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고정관념’ 박힌 장난감
‘남자는 파란색, 여자는 분홍색’
해외, 성 중립적 카탈로그 제작
완구류서 성 고정관념 없애기 위해 노력
전문가 “아들과 딸 모두에게 인형, 레고 사주자”
국내 업계 “고객들은 색깔 구분 선호”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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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파란색, 여자는 분홍색?’

젠더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성 고정관념을 없애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성 고정관념을 갖게 될 경우 직업 선호도, 학업 성취도와 이어져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완구업계와 유통업계에서는 상품 홍보에 성별 구분을 한 경우를 꽤 찾아볼 수 있다.

이탈리아 초콜릿 업체 페레로의 브랜드 킨더조이 일부 제품은 남녀용이 구분 돼 있다. 초콜릿과 장난감이 들어있는 알 모양의 플라스틱 모형을 각각 파란색과 분홍색으로 해놓고 영어로 ‘남아용’, ‘여아용’이라고 적혀 있다. ‘남아용’은 스타워즈 남성 캐릭터, ‘여아용’은 디즈니 공주 캐릭터가 들어 있다. 홈페이지에도 캐릭터를 남녀용으로 구분했다. 이 제품은 아이들이 많이 찾아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있다.

킨더조이 측은 “아이의 능력 향상과 다양성, 보편성 등을 원칙으로 심리학자들과 협업하며 장난감을 연구하고 있다”며 “핑크색과 파란색 에그(알)는 부모가 아이의 다양한 선호를 고려해 여러 장난감을 탐색하고 구매여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라고 밝혔다.

완구 판매 업체 토이저러스의 한국 홈페이지는 카테고리 남녀용 장난감을 구분했다. 남아용은 액션, 조종, 자동차, 기차, 프라모델, 피규어 등이 소개된 반면 여아용은 인형, 꾸미기 등으로 구분돼 있다. 전 세계 토이저러스 홈페이지 중 장난감을 남녀 구분으로 판매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해외에서는 완구류에 성 고정관념을 지우려는 움직임이 있다. 2012년 북유럽 최대 완구업체인 ‘탑-토이’는 스웨덴과 덴마크에서 성 중립적인 크리스마스 카탈로그를 제작했다. 당시 남녀 아이가 함께 파란색 부엌세트를 갖고 노는 모습 등이 카탈로그에 실렸다. 세계 최대 온라인 판매업체 아마존은 2015년 성별 구분 없이 어린이용 완구를 판매하겠다고 했다. 디즈니스토어도 비슷한 시기 핼러윈 복장과 도시락통 및 배낭을 ‘중학생 용’으로 분류했다.

'탑토이(Top-Toy)'가 내놓은 성 중립적 장난감 카탈로그 ⓒTop-Toy
'탑토이(Top-Toy)'가 내놓은 성 중립적 장난감 카탈로그 ⓒTop-Toy

영국 최대 육아사이트인 ‘멈스넷(Mumsnet)’이 2012년 시작한 ‘렛 토이스 비 토이스(Let Toys Be Toys)’는 어린이 완구 성별 구분을 없애는 캠페인이다. 활동 1년 만에 영국 등에서 접촉한 14개 주요 소매점 중 7군데에서 남녀를 구분한 문구가 사라졌다.

2016년 영국공학기술학회(IET)는 낡은 고정관념이 여자아이들이 공학, 기술 계열로의 경력 선택을 단념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크리스마스 때 ‘STEM’(과학·기술·공학· 수학) 관련 장난감을 받을 확률이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보다 3배 높다”고 했다. 또 “구글, 야후, 아마존 등에서 ‘여아 장난감’이라고 검색하면 대부분 분홍색 장난감이 대부분 나온다”고 했다.

크리스티아 스피어스 브라운 미국 켄터키대 발달심리학과 부교수는 20년간 젠더가 아이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왔다. 그는 최근 국내 번역 출간된 『핑크와 블루를 넘어서』에서 “아들과 딸 모두에게 인형, 소꿉놀이 세트, 장난감 트럭, 레고 블록을 사 주자. 모든 아이는 다른 사람을 보살피고 돌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이는 토이저러스에서 이쪽저쪽을 다 다녀 봐야 한다는 뜻이다”라고 했다.

장난감의 성별을 구분해 성공을 거둔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12년 출시된 레고사(社)의 ‘레고 프렌즈’는 여아를 겨냥해 출시한 장난감이다. 보라색 계통의 색깔을 입히고 여성 캐릭터를 활용했다. 레고는 전통적으로 여아에게 인기가 없었다. 레고가 고민 끝에 내놓은 결과물이다. 미국의 시장 조사 기관인 NPD 그룹은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레고의 매출이 2011년 3억 달러에서 3년 만에 9억 달러가 됐는데 ‘레고 프렌즈’ 덕분이다”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 국내 완구 업체 관계자는 “남자 아이는 파란색, 여자 아이는 분홍색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내부적으로 (성 고정관념에 대해) 이야기 본 적은 없다. 색깔을 꼭 구분하기보다는 브랜드 성격에 맞추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완구 판매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고객들이 (성별 구분을) 선호한다. 구분하는 게 검색하기에도 편해서 그런 것 같다. 설문조사, 맘카페 등을 참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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