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코르셋 만화 '달려가는 여자'·'아름다운 애완인간' 트위터서 화제
만화 그린 대학생 A씨
우연한 기회로 탈코르셋 운동 접해
"외모보다 꿈 향해 달려가는 내가 좋아"
"페미니즘 활동 멈추지 않겠다"

만화 '달려가는 여자'의 한 장면. ⓒ달려가는 여자
만화 '달려가는 여자'의 한 장면. ⓒ달려가는 여자

“아름답고 싶은 욕구는 사회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 수 있습니다. 외모에 억압받지 않는 그런 사회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여성들은 태어나자마자 ‘꾸밈’을 강요받는다. ‘여자’처럼 보이기 위해 치마를 입고 화장을 해야 한다. 여성들은 그렇게 남들보다 더 예뻐지기 위한 레이스를 펼쳐야 한다. 남성들은? 그런 경쟁을 즐길 뿐이다.

만화 ‘달려가는 여자’의 한 장면이다. 최근 여성들 사이에서 확산하는 탈코르셋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여성들은 아름다움이라는 억압 속에서 달리고 남성들은 그 관중석에서 구경한다. 만화는 여성의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남성들을 꼬집고 아름다움을 강요하는 사회를 비판한다. 또 여성들이 아름다움이라는 강박에서 해방돼야 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 평범한 대학생이 그린 이 작품은 트위터를 통해 연재됐다. 펜으로 만화를 그린 뒤 트위터에 올리는 방식이었다. 첫 화는 2만 번 이상 리트윗이 될 정도로 화제가 됐다. 탈코르셋 운동에 동참하면서 관련 만화를 그린 대학생 A씨를 지난 12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자신을 트위터 닉네임 ‘누군가’(@someone_fmns)로 소개했다. 트위터에서 '사이버 불링'(온라인 집단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탈코르셋 만화 '아름다운 애완인간', '달려가는 여자'를 그린 대학생 A씨. ⓒ김진수 여성신문 기자
탈코르셋 만화 '아름다운 애완인간', '달려가는 여자'를 그린 대학생 A씨. ⓒ김진수 여성신문 기자

“남성이 여성이 외모를 꾸미는 데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을 정말 안타깝게 생각했다면 사회가 바뀌었을 거다. 그런데 많은 남성이 공감하고 있지 않은 거다. 아름다운 모습을 즐기고 싶고 아름다움을 만들어 주기 위해 코르셋을 팔고 성형수술로 이익을 취한다. 그런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고 싶었다.”

A씨가 탈코르셋을 주제로 처음 만화를 그린 것은 올 초 연재한 ‘아름다운 애완인간’이다. 우연히 트위터에서 ‘애완인간’이라는 용어를 봤고 즉흥적으로 만화를 그렸다. 원래 만화가를 꿈꿨던 A씨의 솜씨였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은 애완견으로 그려진다. 남성들에게 원하는 스타일에 맞춰진 아름다움이라는 의미다. 작품은 여성이 사회가 억압하는 아름다움에서 벗어났을 때 진정한 주체적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결론으로 매듭짓는다.

이 만화는 A씨의 경험담이 녹아 있다. A씨는 약 1년 전 트위터에서 탈코르셋 운동을 접했다. ‘긴 머리가 여성을 대표하는 게 아닌데 왜 난 이런 세상에서 살고 있었을까’는 생각을 했다. A씨는 화장을 멈추고 머리를 잘랐다. 그러나 당시 남자친구는 “하지 말라”며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A씨는 남자친구에게 올 4월 이별을 선언했다.

애완견에서 주체적인 인간이 된 주인공이 여전히 애완견에 머무르고 있는 여성을 바라보는 장면은 트위터에서 비판받기도 했다. 탈코르셋을 안한 여성을 동물로 그렸다는 게 이유였다. A씨는 “만화가 ‘꼭 탈코르셋 운동을 해라’는 의미는 아니다. 데이트 폭력 같은 사건이 있다는 건 남자가 여자를 애완동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는 거다”라고 말했다.

'아름다운 애완인간'의 한 장면. ⓒ'아름다운 애완인간'
'아름다운 애완인간'의 한 장면. ⓒ'아름다운 애완인간'

응원도 있었다. ‘쭉빵카페’, ‘여성시대’ 같은 여초사이트에서 ‘아름다운 애완인간’은 지지를 받았다. 댓글이 300개나 달릴 정도였다. 이 작품은 올해 12월 단행본 발간을 앞두고 있다. 텀블벅으로 비용을 꾸릴 예정이다. ‘달려가는 여자’는 일본인 ‘트친’(트위터 친구)의 번역으로 일본어판으로도 접할 수 있다.

탈코르셋 운동을 접한 후 A씨의 삶도 달라졌다. 항상 붉은색 틴트를 바르고 화장을 해야 외출할 수 있었던 그는 이제 모든 걸 접었다. 대신 자신의 미래에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다만 기존 친구들은 이런 A씨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외모 꾸미는 것에) 신경을 끄니까 너무 편하다. 외모에 대한 관심을 줄였지만 삶이 무료하지 않다. 아마 친구들은 나를 머리 깎은 스님처럼 생각할 거다. ‘넌 남자들에게 인기 있는 스타일인데 왜 그래’라고 한다. 지금은 나의 꿈에 관심을 두는 게 더 재밌다. 여성들도 꾸미는 것 말고도 재미있는 게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꾸밈이라는 것도 어릴 때부터 (사회로부터) 배운 거다.”

A씨는 혜화역 시위, 스쿨 미투 등 페미니즘 관련 집회에도 꾸준히 나가고 있다. 현재는 학생들에 대한 만화를 그리기 위해 준비 중이다. A씨는 “화장을 하지 않았다고 학교에 마스크를 하고 여학생이 있다고 한다. 또 동급생에게 성폭행을 당한 여학생이 가해자와 함께 있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준비 이유를 밝혔다.

“페미니즘은 남자를 이해시키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여성이 탈출하기 위한 운동입니다. 미디어에서 코르셋을 조장하고 여성들을 화려하게만 그려요. 저의 만화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앞으로 가질 직업과 별개로 어떤 식으로 활동할지는 모르겠지만 멈추지 않을 거예요.”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