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가로막는 말들 부수자” 검은 천 벗어 던진 시민들
“미투 가로막는 말들 부수자” 검은 천 벗어 던진 시민들
  • 이유진 기자
  • 승인 2018.11.10 15:11
  • 수정 2018-11-13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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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이 10일 서울 종로 다시세운광장에서 ‘#미투, 세상을부수는말들’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이 10일 서울 종로구 다시세운광장에서 ‘#미투, 세상을부수는말들’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다시세운광장서 ‘미투는 계속된다’ 외침   

시민 200여명 관련 법안 통과 한목소리 

11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다시세운광장. 검은 옷을 입고 검은 천을 두른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종로 일대를 행진하기 시작했다. ‘피해자 맞아?’ ‘그 여자 꽃뱀 아냐? 왜 싫다고 말을 안 했대?’ ‘걔 원래 문제 많았잖아’ ‘너 하나 그런다고 안 바뀌어 유난 떨지 마’ ‘미투? 꽃뱀들이 좋아하겠네’ 이들의 피켓에는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여성들이 성차별과 성폭력을 경험해도 말하지 못하도록 가로막아왔던 수많은 말들이 적혀 있었다. 이날 시위에 참석한 200여명의 시민들이 현장에서 직접 적은 문구다. 

이어 행진에서 돌아온 이들은 일제히 덮고 있던 검은 천을 벗어던지고 구호를 외치며 각자 들고 있던 피켓을 나눠 부수기 시작했다.  ‘웹하드 카르텔’ ‘채용 성차별’ ‘학교 내 성폭력’ ‘불법촬영’ ‘남초정치’ ‘역고소’ ‘2차피해’ ‘백래쉬’ 등 의제별 피켓이 마치 도미노처럼 순서대로 부서지기 시작했다. 일부 시민들은 부서진 피켓 위를 밟고 당당히 그 위에 섰다. 곳곳에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왔다. 

이번 퍼포먼스를 주최한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이하 미투시민행동)은 이번 퍼포먼스에 대해 “검은 천은 말하기를 가로막고, 위축시키고, 억압하는 수많은 장벽들을 의미한다”며 “검은 장막들은 사람들의 시야를 가린 채 불평등한 사회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고, 근본적인 대책이 무엇인지 생각할 수 없게 만든다. 검은 장막을 벗어 던져 끝까지 함께 변화를 만들어가겠다는 다짐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웹하드 카르텔, 스쿨미투, 채용성차별 등 다양한 의제들이 미투운동을 통해 세상에 드러났고 많은 시민이 성차별적 현실에 공분하고 있지만 변화는 더딘 상황”이라며 “미투 법안들은 여전히 통과되지 않고 있고, 미투 운동에 대한 백래시도 사회 전반에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실을 바꿔나가기 위해선 관련 법안의 제정 및 개정 또한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미투 관련 법안 대부분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 5일 정의당 정책위원회가 분석한 교육분야 미투 관련 법안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약 1년 반 동안 미투 법안은 모두 16건 발의됐다. 하지만 이들 법안 가운데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은 하나도 없다. 또한 법 개정과 함께 미투 관련 예산 확보 또한 어려운 현실이다. 내년도 신규사업 중 하나인 대학분야 성폭력 근절 지원 체제 구축 사업의 경우, 교육부가 앞서 30억원의 예산을 요구했지만 기획재정부의 심의 과정에서 10분의 1인 3억원으로 축소됐다.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이 10일 서울 종로 다시세운광장에서 ‘#미투, 세상을부수는말들’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이 10일 서울 종로 다시세운광장에서 ‘#미투, 세상을부수는말들’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날 시위는 ‘당신이 바뀔 때까지 미투는 멈추지 않는다’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 아래 모인 시민들이 현수막 아래서 힘찬 파동을 만들어내면서 끝이 났다. 참가자들은 “대형 현수막에 적힌 ‘당신’은 성폭력 가해자 개인이기도 하지만, 성폭력을 가능케 하는 문화를 만들어낸 남성연대이기도 하고 성폭력 통념을 확산하는 언론이기도 하다”며 “수많은 ‘당신’들이 변화할 때까지 미투운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외쳤다.

이어 이들은 “이번 퍼포먼스에서는 미투 운동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변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멈추지 않을 것임을 드러내기 위함”이라며 “미투 운동은 공고하게 유지되던 성차별적인 구조를 부수는 ‘세상을 부수는 말’임과 동시에 세상을 성 평등하게 다시 세우는 말이기도 하다. 미투의 외침이 사회에 더욱 잘 들리고,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힘을 모을 것”이라고 소리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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