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 채용 감시할 정부 감독기구 필요"
"성차별 채용 감시할 정부 감독기구 필요"
  • 이유진 기자
  • 승인 2018.11.16 11:19
  • 수정 2018-11-16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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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 채용 기업 잇따라
'벌금형' 판결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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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성차별 채용 기업들에 대한 법원 판결이 잇따라 나오기 시작하면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해당 사업주에 대한 처벌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기업의 채용 단계별 성비를 공개해 투명성을 높이고 이를 관리·감시할 정부 감독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특히 은행권 성차별 채용에 대한 첫 판결이 벌금형에 그치면서 다른 은행들 또한 더욱 낮은 수위의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KB국민은행이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고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등이 재판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은 2015년 상반기 신입행원 채용 과정에서 여성 지원자 112명의 점수를 하향조정해 불합격시켰다. 하나은행은 2013~2016년 신입행원 채용 과정에서 남녀 채용비용을 4:1로 설정해 성별에 따라 별도의 커트라인을 적용한 혐의를 받는다. 신한은행 또한 2013~2016년 남녀 성비를 3:1로 임의로 맞춰 총 154명의 서류전형과 면접점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지난해 7월 여성을 고의·반복적으로 채용에서 배제하는 사업주에 대한 최고형을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제·개정했다.

하지만 관련 법안은 채용 규모가 큰 사기업보다 일부 공공기관에만 적용되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 10일 법원은 청년인턴 선발 과정에서 140명이 넘는 여성 지원자를 고의로 탈락시킨 대한석탄공사 전 사장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2015~2016년 상반기 공채 과정에서 여성 지원자 31명의 면접점수를 조작한 가스안전공사 전 사장은 지난달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여기에 최근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인 킨텍스가 2018년 1월 서류 전형에서 여성 43명을 부당하게 탈락시킨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정부가 전면적인 해결책을 내놓은 지 1년도 안 돼 공공기관에서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해결방법으로 ▲해당 사업주 처벌 및 제재 강화 ▲채용 단계별 성비 공개 ▲기업 관리·감독 조직 전담기구 설치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미진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대표는 “남녀고용평등과 관련 기업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정부 조직이 필요하다”며 “현재로썬 고용 성차별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와 고용노동부 노동청 두 곳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인권위의 권고는 강제성이 없고, 노동청의 경우 위법사실을 확인해 형사처벌을 요구할 수 있지만 관련 사실을 판단할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에 따르면 채용 성차별 관련 입증책임은 전적으로 사업주한테 있다. 예를 들어 여성 지원자들이 남성 지원자에 비해 현저하게 적게 고용된 상태인데 이에 대해 사업주가 합리적인 근거를 밝히지 못한다면 법리상 문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채용과정에서 총 지원자 수와 최종 합격자의 성비 등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탈락 이유를 모르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어렵다.

최 대표는 “채용 단계별 성비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이유는 수치를 통해 차별 혐의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KB국민은행, 석탄공사와 같은 직접적인 증거 조작을 통한 차별 이외에도 성 역할 고정관념이라든가 편견에 따른 낮은 점수 등 간접차별은 데이터가 없어 문제제기를 하기 더 어려운 상황이다. 단계별 성비만 공개돼도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대통령직속일자리위원회의 ‘채용 성차별 해소 방안’에 따라 현재 공공기관은 면접 응시자들의 성비 기록을 보관, 은행은 최종합격자 성비를 경영공시를 통해 주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반면 민간기업의 경우 관련 ‘성평등 채용 가이드라인’을 배포했을 뿐 따로 규제는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기업 측에선 채용 단계별 성비 공개가 무리한 요구라는 주장도 나온다.

기업 인사담당자 A씨는 “다양한 문제로 최종 결과에 대한 성비를 공개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인데 단계별 성비를 공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민간기업에 있어 인사권은 경영 권한의 일부다. 시장과 무관한 요구사항이 들어온다면 이것이 과연 맞는 행위인지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기업의 경우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지원자가 탈락 사유를 문의했을 때 왜 떨어졌는지 이유를 소명할 수 있어야 하는 부분”이라며 “기업별로 다양한 채용 과정이 생겨나고 있는 이유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여성 지원자들 또한 성차별 채용의 장벽을 그 누구보다 심하게 느끼고 있었다. 인크루트가 여성 청년 구직자 593명을 조사한 결과, ‘우리 사회에서 남성보다 여성의 취업장벽이 더 높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응답자의 93%는 ‘동의한다. 취업에서 여자는 불이익을 받는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72%가 ‘실제 구직활동을 하면서 여성으로서 불이익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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