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센터 덮고 성희롱상담실 꺼낸 국회
인권센터 덮고 성희롱상담실 꺼낸 국회
  • 진주원 기자
  • 승인 2018.11.22 09:15
  • 수정 2018-11-22 2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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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국회 인권센터 설치안 이후 무소식
지난 16일 1명 근무 '성희롱고충상담실' 개소
각 부처별 성평등정책 부서 신설 흐름 ‘대조’
KBS성평등센터는 직원 6명
국회의원들 조사 못하면 무의미
정부부처 및 주요 기관 성평등추진체계
정부부처 및 주요 기관 성평등추진체계 / 여성신문

 

국회가 신설하기로 약속했던 인권센터 대신 성희롱고충상담실이 문을 열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정부 부처 내에 성평등정책을 담당하는 부서가 신설되고 있지만 국회는 인권과 성평등이라는 큰 그림이 아닌 성희롱 대응으로 역할을 축소해 후진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사무처는 지난 16일 국회의원회관 5층에 빈 의원실을 개조해 ‘국회 성희롱고충상담실’을 개소했다. 상담실에 근무하는 인원은 1명이다. 지난 8월 인사과 소속의 전문임기제공무원(‘나’급) 성희롱·성폭력 전문 상담사로 공개채용됐다. 성희롱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직원 누구나 쉽게 상담 받을 수 있게 하고, 필요한 조치가 지체없이 연계되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며,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을 주기적으로 병행 실시함으로써 국회 내 성희롱 및 성폭력을 근절하겠다는 것이 설립 목적이다.

상담실은 안팎으로 한계가 있다. 국회에서 과연 성희롱상담소를 이용할 피해자가 얼마나 되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존재한다. 위계질서가 엄격하고 폐쇄적인 조직이라는 점에서 피해를 우려해 문제를 드러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상담실 직원이 국회의원을 상대로 가해 여부를 조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투운동이 시작된 이후 국회에서는 보좌진 단 한명만이 동참했다.

지난 16일 국회의원회관 내에 국회 성희롱고충상담실이 문을 열었다.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 김수흥 국회 사무처장, 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심의관 등이 참석했다.
지난 16일 국회의원회관 내에 국회 성희롱고충상담실이 문을 열었다.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 김수흥 국회 사무처장, 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심의관 등이 개소식에 참석했다. /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국회 인권센터 신설 논의가 시작된 지 1년이 넘도록 표류하는 상황에서 성희롱상담실을 만들어 당초 계획을 축소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사고 있다. 국회인권센터는 국회의원·국회 직원들의 인권보호 및 인권의식 증진을 위해 독립된 기구로, 2명의 인권전문가로 구성한다는 계획이었다.

지난 3월 8일 국회의장은 이같은 내용의 국회 인권센터를 국회사무총장 직속으로 설치하는 내용의 ‘국회사무처 직제 일부개정규칙안’을 국회운영위원회에 제출했지만 8개월이 넘도록 계류돼있다. 국회 인권센터 설치에 관한 규칙안은 법안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운영위원회의 의결만으로 시행될 수 있지만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인권보호 전담기구인 국회 인권센터는 지난해 8월 국회 상임위 수석전문위원들의 성추행과 출장비 상습 횡령 의혹이 드러나면서 논의 끝에 결정된 것이다. 사건이 외부로 드러나기 전에도 국회 사무처 소속 공무원들의 기강 해이가 심각하다는 비판은 계속돼왔다. 국회의원들은 그나마 언론의 조명을 받지만 이들에 대한 감시와 견제는 취약한 편이다.

수개월 째 국회 인권센터 설치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인권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무관심도 문제지만,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여·야가 빠른 시일 내에 처리를 합의했다고 대외적으로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인권센터가 국회의원인 자신들을 조사할 수 있다는 거부감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때문에 성희롱고충상담실로 축소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사고 있다.

김수흥 국회 사무처장은 “센터 설립건은 국회 운영위에 계류돼있다. 채용하기로 한 직제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성희롱고충상담실이 아닌 원래 계획대로 인권센터가 설립되더라도 한계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가해자가 국회의원일 경우 조사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국회의원을 조사할 실질적인 권한이 필요한데 현재의 사무총장 직속 기구의 과장급으로는 사실상 제대로 조사를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정부부처나 주요 기관들과 국회의 행보가 대비된다. 성희롱 예방 뿐만 아니라 성평등 조직문화와 정책 구현을 목표로 성평등 집행부서를 잇따라 신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성평등정책담당관실을 신설해 4명이 근무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양성평등담당관실을, 국방부는 양성평등위원회를, KBS는 최근 성평등센터를 개소했고 6명이 일하고 있다. 국회는 여전히 ‘갈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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