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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북한 풍경

정부가 추산한 북한의 2003년 양곡회계연도(2002.11∼2003.10) 식량 수요량은 지난해보다 6만톤 는 632만톤이다. 그러나 올해 북한내 곡물 총생산량은 413만톤에 불과하다. 국제연합식량계획(WFP) 지원분 51만톤, 우리 정부의 지원분 25만톤을 감안해도 143만톤이 모자란다는 얘기다.

지난해 가을 뒤 식량지원을 받지 못한 북한 주민 300만명을 먹이려면 당장 8만톤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최근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 지원은 크게 떨어질 게 뻔하다. 우리 정부의 지원도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다.

모리 스트롱 국제연합 특사는 북한 관리들을 만나 북한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14일 베이징에서 평양을 향해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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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남한 풍경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01년 쌀 재고가 989만석이다. 지난해말 추정 재고량은 1000여 만석. 지난해 하반기 북한에 300여 만석을 북한에 지원한 뒤에도 쌀은 여전히 남아돌고 있다. 수십년간 증산 위주로 진행돼온 양정의 결과다. 이들 쌀을 보관하는 데 드는 돈만 1년에 500억원이 넘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년엔 세계무역기구(WTO) 쌀 재협상이 시작돼 우리 쌀 시장은 전면개방에 노출되고, 올해부터 쌀 의무수입량(최소시장접근물량 MMA)도 크게 늘어난다.

농민들은 남아도는 쌀을 썩히지 말고 ‘누이 좋고, 매부 좋게’ 북한에 보내자고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굶주림에 허덕이는 북한 동포들은 우리 쌀을 먹게 돼 당장 생존을 해결하고 남는 쌀 때문에 쌀값이 떨어져 본전도 못찾는 우리 농민들은 노력한 만큼 대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러나 쌀 대북지원에 아주 인색했다. 300만석 지원 때 국회에선 “군량미를 주자는거냐”며 딴죽을 거는 야당 의원들의 고집에 한바탕 소란을 겪기도 했다.

본지는 굶주림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을 돕기 위해 ‘남는 쌀 북한 보내기운동’을 벌일 것을 제안한다. 북쪽은 쌀이 모자라 수백만명이 굶주리고 있는 반면, 남쪽은 남는 쌀 때문에 온 국민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왜곡된 현실을 바로잡자는 취지에서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정현찬)·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회장 서정의) 등 농민단체들은 지난해 남는 쌀 북한보내기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여왔다. 이에 힘입어 정부는 하반기에 300만석을 차관 형식으로 북한에 보내긴 했지만, 국내 재고문제를 풀기엔 역부족인 실정이다.

북한, 최악 식량난 위기

그러나 최근 북한과 미국이 핵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소 규모로 진행돼 온 대북지원은 언제 끊길지 모르는 위기에 빠졌다. WFP등 국제기구의 지원도 사실상 칼자루를 쥔 미국의 압력으로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이들은 북한 주민들이 남쪽의 쌀 지원을 가장 현실적이고, 또 ‘자존심에도 상처를 덜 받는’ 도움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하고 있다. 대북지원을 벌여온 민간단체들이나 평화운동에 주력해 온 여성단체들도 이런 상황을 감안, ‘인도적 북한돕기 운동’에 다시 돌입할 태세다.

대북지원 민간단체들의 모임인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는 15일 신년하례회를 갖고 올해 대북지원 방향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북한이 핵개발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남북관계가 답보 상태에 있지만, 이럴 때 가장 큰 피해자는 북한 주민들”이라며 “핵문제와는 별도로 인도적인 대북지원을 계속해야 한다”고 결의했다. 참석자들은 또 올해 북한의 식량난이 예년보다 훨씬 심각할 것으로 예상돼, 국민들에게 이를 적극 알려 모금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여성단체들도 같은 생각으로 올해 통일·평화운동에 적극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연·공동대표 이오경숙)은 8일부터 이틀동안 연 올해 정기총회에서 ‘한반도 위기예방 및 평화실현을 위한 활동’을 핵심과제로 채택했다.

여성·시민단체 북한돕기 운동 팔 걷어

여연은 ‘한반도 위기예방, 평화실현을 위한 여성운동의 역량을 강화하고 여성주의적 평화운동을 확산’하는 것을 목표로 북한동포를 위한 식량지원 요구활동, 회원단체 평화·통일교육 강화 등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여연은 또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유지하기 위한 활동을 벌이고 미국의 일방주의에 따른 전쟁시도를 막는 국내외 반전여성평화운동을 펼 계획이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이김현숙 평화를만드는여성회 대표는 “지금 한반도의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시의적절한 캠페인으로 아주 반가운 일”이라며 “여성신문의 캠페인이 온 국민의 북한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여성문제에 몰입돼 있는 여성계의 운동영역을 확장하는데도 이바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김 대표는 “힘겹게 버텨온 북한이 다시 최악의 식량위기에 빠져들고 있다는 게 국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어린이와 임산부, 노인 등 취약계층은 이중삼중고에 허덕이고 있으며 이런 사실을 국민한테 알리는 게 급선무”라고 당부했다.

이김 대표는 특히 “남는 쌀 북한 보내기운동은 남과 북에 모두 도움이 될뿐더러, 국민들한테도 호소력이 높은 효과적인 캠페인이 될 것”이라며 “여성들이 이 문제에 앞장서 나선다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영환 기자ddarijo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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