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민주당보좌진협의회 첫 여성 회장 조혜진 보좌관
4급 보좌관 중 여성은 7.5%뿐
회장 출마에 여성 보좌진들 환호
각종 활동에 여성 50% 참여시킬 것

 

민주당보좌진협의회 첫 여성회장으로 당선된 조혜진 보좌관을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민주당보좌진협의회 첫 여성 회장으로 당선된 조혜진 보좌관을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 이정실 여성신문

 

대표적인 남초 집단인 국회에서도 국회의원 보좌관의 남성 쏠림은 더욱 심각하다. 국회 보좌진 가운데 가장 높은 직급인 4급 보좌관 중 여성은 7.5%로, 비율만 놓고 보면 여성이 국회의원(17%) 되는 것 보다 더 오르기 힘든 자리다. 보좌진들이 입법과 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어 여성의 비율이 중요하다.

국회 보좌진들의 단체 중 한곳인 더불어민주당보좌진협의회(민보협) 제28대 회장 조혜진 보좌관의 당선은 의미가 크다. 민보협의 출범 이래 첫 여성 회장인 그는 단독 입후보하면서 회원 900여명 중 521명에게 추천서를 받았다. 출마 조건은 30명이지만, 그를 지지하는 여성 보좌진들이 그를 대신해 추천서를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어느 순간 여의도에서 주목받는 인물이 됐다.

여성 보좌진들의 지지는 친화력 좋은 성격없이 불가능하지만, 복지를 내세운 선거 공약도 큰 몫을 했다. △연가, 출산 및 육아휴직, 주52시간 근무 보장 등 근무 환경 개선 △권리향상을 위한 법적·제도적 개선안 관철 △모든 제도·지원·선출에 여성보좌진 참여율 50% 달성 등이다.

조혜진 회장을 9일 그의 직장인 서영교 의원실에서 만났다. 제16대 국회 정범구 의원실에 입사해 16년째 보좌진으로 근무하고 있는 조 회장은 국회가 예전에 비해 여성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했다.

“보좌진 중에 여성이 16년 전보다 훨씬 많아졌죠. 당시에는 각 의원실 대다수가 일정이나 행정을 담당하는 비서들 한명 빼고 다들 남자였어요. 이젠 대부분 2명 이상 있고, 비례대표 1번 박경미 의원님은 보좌진 대다수가 여성인데 실력대로 뽑은 결과라고 했어요. 여성의 설 자리가 조금씩 넓어지고 있어요.”

다른 대부분의 직장이 그렇지만, 정치권에서 출산과 육아는 특히 난제다. 조 회장은 “육아휴직을 쓰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눈치를 많이 본다”면서 “특히 선거철이 오면 임신, 출산을 겪는 여성 보좌진이 힘들어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의원의 인식 변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보좌진의 노동 환경 개선은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젊은 의원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우리 보좌진들이 뭉쳐서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조 회장의 소신이다.

그의 당선이 알려지면서 여성 보좌진들이 민보협에 가입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는 공약 중 하나인 운영진 절반 여성 참여는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고 “양성평등부회장도 만들었다”면서 웃었다. 52시간 근무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공약이라는 게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것, 방향성과 의지를 담은 선언인 셈”이라고 했다.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을 법으로 만들어낸 이들이 바로 보좌진들이었어요. 계속해서 희망을 얘기하다 보면 현실로 이뤄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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