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당선자 여성공약 헛공약 되나

인수위 경제쪽 치중 여성분야 소홀 지적

호주제·공보육강화 여성계 여론 제대로 읽어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위원장 임채정)를 바라보는 여성들의 눈길이 걱정스럽다. 인수위가 초기 혼란을 수습하고 정력적인 활동을 펴고 있지만, 여성계 현안들이 뒤로 밀리는 듯한 인상을 주는 탓이다. 경제문제가 인수위의 정책·운영방향을 좌우하면서, 여성공약이 그에 따라 휘둘리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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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운데)가 10일 열린 국민제안센터 개소식에서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인수위가 여성계 여론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인수위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7%→5%) 수정 여부를 놓고 이달초 한 차례 몸살을 겪은 바 있다. 진행중인 사안이긴 하지만 성장률을 떨어뜨릴 경우 이와 직결된 여성 일자리 50만개 창출 등 공약은 애초 취지에서 벗어날 공산이 크다.

일부 언론과 단체들은 벌써부터 여성 일자리 창출, 공보육 강화 등 여성관련 공약들이 현실성이 없다며 이를 폐기하라고 부추기고 있다. 여성들은 인수위가 ‘위기의식’을 갖고 예산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아울러 여성부가 10일 인수위에 보고한 호주제 폐지방안도 손을 봐야 한다는 주문이다. 각계 인사가 인수위에 보내는 ‘쓴소리’를 들어봤다.

예산부터 확보하라

“일자리·공보육 헛공약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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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백 /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먼저 짚지 않을 수 없는 게 여성 인수위원의 숫자다. 25명중 3명이다. 노 당선자의 여성관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며, 이 때문에 여성공약이 후퇴하리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노 당선자가 여성 일자리를 50만개 만들겠다고 했을 때, 우리는 실현 가능성을 줄기차게 물었다. 성장률을 7%로 올리고 동북아 중심지로 거듭나면 가능하다는 답뿐이었다. 그렇게 할 청사진이 지금 있나. 언론 등쌀에 성장률을 내리려고 하지 않나.

거꾸로 한번 보자. 보육문제를 해결하면 여성들이 시간을 벌고, 따라서 일자리는 자연히 창출된다. 예산과 전략이 없는 일자리 창출은 현 정부처럼 단기적인 공공근로 형태로밖에 될 수 없다. 이는 또다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바라보는 인수위의 시각도 애매하다. 노 당선자는 비정규직 자체를 줄이겠다고 했는데, 인수위는 차별을 없애는 쪽으로 후퇴하는 듯하다. 겨우 두세 달만에 폐기처분할 공약을 한 것인가. 경제쪽을 우선시하더라도 성인지적 관점에서 해야 한다.

당선자는 아이 맘놓고 낳으면 키워주겠다고 약속했다. 인수위가 이렇게 가면 여성들이 청와대에 아이들 내려놓고 시위를 벌이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겠나.

호주제 폐지방안 수정해야

“1인1적제가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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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광순 / 개혁국민정당 서울시여성위원장

여성부가 최근 3단계 호주제 폐지방안을 내놨는데 미흡하다. 개인별 1인1적제로 가는 것을 확실하게 못박아야 한다. 여성부 설치가 위헌이라는 남성단체의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이런 때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뒤로 밀린다.

인수위는 이런 상황에 대해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아직 일천한 양성평등 의식이 사회 전체에 고루 퍼지도록 문화적·제도적 노력을 해야 한다. 인수위가 그런 분위기와 시스템을 제시해야 한다.

얼마전 초등학교를 갔는데, 결식아동이 지금도 많았다. 대부분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이었다. 한부모가정 지원대책이 절실하다. 여성을 위하는 정책은 곧 사회 전체를 건강하게 하는 일이다. 보육문제, 여성고용안정도 마찬가지다.

비정규직 철폐

“공공부문 실태조사, 법개정으로 철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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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림 /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

인수위에 이미 제안서를 보냈다.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는 법개정 이전에 인수위가 해야 할 일 있다. 정부 부처와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실태를 조사하는 일이다. 외환위기 뒤 대대적인 하위직 인력감축으로 비정규직이 크게 늘었다. 이것부터 고쳐야 한다.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해서도 노동조합법과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동부가 공정거래법을 손질해서 특수고용노동자단체를 허용하겠다고 했는데, 이것으로 노동3권을 보장할 수 없다. 자영업자가 아닌 노동자로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행정지도 강화방안도 급하다. 근로기준법을 모든 사업장에 적용하려면 명예근로감독관제를 도입해야 한다. 현재 감독관의 업무중 90%가 임금체불이고, 한 사람이 1000개 사업장을 맡고 있는 실정이다. 명예감독관제 도입으로 민관 협력시스템을 만들면 풀 수 있다.

여성농민 대책이 없다

“복지·보육 사회안전망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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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용옥 /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국장

인수위에서 연락 한 번 없었다. 여성위원 있으면 뭐하나. 구색맞추기 아닌가. 특히 여성농민의 목소리는 누구도 대변하지 않았다. 현장 생산자의 얘기를 듣지 않은 갖가지 대책은 아무 소용이 없다. 자문을 해도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그게 무슨 자문인가.

여성농민을 보호할 사회안전망이 시급하다. 여성농민 평생건강관리시스템, 순회서비스제, 보건소에 공중한의사 배치 등이다. 5세 이하 어린이 무상보육을 농촌부터 시작하자. 최소 1개 면에 하나씩 농촌형 국공립 보육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방안을 실현하려면 여성농업인정책자문위를 각 도에 설치하고, 농림부 내 각 위원회에 여성농민이 20%이상 참여해야 한다. 여성농어업인육성법도 이런 관점에서 고쳐라. 여성농민의 노동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도 필요하고, 후계여성농업인 선정도 낮춰야 한다.

인수위가 이런 요구를 알고 있는지나 모르겠다. 여성농민이 농업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2%로 절반이 넘는다. 문제는 이들을 지원할 예산이다. 중앙정부의 역할이 아주 크다. 인수위가 우리 목소리를 잘 듣고 좋은 방안을 만들기를 기대한다.

여성장애인 포괄적 지원

“출산·육아수당 신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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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자 / 여성장애인연합 대표

여성장애인의 여론을 인수위에 전했다. 여성장애인의 임신·출산·육아를 국가가 수당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급하다. 병원을 못 가는 이들이 전체의 60%다. 이들이 자연스럽게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폭력방지대책, 평생교육 시스템도 개발해야 한다. 여성장애인들은 또 가내수공업 형태의 직업에 몰려있다. 다양한 직업군을 만들어 이들의 취업·사회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정관계 진출 확대, 성매매방지법 제정

“여성 목소리 대변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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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희 /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정치개혁위원장

(인수위 사회문화여성분과 자문위원)

여성계 대표로 인수위 자문위원을 맡은 만큼, 여성 여론을 대변하겠다. 3대 핵심요구안 만큼은 반드시 관철하겠다. 여성의 정관계 진출, 정치세력화가 이번에 실질적으로 진전될 것으로 기대한다. 성매매방지법 제정 분위기도 인수위가 이끌어야 한다.

남북 여성교류 전면 보장

“남북문제 주도해야 평화 온다”

손미희 / 반미여성회 집행위원장

여성을 비롯한 남북 민간교류를 전면 보장하는 방안을 만들라. 6·15남북공동선언의 정신을 바탕으로 남북문제를 주도적으로 풀 비전을 마련해야 한다. 노 당선자가 당당한 대통령이 될 수 있게 미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여중생 사망사건을 어머니의 눈으로 보면, 소파개정 문제에 적극 나설 수 있다고 본다.

지금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감옥에 있거나 수배중인 여성이 많다. 겨울이 되면 여성들은 이중삼중고를 겪는다. 당선자가 국보법 개정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인수위는 법개정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수배도 풀어야 한다.

소외당하는 여성 노동자·농민을 위한 대책이 여태 나오지 않고 있다. 특히 여성농민 복지·교육·보육 지원대책이 시급하다는 게 현장의 절실한 여론이다.

배영환 기자ddarijo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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