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변호사의 이러시면 안됩니다 – 28]

 

세상에는 기기묘묘한 ‘분노유발자’들이 참으로 많다. 어느 피고인의 사례다. 피고인은 허리가 아프다고 핑계를 대며 부탁해서는, 자신의 집 안방에서 처제인 22세의 피해자로부터 안마를 받고 있었단다. 그러던 중 피고인은 갑자기 피해자의 면전에서 팬티를 아래로 내려 자신의 음모를 노출시켰다. 이런 광인(狂人)!

이게 끝이 아니었다. 당연히 피해자로서는 어처구니없는 광경을 피하려고 자리를 떴으리라. 그러자 피고인은 피해자를 거실까지 따라 나와서는 “○○야 남자친구랑 해봤니? 나랑 하면 다른 남자랑 못할거야”라면서 추잡한 말을 늘어놓더니, “○○야 여기 봐봐, 나 뭐 나왔다”라는 말까지 하면서 피고인의 팬티를 가리켰단다. 그러더니 급기야 피고인은 자신의 팬티를 내려 성기를 꺼내 보이기까지 했다.

이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공소제기된 강제추행의 점에 대하여 법원은 무죄로 판단했다. 뭐 이런 쓸개 빠진 법원이 다 있느냐고? 그렇지는 않다. 법원을 탓할 일이 아니다. 법률에 쓰여 있는 모든 요건이 충족될 때에 한해서만 형사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깨어져서는 아니 되는 근본 원칙이다.

법이 없는데도 그때마다 근거를 만들어서 처벌했던 선례가 역사에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 걸 가리키는 말이 있다. 그렇다. 그걸 ‘인민재판’이라고 한다. 저 북쪽에 있는 ‘공화국’이나 1960년대 문화대혁명 시절 중국에서라면 어디서든 그런 장면을 볼 수 있었다. 

법원은 필요가 생길 때마다 그에 따라서 법을 새로 창설하는 기관이 아니다. 지금 있는 법을 정확히 해석·적용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기관이다. 현행법에서 폭행·협박을 강제추행죄의 기본적 요건으로 두는 이상, ‘기습추행’의 법리처럼 해석을 통하여 적용범위를 넓힌다 하더라도 여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엔 없다. 법에 쓰여 있지 않다면 처벌도 없다. 법원의 잘못은 아니다.

그러면 과연 이런 결론이 정당하냐고? 그것도 아니다. 이런 쓸개 빠진 결론이 어찌 온당할 수 있겠나. 처벌의 필요성이 분명함에도, 명백한 성희롱·성폭력임에도 그 내용을 모두 담아내고 있지 못한 우리 법률 그 자체가 문제다. ‘형부’라는 인간이 눈앞에서 저런 짓을 하고 있었으니, 피해자가 받았을 충격과 공포, 굴욕감과 모욕감이 오죽했겠나. 그런데도 적절한 처벌 규정을 찾기가 쉽지 않다니! ‘이게 법이냐!’라는 탄식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성기를 노출하는 등의 행위를 처벌대상으로 설정해 놓은 규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 번 보자.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1항 제33호다. 공개된 장소에서 공공연하게 성기·엉덩이 등 신체의 주요한 부위를 노출하여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사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한다. 아니, 뭣이라! 10만원 밖에 안 된다고? 좀 더 보자. 「형법」 제245조다.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이런! 이것도 최장기 1년 밖에 안 된다고?

형량이 그다지 높지 않은 것보다도, 사실 더욱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공공연하게’ 또는 ‘공연히’라는 문언이 보이는가? 이를 ‘공연성’ 요건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서 위 조문들에 따른 처벌이 가능하려면 노출행위 또는 음란행위가 불특정한 다수인이 볼 수 있는 상태에 있었어야 한다. 뒤집어 말하면 노출행위 또는 음란행위가 있었더라도, 예컨대 특정인만이 점유하는 방실이나 사무실 안에서 이루어짐으로써 불특정 다수인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없었다면 위 조문들에 근거한 처벌이 내려질 수 없다는 뜻이다. 서두에서 소개한 사례는 어떨까? 음란행위임은 분명하지만 공연성이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다. 또 다시 멘붕!

부하 여군을 상습적으로 성희롱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6여단 예하부대의 대대장 A중령이 보직해임됐다.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 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 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what is the generic for bystolic   bystolic coupon 2013cialis coupon free discount prescription coupons cialis trial coupon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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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정하고 있을까? 독일에서는 행위자 본인 또는 피보호자의 성적 흥분을 야기하기 위하여 피보호자의 면전에서 성행위를 하는 행위를 3년 이하의 자유형이나 벌금형에 처한다. 여기에 공연성 요건은 없다. 이 밖에 우리와 유사하게 공연한 음란행위에 대한 처벌조항을 마련해 둔 점도 있으나, 독일의 경우에는 음부노출행위를 통하여 타인에게 혐오감을 준 경우를 공연음란과는 별도 조항으로 마련하여 처벌의 공백을 줄이고 있다. 이 별도 규정에서는 공연성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공연한 행위가 아니더라도 상식적·합리적인 관점에서 볼 때 피해자에게 심각한 성적 모욕감을 줄 수 있는 사안은 많다. 공연성 요건이 꼭 필요할까? 우리는 혹시 공연성의 덫에 걸려 있는 것은 아닐까? 단 한 사람을 대상으로 노출과 음란행위를 했든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는 상태에서 같은 행동을 했든, 그 피해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볼 이유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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