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밈노동 필수라면 추가 수당 지급해야”
“꾸밈노동 필수라면 추가 수당 지급해야”
  • 채윤정 기자
  • 승인 2018.11.25 10:46
  • 수정 2018-11-25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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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코르셋’ 운동 확산되며 과도한 꾸밈 강요 반대 커져
수입 명품 화장품 브랜드인 샤넬(CHANEL)이 일부 화장품 가격을 최고 3%까지 올린다고 밝힌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백화점 샤넬매장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샤넬은 오는 2월 1일부터 립글로스 등 일부 화장품의 백화점 가격을 평균 3.2% 인상한다. ⓒ뉴시스·여성신문
샤넬 등 서비스업종에서 여성에게 꾸밈노동을 강요하는 데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한 백화점 샤넬 매장의 직원과 고객들. ⓒ뉴시스·여성신문

 

최근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을 중심으로 탈(脫)코르셋 운동이 확산되면서 서비스 업종의 ‘꾸밈노동’ 강요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서비스 업종의 경우, 꾸밈노동이 필요한 측면도 있어 꾸밈노동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 추가근무 수당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올해 초 여성 카페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탈코르셋 운동은 메이크업과 지나친 꾸밈은 외모에 대한 강박을 부추길 뿐 아니라 여성 신체를 대상화하는 것에 불과해 이를 거부하자는 문제의식으로 시작됐다. 이 운동에 참여한 여성들은 매일 정성스러운 손질이 필요한 긴 머리 대신 짧은 머리로 바꾸고 SNS 등에 이를 인증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서비스업종 직원에게 꾸밈노동을 강요하고 꾸미지 않았다고 해고까지 하자 이에 대한 항의가 거셌다.

천안의 한 요거프레소 매장에서 지난 10일 첫 출근한 아르바이트생이 머리를 짧게 자르고 화장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5분 만에 해고한 것이 알려지면서 반발이 거세지자 본사가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SNS를 통해 A씨는 “남자 사장은 머리를 짧게 자른 저를 보고 ‘그 쪽이 사장이면 어떨 것 같냐’며 추궁했다”며 “‘음식을 파는 매장인데 용모를 단정히 해야지 머리를 짧게 자르고 화장도 안 하면 어떻게 해요’라는 시대착오적 말을 해 여성의 꾸밈이 노동에 필요조건이라는 듯 말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단발머리와 화장을 한 채 면접을 본 후 그 날 머리를 잘랐으며 3일 후 첫 출근을 했다”며 “남 사장은 ‘남자도 머리 길면 잘라오라고 한다’고 말했는데 분명 머리가 단정하게 짧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여자이기 때문에 머리 기르는 것이 선택적으로 추가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요거프레소는 특히 직원 중 80%가 여성이고 출산·육아휴직도 유도하는 대표적인 여성친화기업으로 화제가 돼 이번 사건은 더욱 실망감을 안겨줬다.

요거프레소 본사는 13일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공지하고 “해당 가맹점주는 사실을 모두 인정했고 당사자에게 사과와 함께 보상을 할 계획”이라며 “이번 사안은 가맹점을 세심하게 관리하지 못한 본사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또 향후 재발방지 대책으로 △인사 노무 관리 매뉴얼 수정·보완 △가맹점주 의무 교육에 성차별 교육과정 신설 △전 가맹점 대상 운영 관리 지침서 정기 발송△감사팀이 해당 가맹점 실태 전수 조사 , 시정 및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알바생 꾸밈노동 강요에 대해 신정웅 알바노조 비상대책위원장은 “소상공인들이 알바생들의 외모가 매출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 남자노동자들에게는 외모에 대해 말하지 않으면서 여성에게 꾸밈노동을 강요한다”며 이는 성차별이며 부당한 대우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특히 최근 프랜차이즈업체에서 꾸밈노동에 대한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고 공개했다. 햄버거 등을 판매하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원래 카운터 업무를 맡는데도 화장을 안 하는 날에는 제품을 만드는 업무로 보낸다는 것이다.

신 위원장은 이에 대해 “손님이 오는 목적은 음식을 먹거나 물건을 사러 오는 것이기 때문에 물건이 좋거나 맛이 있으면 그만”이라며 “친절이나 문제에 대한 요구를 잘 처리해주는 노동자가 필요한 데 ‘이왕이면 외모가 좋은 사람이 좋다’는 인식은 부당하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이달 1일 전국백화점 매장에서 일하는 샤넬 직원 334명이 사측을 상대로 추가수당 청구 소송을 제기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노조 측은 “규정된 근무시간보다 30분 일찍 출근해 몸단장하는 시간에 대한 추가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며 “각 직원에게 3년 동안 초과해 근무한 시간에 대한 수당인 500만원씩을 지급할 것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노조측은 매월 배포하는 자체 꾸밈 규칙인 ‘그루밍 가이드’를 엄격하게 적용해 메이크업, 헤어를 갖춰야 하며 회사 제품을 이용해 빈틈없이 메이크업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OT 수당 지급하라’, ‘그루밍 OT, 오전 OT 인정하라’ 등 피켓을 들고 최근 시위를 벌여왔다.

이에 대해 사측은 답변서를 통해 “노조의 주장을 전부 부인한다”며 “9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메이크업, 개점 준비를 하면 되는 데 30분 전에 출근해 9시30분까지 메이크업, 액세서리를 착용 완료하라고 지시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백화점, 면세점의 화장품 업계 종사자들은 자사 신제품을 이용한 풀메이크업은 물론 염색, 메이크업 색상, 렌즈 착용 등 규제를 받을 뿐 아니라 유니폼도 착용해야 한다.

전직 화장품 매장 매니저였다는 B씨는 “샤넬 막내는 보통 8시30분까지 출근하고 매니저를 제외한 일반 직원들도 보통 9시까지 출근한다”며 “우리 매장에서도 꾸밈노동을 강요했지만 연간 120만원을 꾸밈비로 지급했다”며 꾸밈노동에 대한 추가 수당 지급은 정당하다고 말했다.

한 네티즌은 “샤넬 뿐 아니라 서비스직 전체에 암묵적인 관행이 많다”며 “샤넬이 꾸밈노동에 대한 추가수당을 지급하면 다른 곳도 따라하게 될 것이고 사회 전체적으로 이 문제가 개선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서비스업종의 특성상 꾸밈노동이 어느 정도 필요하더라도 이를 여성에게만 과도하게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여성노동자회 김명숙 노동정책국장은 “정규 노동시간 외 꾸밈노동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시간 외 근로의 문제이며 이를 노동시간으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특히 여성들에게만 외모를 강조하는 것은 여성을 상품화하는 것으로 ‘성적 대상화’라는 점에서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서비스업이라는 업무 안에 꾸밈노동이 포함돼 있어 이를 암묵적으로 시인한 것으로 이를 따로 문제제기하는 게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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