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미투 200일, 피해 학생 보호 시급
80% 사립학교서 발생
사립학교법 개정부터

학생의 날인 3일 '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라는 주제로 열린 '스쿨미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김진수 여성신문 기자
학생의 날인 3일 '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라는 주제로 열린 '스쿨미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여성신문 

 

집회를 주최한 청소년페미니즘모임 활동가 양지혜(21)씨는 “학생이 성희롱 피해를 학교에 신고하면 오히려 학교에서는 이 문제를 경찰에 고발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학생에게 위협을 가한다”며 “조사 과정 중에도 가해교사나 학교측이 개별적으로 학생을 협박하는 2차 가해 문제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양씨는 또 “학교 신고 이후 학교폭력대책자체위원회가 열리는 경우에도 가해교사에 대한 징계 수위가 결정이 안 되고 가해학생에 대해 사과도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관련 내용을 SNS에 올리면 그때서야 해당 교사에 대한 징계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최은순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회장은 “학생들이 성희롱, 성폭력을 한 선생님을 신고했을 때 가해자와 피해자를 철저히 분리시켜야 하는데 이 부분이 실행되지 않고 있다”며 “우선 학교에서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동안 가해교사와 피해학생을 같은 공간에 두는 데 그 자체로 학생은 고통을 받기 때문에 심각한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가해교사로 지목된 교사가 경찰에 제자를 명예 훼손으로 고소하는 경우까지 생겨나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부산지방경찰청은 이달 1일 부산의 한 중학교 교사 A(56·여)씨가 경찰에 제자 3명을 명예 훼손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경찰 고소를 통해 “학생들이 내용을 부풀리거나 허위 사실을 사회관계망(SNS)에 올려 교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주변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의 비난과 따가운 시선도 심각한 2차 가해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3일 스쿨미투 집회 운영진을 맡았던 고등학교 1학년생 오서연씨는 “자사고 뿐 아니라 일반 고등학교에서도 스쿨미투로 학교와 주변 지역 평판이 나빠진다며 해당 학생들을 비난하거나 따가운 시선으로 본다”며 “교사들도 ‘너희들이 치마를 짧게 입고 다니니 그런 일을 당한다’는 식으로 학생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한 성추행이나 성폭력 사건을 조사할 때 학생에게 이를 반복해 말하도록 해 피해학생들이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은순 회장은 “교사의 성추행, 성폭력 문제를 신고하면 학교나 경찰에서 해당학생을 조사할 때 같은 진술을 수도 없이 반복하게 한다”며 “일단 어른들이 학생의 말을 믿어줘야 하는데 학교측이건 경찰이건 이를 믿지 않고 심지어 '그게 아니었다'고 학생을 설득하기까지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학교에서도 위클래스(상담실)가 시행되고 있지만 학생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학생들에게 용기 있는 행동을 북돋아주는 것 없이 '괜찮다'고 위로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서연씨는 이에 대해 “실제로 위클래스를 이용하려는 학생들이 별로 없다”며 “피해학생들이 일단 상담선생님을 신뢰하지 못하고 한번 말해도 고통스러운 일을 또 다시 말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스쿨미투의 80%는 사립학교에서 나오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는데 사립학교는 교육청 징계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도 그만이라 조사 자체가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사립학교법 개정이 시급함에도 이를 담은 스쿨미투에 대한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다.

다만 이번 스쿨미투 집회 이후 서울시 교육청이 이에 대한 응답으로 관련 대책을 발표하면서 향후 대응책 마련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스쿨미투를 방지하기 위해 교직원 성범죄 징계를 강화하고 사건의 상당수가 사립학교에서 발생한 만큼 교육청 행정처분을 불이행하는 학교를 제재하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제제방안에는 ▲인사, 연수, 포상 등 행정적 승인 및 선정 ▲교육환경개선 사업 ▲목적사업비 보조금 지원 ▲현안사업 관련 특별교부금 지원 ▲특별교육재정수요사업비 지원 사업에서 해당 학교를 배제해 불이행을 제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육청은 또 사립학교와 공립학교 교원이 동일한 처벌기준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교육부와도 협의할 계획이다. 또 가해 사실이 확인된 교직원이 받아야하는 가해자 대상 재발방지 연수 15시간을 30시간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성인권 시민조사관 20명을 위촉하고 여성단체와 핫라인을 공동 운영키로 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투명성, 공공성, 관계 평등성을 요구하는 흐름이 ‘스쿨미투’로 이어지고 있다”며 “변화된 사회 환경에 맞춰 학교 문화와 질서가 바뀔 수 있도록 이번에 대책을 마련했는데 교육공동체 신뢰 회복을 위해 모든 학교가 함께 해줄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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