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성 멘트
인사성 멘트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에는 “우리 다음에 밥 같이 먹어요”에서 시작해서 “** 해줄게요, ** 해요” 등 다양한 ‘인사성 멘트’가 있다. 그러나 함께 먹자던 밥은 언제 먹을지 아무도 모르고 “** 해줄게요, ** 해요”했던 일은 기약이 없다.

처음에 그런 것에 익숙하지 않았던 나는 ‘인사성 멘트’를 인사로만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나에 대한 그 어떤 무언의 약속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한때는 약속 불이행에 대한 실망감으로 한국 사람이 하는 말은 믿을 수 없다는 불신감에 사로잡혔다.

그러다가 이런 한국 사람에 대한 불신감은 어쩌면 나 혼자만의 편견이 아닌가 싶어서 한국에 유학 나온 중국 친구들과 이 문제에 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나 혼자만의 편견이 아님을 알게 됐고 한국사회에 일반적으로 존재하는 현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그런 말들은 ‘인사성 멘트’에 지나지 않음을 깨달았다. 친구들과 함께 내린 결론은 “한국 사람이 가볍게 ‘약속’ 비슷하게 한 말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 또한 우리가 도움을 청하기 전에 한국 사람이 자진해 무엇인가를 도와주겠다, 해주겠다거나 무엇을 함께 하자 등등의 말은 인사성 멘트이므로 기대할 필요가 없으며 그런 말을 해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들에게 고맙게 생각하자, 그리고 만약 그들이 정말로 말한 것을 이행한다면 그보다 더 고마운 일이 어디 있겠느냐”였다.

물론 자신이 하는 말에 책임을 지는 사람도 있고 그냥 지나쳐버리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내가 만난 한국인 중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지난해에 중국어를 가르치는 한 분과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주말에 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분은 부인이 전라도 사람이라 김치를 아주 맛있게 하니 김치를 가져다주겠다고 하셨다.

그분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아예 그 사실을 깜빡 잊고 있었다. 그런데 주말을 보내고 그 다음주 월요일 아침에 그분이 나를 잠깐 보자고 하더니 정말로 사모님이 정성스럽게 만든 김치를 보자기에 싸서 가지고 오신 것이었다. 기대도 하지 않았던 일이라 그야말로 깜짝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고 그 김치를 먹으면서 참으로 감사하고 행복했다.

한국인의 ‘인사성 멘트’는 한국문화와 한국인을 잘 이해하는 사람은 웃으면서 가볍게 넘길 수 있지만 그런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특히 최근에 중국 경제권의 부상으로 더욱더 한국인과 교류가 잦아지는 중국인에게 있어서는 한국인의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중국인과 교류하는 한국 사람은 ‘인사성 멘트’에 신중을 가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사실 나도 신용을 깬 말이나 행동을 한 적이 있고 그것 때문에 마음이 아프고 괴로웠던 적도 있다. 한국 사람들을 통해 느낀 ‘인사성 멘트’와 그것의 영향은 나로 하여금 신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깨닫게 하면서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을 자주 점검하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서강대 대학원 박사과정(조선족)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의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