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연대하고 참여해
차이가 차별을 낳는
잘못된 세상을 바꾸는
선거 혁명을 이룩해야 한다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1년 6개월이 지났다.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현 정부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을 국정 운영의 핵심 기조로 삼았다. 따라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부른 권력형 적폐를 청산하는 일에 매진했다. 지난 해 7월에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청사진인 ‘국정운영 5개년 계획’도 발표됐다. 국가비전으로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천명하고, 5대 국정목표로 국민이 주인인 정부, 더불어 잘사는 경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내세웠다. 더불어, 20대 국정 전략과 100대 국정 과제가 촘촘히 담겼다. 100대 국정 과제에는 굳건한 한·미 동맹 기반 위에 전작권 조속한 전환,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서비스 산업 혁신, 혁신을 응원하는 창업 국가 조성 등이 망라돼 있다. ‘일자리 81만 개 공약, 검찰 개혁을 위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도 담겼다.

문재인 대통령이 페미니즘 대통령을 표방했지만 애석하게도 100대 과제에서 젠더 평등은 핵심 국정 어젠다로 자리잡지 못한 것 같다. 올해 1월 서지현 검사의 용기있는 폭로로 시작된 ‘미투(#MeToo)’ 운동으로 실직적인 성평등 국가가 만들어 질 것을 기대했지만 물거품이 됐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1년 반 동안 가장 아쉬웠던 것은 성평등과 미투 운동에 대해 아직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 기관인 타파크로스가 지난 1년 반(2017년5월10일~2018년11월9일)동안 매스미디어, 트위터, 페이스북, 커뮤니티, 블로그 등을 대상으로 젠더 관련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는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성평등’에 대해서는 부정(56.1%)이 긍정(43.9%)보다 높았다. 놀라운 것은 ‘미투 운동’에 대해서 부정(86.7%)이 긍정(13.3%)을 압도했다. 우리 국민들은 미투 운동을 시작으로 남성과 여성간에 차별이 없는 진정한 성 평등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아직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지 않다.

이런 참담한 상황에서 지난 6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여성 유권자의 결집은 민주당의 하원 ‘탈환’을 이끌었다. 하원 전체 435석 가운데 민주당이 51.3%에 해당하는 223석을 확보해 8년 만에 다수당을 탈환했다. 2016년 대선에서 저학력 백인 남성이 트럼프 대통령 탄생을 주도했다면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여성들이 반트럼프 진영의 핵으로 부상했다. 2016년 대선 때는 미약했지만 여성혐오 발언을 쏟아내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분노와 불신이 ‘미투 운동’으로 뭉치면서 여성 파워의 무게감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실제로 CNN 출구조사 결과, 의회 선거에서 여성 유권자는 62%가 민주당을, 35%가 공화당을 찍었다고 응답했다. 반면 남성은 민주당(48%)과 공화당(49%) 지지가 비슷했다.

이번 하원 선거에서 민주당 승리의 결정 요인은 반트펌프 정서였지만 오바마 전 대통령의 민주당 지원 유세가 큰 힘을 발휘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투표 전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앉아서 기다리는 대신 행진하고, 결집하고, 투표했다. 우리는 역사를 만들었다”고 적극적인 투표 참여를 요청했다. 그는 “투표할 때, 여러분은 투표권을 보호할 힘을 갖는다”며 “(그 투표권으로) 형사사법 시스템이 법치 하에서 모든 이들을 공정하게 대우하도록 만들 수 있고, 여성이 일터에서 공정한 임금을 받고 직장 내에서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할 수 있다”고 했다. “만약 여러분이 그러한 힘을 갖고 투표에 나선다면 강력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며 “변화와 희망이 일어날 것이다. 공정함, 정의, 평등, 기회를 향한 우리의 한 발 한 발이 희망을 번지게 할 것”이라고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이런 격조 높고 울림이 있는 발언들은 한국 여성 유권자들이 앞으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무엇을 해야 할지를 잘 알려준다. 여성들이 힘을 기르고 연대하고 참여해서 차이가 차별을 낳는 잘못된 세상을 바꾸는 선거 혁명을 이룩해야 한다. 분명 분노와 저항을 근간으로 하는 축적의 시간이 여성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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