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마이크] 죽은 ‘포주’의 당선 ; 성매매합법화의 재앙
[젠더 마이크] 죽은 ‘포주’의 당선 ; 성매매합법화의 재앙
  • 신박진영 대구여성인권센터 대표
  • 승인 2018.11.20 09:33
  • 수정 2018-11-20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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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크푸르트 시내 도로한복판에 있는 FKK성매매업소 광고판 © 신박진영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내 도로한복판에 있는 FKK성매매업소 광고판 © 신박진영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시의회 후보였던 성매매알선업자, ‘포주’가 당선됐다. 미국 내에서 유일하게 성매매가 합법화된 네바다주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 ‘포주’는 지난달 17일 사망했지만 69%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법에 따라 후보등록 후 사망하더라도 선거는 치룰 수 있고, 그럴 경우 소속 당이 지정한 대리인이 임기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여러 개의 대형 성매매업소를 운영했고, 그의 업소는 미국 HBO 리얼리티쇼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는 성매매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여러 차례 수사를 받았지만 증거 부족으로 기소되지 않았고, 『THE ART OF THE PIMP』라는 제목의 자서전을 내기도 했다.

올해 5월과 6월, 성매매가 합법화된 네델란드와 독일을 방문했다. 그곳에서도 목격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부를 축적하고 화려한 생활로 주목받는 성매매알선업자들이었다. 대형 성매매업소의 포주들이 자서전을 출간하고, 성매매알선업소 운영을 위해 컨설팅해주는 리얼리티쇼가 제작된다. 그들은 직접 프로그램을 제작할 만큼의 재력이 있고, 전방위적 로비스트가 될 권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은 직접 정치인으로 나서고 있다.

독일의 대형 성매매업소 ‘아르테미스’, 2016년 인신매매와 조세포털 혐의로 대대적으로 조사와 급습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영업을 하고 있다. ‘아르테미스’는 정액제 성매매업소로 2017년 제정된 법은 여성착취적 요소가 있다는 이유로 정액제성매매업소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신박진영
독일의 대형 성매매업소 ‘아르테미스’, 2016년 인신매매와 조세포털 혐의로 대대적으로 조사와 급습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영업을 하고 있다. ‘아르테미스’는 정액제 성매매업소로 2017년 제정된 법은 여성착취적 요소가 있다는 이유로 정액제성매매업소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신박진영

성매매가 정상화된 시장의 모습

독일은 2002년 인신매매를 줄이고 성매매여성들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목표로 성매매를 합법화했다. 하지만 2013년 독일의 슈피겔지에는 “성매매합법화 어떻게 실패했나”라는 제목의 성매매합법화 10년 특집기사가 5회에 걸쳐 연재된다. 독일의 성매매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이주여성들이 대거 유입되고 성매매 가격은 더 저렴해졌다. 합법화 이후 사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고용자로 등록된 건수는 1%에 불과했고, 인신매매도 오히려 성매매합법화 국가들에서 더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되면서 성구매자만을 처벌하고 탈성매매를 지원하는 스웨덴 정책이 성공적이라 평가됐다.

암스테르담의 ‘유리창업소’라 불리는 성매매집결지, ‘Red right district’(홍등가)는 주말 저녁 구름 같은 관광객과 구매자들이 서로의 다른 필요로 그 거리를 누비고 다닌다. 그 거리에는 전 세계 성노동자를 존중하라는 선언을 새긴 성노동자 동상이 있고, 길바닥에는 도드라지게 새겨진 여성의 가슴과 그것을 움켜잡으려는 손이 조각돼 있다. ‘여성을 구조하지 말고 유리창을 구조하라’, ‘성노동도 노동이다’라는 구호를 내걸은 성노동을 지지하는 사무실 옆에서는 무수한 단체관광객 무리들이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다. 성매매를 산업과 소비와 노동으로 정상범주화한 사회는 이렇게 사람들을 교육시키고 있었다.

프랑크푸르트 성매매업소 ©신박진영
프랑크푸르트 성매매업소 ©신박진영

독일의 경제 중심이라는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한 블럭 앞의 골목부터 시작된 성매매업소들이 있는 거리는 대낮에도 무리 지어 마약을 하는 이들이 있어 지나가기에도 두려운 곳이다. 중심가를 벗어난 한적하고 외진 고속도로 입구 길거리 성매매 구역엔 여성들을 고르고 흥정하는 차들이 속도를 줄이고 들어선다. 도시 전역이 성매매업소가 허용돼 있는 베를린에서 구글맵을 켜고 성매매업소를 입력하면 여성들이 나체로 업소 안에 대기하는 대형 ‘FKK’업소와 복도식 아파트형 ‘Lauffhaus’업소까지 무수한 업소들이 지도위에 나타난다.

길거리 성매매의 위험성을 말하며 합법화를 얘기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합법화는 업종과 형태를 따지지 않는다. 허용된 구역이라면 길거리든 호텔이든 마사지든 그저 세금만 내면 된다. 여성들의 안전은 오직 성매매를 하며 살아갈 권리로 치환된다.

프랑크프루트에서 만난 성매매경험 당사자 활동가 ‘마리’는 이러한 현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착취와 학대로서의 성매매경험을 말하는 당사자에게 노동청 상담원은 ‘당신이 성매매를 즐기지 못한다니 유감’이라 하고 탈성매매를 위한 지원은 전혀 없다. 성매매에서 여성이 경험하는 착취와 학대, 이로 인한 트라우마는 ‘할만한 일’에 적응하지 못하는 개인의 문제로 축소되고, 여성 스스로를 탓하게 만든다. 성매매가 문제가 아니라 성매매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여성의 문제일 뿐인 것이다. 경쟁으로 저렴해지고 더욱 노골화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독일 성매매 알선시장이 만드는 모습이다.

‘얍윰’이라는 고급 유흥 성매매업소 업주 테호 호프의 자서전(2012) ©신박진영
‘얍윰’이라는 고급 유흥 성매매업소 업주 테호 호프의 자서전(2012) ©신박진영

성매매합법화가 만든 그들의 또는 우리의 모습

독일이 2002년 성매매를 정상적 거래로 승인한 이후 계약위반 등으로 여성이 구매자를 고소해 법정에 세웠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고 성매매산업의 확장과 인신매매의 증가, 성매매여성들의 착취적 상황 악화 등이 5년여가 지난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독일에서는 2017년 드디어 이에 대한 대책으로 새로운 법이 탄생했다. ‘네가 몸도 정신도 건강해야 할 수 있고, 출산 6주 이전부터는 안 되고, 거주할 집도 있어야 하고, 이걸 지키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해!’라고 새 법은 주문한다. 성매매여성들에게 모든 걸 책임지우는 이 법이 합법화된 상황을 개선시키는 유일한 대응책이다. 90% 이상이 이주여성들로 채워진 성매매시장에서 빈곤과 겹쳐진 인종, 나이 등 취약함 때문에 절망적 선택에 내몰리는 여성들에게 이 법은 가혹할 뿐 아니라 사악하다. 새로 만들어지는 법의 문제가 아니라 성매매합법화가 당연히 가져온 재앙일 것이다.

성매매여성들의 동의를 당당함으로 포장한다고 해서 성구매와 알선의 폭력적 본질이 사라지지 않는다. 자신의 몸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개인사업자가 되어 세금을 내는 성기(버자이너)라는 이미지, 70살이 되어서도 성매매를 하며 행복한 노후를 보내는 이미지의 광고 속에서 여성은 바로 그 용도로 만들어진 생명체가 된다. 도대체 여기 어디에 존엄이 있다는 것인가. 언제든 돈만 내면 사용할 육체로 준비되어 진다는 것이 성매매를 긍정해서 얻게 되는 유일한 것이다. 생존을 위한 노동이 모두 그러하다고, 바로 그런 노동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싸워온 역사를 쓰레기통에 처박아서 기껏 성구매를 당당한 소비로 만들고 포주질을 자랑스런 사업가로 만들어주는 ‘성노동’ 주장의 허상을 바로 매순간 목격한 끝에 우리는 죽은 ‘포주’의 당선을 보게 됐다.

신박진영 대구여성인권센터 대표
신박진영 대구여성인권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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