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은행 열매, 천연 농약으로 탈바꿈
‘악취’ 은행 열매, 천연 농약으로 탈바꿈
  • 김진수 기자
  • 승인 2018.11.19 21:04
  • 수정 2018-11-20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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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가을 날씨를 보이고 있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 청계천 인근에서 중구청 관계자들이 은행나무 열매를 수거하고 있다. 2015.09.23. ⓒ뉴시스·여성신문
완연한 가을 날씨를 보이고 있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 청계천 인근에서 중구청 관계자들이 은행나무 열매를 수거하고 있다. 2015.09.23. ⓒ뉴시스·여성신문

 

서울 중구(구청장 서양호)가 도심 ‘천덕꾸러기’ 은행나무 열매를 친환경 저비용 천연 농약으로 재생산하고 있다.

중구는 지난해 가을부터 관내 은행나무에서 채취한 은행열매 1.5t으로 천연 농약을 만들어 가로수, 녹지대, 학교, 어린이집 등에 사용하고 있다.

은행 과육에는 뷰티릭산, 헥사노익산 등 악취의 근원이 되는 지방산이 들어있다. 곤충이나 동물로부터 종자를 지키기 위한 은행나무의 방어수단이다. 은행열매 천연농약은 이런 특성에서 착안했다.

약제는 은행을 약한 불에 5시간 정도 끓여 고운 천으로 걸러 만든 은행 농축액에 천연전착제와 천연살균제를 첨가해 만든다.

농축액만으로는 부족한 약효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천연전착제는 물·가성가리·카놀라유를 섞어 3일간 숙성한다. 천연살균제는 황토, 천일염, 가성소다 등을 혼합해 천천히 저으면서 24시간 침전시켜 완성한다.

구가 경기도 농업기술연구원 등 3곳에 효능을 의뢰했다. 농축액 자체로는 50%, 농축액에 천연전착제를 넣은 경우는 60%, 천연살균제까지 추가한 경우에는 75%까지 흰가루병, 진딧물 등에 방제 효과가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구는 지난 가을 채취한 은행으로 만든 농축액 120ℓ를 토대로 천연농약 2만 리터를 생산했다. 수목 1000주의 병해충을 예방할 수 있는 양이다.

화학농약은 발암물질이 들어 있는데다 뿌린 후에도 토양에 남아 장기적으로 인체와 환경에 해롭다. 반면 은행농축액에서 태어난 천연농약은 이러한 위험이 없어 공원이나 학교, 어린이집 등에 안성맞춤이다. 실제 주민 모니터링에서도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특히 비용도 100ℓ을 만드는데 113원으로 화학농약의 45% 수준 밖에 되지 않아 예산 절감 효과도 있었다.

아이디어는 지난해부터 시행한 은행 조기 채취사업에서 나왔다. 악취 민원 급증으로 은행이 익어 땅에 떨어지기 전에 미리 털어냈다. 그러다보니 이전에는 채취한 은행을 경로당, 복지관 등에 무상으로 나눠 줄 수 있었는데 조기 채취한 은행은 딱딱해서 나눠주기 힘들었다.

중구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비록 악취 민원을 야기한다 해도 전량 폐기하는 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활용을 고민하던 중 떠오른 방안”이라고 말했다.

중구는 올해 9월부터 이달 초까지 딴 은행도 천연농약으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보다 양을 대폭 늘린 15만ℓ을 제조했다. 내년에 골목길 자투리 녹지, 공동체 정원 등에 사용토록 민간에까지 무료 보급할 계획이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매년 서울에서 60t 이상의 은행이 버려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며 “은행 천연농약 생산 매뉴얼을 만들어 공유함으로써 전국적으로 민폐인 은행이 값지게 쓰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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