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D 한국지부 창립 2주년 기자간담회]
김수이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 아시아태평양 대표
“이사회가 다양성과 효과성 갖출 때 더 높은 재무실적 낸다”

김수이 캐나다 연금투자위(CPPIB) 아시아태평양 대표가 14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개최된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창립 2주년 포럼 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수이 캐나다 연금투자위(CPPIB) 아시아태평양 대표가 14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개최된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창립 2주년 포럼 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사회가 다양성과 효과성을 갖췄을 때 더 높은 재무실적을 내고, 나아가 장기적 가치 창출에도 도움이 됩니다.”

김수이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14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여성의 경영참여 확대: 여성이사할당제와 더우먼펀드’를 주제로 열린 세계여성이사협회(WCD, 이하 협회) 한국지부 창립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김 대표는 “CPPIB는 기업이 이사회 구성에 있어 성 균형을 포함해 높은 기준을 가지고 치밀하게 평가할 것을 요구한다”며 “우리의 목표는 CPPIB 등 연기금으로부터 자금이나 전문성 등을 지원받기 원하는 모든 기업이 이사회 구성에서 성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것을 포함, 이사회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CPPIB는 오늘날 기업에 요구되는 이사회 구성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넛지(간접적 자극) 또는 필요할 경우 직접 요구할 것이며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다른 연기금들도 비슷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내년 창립 20주년을 맞는 CPPIB의 이사회 구성 또한 3분의 1 이상이 여성으로 이뤄져 있다. 현재 이사회 의장 또한 여성이다.

김 대표는 “2022년까지 다양성과 포용성이라는 문화 아래 여성인재 개발과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와 같은 활동은 사내 고위 경영진, 인사팀 등에서 장기간에 걸쳐 공식 지원하면서 모든 부서가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풀뿌리 활동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4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개최된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창립 2주년 포럼 후 손병옥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 김수이 캐나다 연금투자위(CPPIB) 아시아태평양 대표, 이은형 한국여성경제학회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14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개최된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창립 2주년 포럼 후 손병옥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 김수이 캐나다 연금투자위(CPPIB) 아시아태평양 대표, 이은형 한국여성경제학회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그렇다면 성 다양성 개선을 위해선 어떤 방법들이 필요할까. 협회는 인위적 조치 없이 여성임원 확대, 여성이사회 멤버 확대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경험에 따라 ‘여성이사할당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또 최근엔 성 다양성을 갖춘 기업의 수익성, 장기지속성이 높다는 것이 입증되면서 투자수익률과 장기지속성을 추구하기 위한 ‘우먼펀드’ 등을 출시하기도 했다.

지난 8월엔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여성임원 할당제, 세계적 추세와 우리의 과제’라는 정책세미나를 열었다. 이후 최 의원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법인의 경우 특정 성의 이사가 이사회 정원의 3분의 2를 초과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한국의 여성 고위직 진출 현황을 보면, 상장기업의 여성 CEO는 0.73%에 불과하다. 또 대기업 집단 31곳의 핵심 사업회사 이사회 중 여성 등기 임원은 2.16%다. 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요 20개국 중에서도 꼴찌 수준이다. 제도 없이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최소 70년 이상이 걸린다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도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은형 한국여성경제학회장은 “여성이사할당제 도입은 이제 세계적 추세”라며 “영국의 경우 250명 이상 종업원을 둔 기업은 ‘성별임금격차 보고서’를 매년 제출하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기업은 2019년부터 이사회에 여성을 최소 1명 이상 선임하도록 하는 법안을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회장은 일본의 ‘우머노믹스(Womenomics)’ 사례를 언급했다. 아베의 다보스(Abe's Davos) 선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현재 여성 지도자 비율을 2020년까지 30%로, 여성이사 비율을 현재 3.7%에서 10% 목표로 잡았다. 여성이사가 없는 상장기업은 그 이유를 주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손병옥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이 14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개최된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창립 2주년 포럼 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손병옥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이 14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개최된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창립 2주년 포럼 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협회는 이와 함께 지난 1일 메리츠자산운용, 서스틴베스트, KB국민은행 등과 국내 최초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역량을 발휘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하는 ‘메리츠 더우먼펀드’를 국내 최초 출시했다.

이와 관련 손병옥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은 “해외사례를 점검해보면, 펀더멘털이 강한 기업 중 경영진과 이사회의 성별이 다양할수록 높은 주가 수익률과 더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등의 특징을 보인다”며 “기업의 고위 관리자 중 15% 이상을 여성이 차지한 기업이 10% 미만인 기업보다 수익성이 5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리츠 더우먼펀드는 국내 최대 규모 기업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지속가능 경영수준을 평가 분석하는 싱크탱크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와 협업해 앞으로 국내 기업들로 하여금 여성친화적인 기업문화를 만들어나가도록 장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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