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도 승진하고 싶어요 ]
대기업에서 22년 동안 일하고 임원이 된 필자가 직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고민하는 여성 직장인들에게 선배로서 직접 현장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 드립니다. 이 글은 여성신문의 공식 의견과 무관합니다. <편집자주>
멘티 님, 멘토에게 들이 대세요~~.
2009년 어느 날, 부서 공지가 떴습니다.
“ 멘토링 특강 실시. 강사: P&G 인사부장. 오후 3시~4시. 모두 참석 요망!!!”
당시 회사에는, 새로운 리더십 용어가 유행이었습니다. ‘일방적 지시가 아니라 코칭을 해서, 본인이 스스로 답을 찾도록 해야 한다.’,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입사 3~4년차 선배가 멘토링 실행. 약간의 다과비 지원’ 등
제가 입사했을 때는, ‘사수’라는 용어가 있었습니다. 업무는 물론 지혜로운 회사생활까지 지도를 해 주는 선배를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좋은 사수를 잘 만나는 것이 초기 회사생활 성공의 핵심이었지요. 그런데 저는 사수가 없었습니다. 제 업무가 완전히 새로운 업무이기도 했고, 저를 지도할 만한 여성 선배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위 공지를 보고 저는 너무 기뻤습니다. 제가 근무하던 부서는, 글로벌마케팅 실 (GMO, Global Marketing Office) 였는데요, 부서 특성 상 경력 입사자가 많아 회사에 잘 적응하도록 돕기 위한 방안으로 이런 특강을 준비했지요. 그 동안 사수나 롤모델 없이 좌충우돌 해 왔고, 임원 승진을 바라보고 있던 저에게는 너무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그 강의는 참으로 신선했습니다. 제가 기억하고 실천한 세 가지 문구가 있습니다.
- (회사 내에서) 어떤 사람도, 지원 (Support)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 멘토란 부서장과는 다른 사람이다. 멘토는, 내가 회사 생활을 성공적으로 하는 데 필요한 어떤 상황에 대해 전문적 해결책을 보유한 사람이다. 따라서 내 상황에 따라서 여러 명의 멘토가 필요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워킹맘이라면 자녀양육 멘토, 남성적인 조직 적응법 멘토 등.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잘 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분야별로 한 명씩 멘토가 필요한 것.
- 멘토가 멘티를 불러서 멘토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이 관계는 멘티 주도적이어야 한다. 따라서 멘티가 도움을 받고 싶은 멘토를 정하고, 그 멘토에게 먼저 연락해서, 어려운 점을 공유하고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해결책을 요청해야 한다.
아하!!! 멘티가 멘토에게 들이 대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동안 알고 있던 것과 달랐지요. 그 동안은, 회사에서 멘토를 지정해 주고, 멘토가 미팅을 소집하면 나가서 이런 저런 좋은 얘기를 듣고 오는 것이 멘토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바로 실행했습니다. 비록 당시 저는 고참 부장이었지만, 제게는 여전히 애로 사항이 있었고, 그것을 해결해 줄 만한 분을 선정했습니다. 두 분의 남성 선배 임원이었습니다. 그 선배 임원들은 본인들의 경험에 기반해서 가이드를 주었고, 저는 무사히 승진했습니다.
저는 그 이후에도 계속 멘토를 찾고, 도움을 받았습니다. 멘토에게 보수를 주었냐구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후배가 어떤 문제를 털어 놓고 해결책을 문의하면, 수고비 없이도 열과 성을 다해 가이드해 줍니다.
그리고 저 역시, 멘토로서 다른 후배들에게 제 경험에 기반해서 후배들의 어려움을 해결할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안해 주었지요.
한 가지 더, 여성 후배들에게 적극적인 멘티가 되라고 제안했습니다. “네가 어려워하는 문제를 잘 해결한 사람, 가능하면 남자 선배를 찾아서, 멘토가 되어 달라고 요청해 봐. 그래야 여성 인력으로서 부족한 점을 보강할 수 있어.”
애로 사항이 있나요? 적절한 멘토를 찾아서 도움을 요청해 보세요.
조은정
서울대학교 가정관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소비자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1995년 삼성그룹 소비자문화원에 입사해 22년간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 연구소장, 프린팅사업부 마케팅그룹장 등 삼성전자의 마케팅 및 역량향상 업무를 진행했다. 여성신문에서 재능기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