요?
  • 이유진 기자
  • 승인 2018.11.23 17:33
  • 수정 2018-11-23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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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두레유에서 열린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과 동거가족들의 간담회 후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허수경,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박상규, 이라나, 김복남, 권정수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1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두레유에서 열린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과 동거가족들의 간담회 후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허수경,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박상규, 이라나, 김복남, 권정수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주변에 동거 사실 밝히는 남성…
10년 넘게 가족에게조차 숨기는 여성 

“동거 가족에 대한 사회의 유연한 결합이 전제돼야 합니다.”  

21일 여성가족부는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다양한 동거 가족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결혼을 선택하지 않고 동거 중인 30대부터 80대 남녀 8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들은 공통적으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동거를 하는 이들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에 대한 고충을 털어놨다. 동거기간 7년째의 김영하(익명)씨는 “여성의 경우 결혼하지 않고 동거생활을 한다고 밝히면 '정상성'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는 시선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는 사회가 동거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인식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나마 남성들은 동거한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리는 편이지만 여성들은 이에 자유롭지 못하다. 김씨 또한 가족들에게조차 7년 동안 동거 사실을 숨겨오고 있다.

동거 12년차의 박진규(남·익명)씨는 “남자들의 경우 동거를 한다고 하면 자연스럽게 자유로운 성생활을 연관시킨다. 또 남성인 나는 부모님께 당당히 밝혔지만 여성인 동거인은 12년 동안 부모님께 동거 사실을 숨겨야 했다”고 말했다.

동거 6년차 민지혜(익명)씨 또한 “저는 남성과 동거를 한다고 하니 기둥서방이 있냐는 말까지 들었다. 모멸감이 들었다”며 “정상적으로 혼인하지 않고 집 안에 다른 남성이 있다는 자체를 그런 식으로 표현한다는 사실에 사람들이 동거에 대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인식을 알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부모님이 오실 땐 동거인의 짐을 캐리어에 담아 창고에 숨겨놓고 그 친구는 밖에 나가있어야 한다”며 “우리는 서로 신뢰를 갖고 있는 건강한 관계인데 왜 죄 지은 사람처럼 숨겨야 하나. 이런 일들이 반복될수록 안 좋은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가치관, 정체성에 따라 
차별받지 않도록 동반자법 추진돼야 

이들은 “비혼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선호, 정체성, 가치관에 따라 누군가와 자유롭게 살 수 있고 가구를 구성할 수 있다며 동거 가족에 대한 사회적 포용이 향후 결혼, 출산으로 가는 경로로만 생각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자신의 가치관, 정체성, 선호에 따라 자연스럽게 가구를 구성하고 이들이 제도적으로 배제되고 차별받지 않을 수 있도록 생활동반자법이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누군가 배제되거나 차별받는 또 다른 집단이 생기지 않도록 포괄적인 방법의 동반자법이 추진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한편 이들은 동거생활을 하면서도 결혼을 고민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라며 같이 살지만 아무런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정부 제도들을 그 이유로 들었다.

예를 들어 건강보험 가입의 경우 혼인을 통해 한 쪽이 피부양자로 들어가면 경제적인 절약을 할 수 있지만 동거인의 경우 이는 불가능하다. 또 자동차 보험료, 주택청약 등에서 결혼하지 않은 동거 가구로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없는 상황이다.

21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두레유에서 열린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과 동거가족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방송인 허수경씨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1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두레유에서 열린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과 동거가족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방송인 허수경씨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동거가족 
자녀에 대한 보호 전제돼야 

비영리민간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장애인 이라나씨는 10개월 동거하다가 자녀를 출생한 후 혼인신고를 한 상황이라며 9개월의 딸을 함께 키우고 있다.

그는 “남편도 장애가 있지만 양육의 부담을 가지고 있진 않다며 장애여성이니까 '홈헬퍼'를 이용할 수 있고, 다양한 장애인 활동 사업으로 아이 양육을 도움받을 수 있지만 이 모든 것은 여성에게 전가된다”고 밝혔다.

7년째 동거를 하고 있는 방송인 허수경씨는 동거 가정의 가장 큰 문제는 자녀가 핵심이라고 생각한다며 자녀의 경우 부모의 법적 상황이 어떠냐에 따라 절대 차별받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래 집단 사이에서도 한부모가정이냐, 부모가 계시지만 동거상태냐에 따라 사실이 회자되면서 놀림감이 되기도 한다며 부모의 결혼 여부와 상관 없이 앞으로 늘어날 다양한 가정 형태의 자녀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했다. 

노년기의 경우 자녀들이 반대해 결혼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이는 대부분 새부모와 자식들 간의 재산 분할 문제 때문이다. 이 경우 노년기 둘 중 누군가 위급한 상황이거나 아플 때 가장 친밀한 관계의 경우더라도 어떠한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허씨는 “가정의 특수한 상황과 관계 없이 두 사람이 서로가 부부와 유사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경우 동반자로 인정해주고 이런 부분에 대한 권리 행사나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진선미 장관은 “저 또한 14년 동안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로 살다가 총선 때 혼인신고를 하게 됐다며 동거에 대해 기존의 결혼을 붕괴시키고 결혼을 하지 못하도록 주된 요인을 제공하는 것으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며 평생을 함께 할 동반자에 있어 유연한 결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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