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 실천을 몸으로 행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선생님들이 큰 일(?)을 저질렀다.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2박3일 동안 건국대 충주캠퍼스에서 600여 명의 발표자, 4백여 명의 사회자, 자문평가위원, 1500여 명의 토론자 등 총 3000여 명의 선생님들이 참석한 가운데 ‘교사촵학생의 관계를 새롭게’란 주제로 제2회 전국 참교육실천보고대회(이하 보고대회)를 개최한 것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참교육실천보고대회”

자발적 연구성과 교사들과 공유… 총 906편의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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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참교육실천보고대회는 교육전체영역에서 1년간 연구 실천한 결과물이다. <사진제공·전교조>

전교조 원영만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은 물과 물고기의 관계처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를 위해 교사가 철학과 전문성을 갖고 교육하려고 하면 제왕처럼 군림하는 학교장과 교육당국에 의해 막히곤 한다”며 “이런 잘못된 환경을 고치는 일 또한 참교육을 위해 우리가 달성해야 할 과제다”고 밝혔다.

전국 교사들의 1/3인 9만4000여 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한 전교조가 규탄집회가 아닌 참교육을 위한 연구집회에 그것도 3000여 명이 모인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 행사를 주관한 전교조 ‘참교육 실천위원회’ 현원일(45) 위원장은 “이번 행사는 교과영역, 학생생활영역, 교육정책영역 등 교육 전체 영역에서 1년간 연구 실천한 결과가 총집결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교육실천보고대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보고대회에는 작년의 두 배가 넘는 총906편의 보고서가 제출됐으며 이중 분과별 토론회를 거쳐 전국대회에 추천돼 올라온 것은 약 500편이다. 여기에 전교조 본부의 분과에서 별도로 준비한 1백여 편을 합하면 총 6백편의 보고서로 분량만 1만2544쪽이다. 또 기존의 포상에 따른 승진 점수를 따기 위해 형식적 연구 발표에 머물렀던 학내 ‘연구 발표대회’와 달리 자발적으로 연구에 참여해 그 성과를 다른 교사들과 공유하려는 모습은 높이 평가받을만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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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위원장은 “보고대회에 참여하는 모든 참가자, 특히 토론자들은 2004년 발표자의 역할을 가지고 참가해 보고대회가 단순히 일회성 이벤트가 아님을 보여줬다”며“ 이는 전교조의 ‘참교육’이라는 이념이 구호나 개인적 실천에 그치지 않고 전문적인 노동조합으로 질적 역량을 높이고자 하는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전교조는 내년 보고대회 주제를 ‘경쟁과 시장화를 넘어 교육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자’로 정했다. 다음은 각 분과별 발표내용 중 추천할 만한 실천사례들이다.

▲ 교과 영역 : 초등교과 〈국어과〉 부문에서 경남 진주 이반성초등학교 전인곤 교사는 ‘무엇으로 말하기 교육의 경직성을 극복할 것인가’를 주제로 말하기 교육을 구체화하기 위해 연극적 방법을 수업에 적용하는 구체적인 사례를 발표했다. 인천 조동초등학교 성지현 교사의 ‘책읽어 주는 선생님’은 교사가 직접 책을 읽어주고 아이들과의 의사소통을 시도한 대목이 돋보였다. 〈사회과〉는 부산 해운대 신재초등학교 양용철 교사가 ‘현장학습, 이제는 학습지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를 주제로 부산 유적지 일부를 답사하며 실시한 여러 체험활동과 사전, 사후학습의 과정을 잘 보여줬다. 〈미술과〉 부문에서는 서울 고일초등학교 이부영 교사가 ‘초등 미술교육, 아이들의 삶이 바탕돼야 한다’며 현장 미술교육의 잘못된 인식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과 대안을 제시했다. 〈음악과〉는 경남 창원초등학교 양재욱 교사가 ‘국악에 눈뜨는 아이들’을 주제로 우리 음악을 재미있게 느끼게 하고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각종 방법을 고민한 성과를 드러냈다.

중등교과 〈가정분과〉 부문에서는 대구광역시 안심여중 우혜정 교사가 ‘사회 참여를 통한 먹거리 문화 개선, 우리가 직접 나선다’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식품들의 다양한 문제를 인식시켜 식품업소 방문, 캠페인, 홍보 등 사회 참여 운동까지 이끌어낸 수업실천사례를 발표했다. 〈미술분과〉 부문에서 울산 무룡고등학교 박경열 교사는 환경, 역사, 도구발전 등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고 그 가운데 자기 표현의 역할을 강조했다. 〈외국어 분과〉에서 부산 구덕고등학교 정은주 교사는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reading text’ 개발 사례를 발표했다. 부산의 역사, 교통, 사람, 명소, 문화, 환경 등으로 분류해 언어의 네 가지 기능을 고루 가르칠 수 있는 지도안을 수업에 적용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 학생생활 영역 : 초등학급 운영에 있어서는 대구 성당초등학교 정은영 교사가 ‘수업중 떠드는 아이들, 이젠 새롭게 만난다’를 주제로 대구지역 학급운영모임 교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연구한 실천 사례를 발표했다. 산만한 아이들의 원인 분석을 통해 그 해결방법을 다양하게 모색해 본 흥미로운 시도다.

중등 학급운영분과에서는 경기 지평중학교 최종현 교사의 ‘인권교육을 통한 학급운영’이 발표됐다. 인권에 대한 문제의식을 학급집단의 구체적인 생활 속에서 찾아 실천한 사례다.

▲ 주제별 영역 : 이 영역은 통일, 환경, 성평등, 도서관 등 6개 분과다. 주목할 만한 사례로는 〈학교도서관분과〉에서 인천 부광고등학교 이성희 교사의‘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의 행복한 만남, 공공도서관 협력 프로그램’이 있다. 이 내용은 인천지역 학교도서관 담당교사들의 모임인 ‘학교도서관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도서부 모임인 ‘인천 도서부 연합’, 공공도서관인 ‘북구도서관’, 시민모임인 ‘학교도서관 살리기 인천시민모임’이 지난 1년 동안 실천했던 사례로 주제가 있는 청소년 문화운동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을 받았다.

〈양성평등교육분과〉에서는 서울 염창중학교 안현숙 교사의 ‘대중매체 속의 여성상과 남성상’이 제시됐다. 만화, 대중가요, 광고 속에 나타난 남성과 여성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모둠별로 비교, 분석, 비판하며 실생활과 얼마나 다르게 왜곡된 이미지로 나타났는지 살펴보는 수업이다.

〈통일분과〉에서는 경북 포항중학교 심근석 교사의 ‘미선이 효순이 연극 속에 되살리기’와 서울 화계초등학교 장금희 교사의 ‘재미있는 초등학교 1학년 통일교육’이 눈여겨 볼 만하다.

▲ 급별 영역 : 이 영역은 유아, 특수, 보건교육 등 3개 분과다. 특수교육에 있어 강원 원주 청원학교 이동건 교사의 ‘특수학교의 운동회 운영사례’, 인천 석남초등학교 강선영 교사의 ‘장애아동과 일반아동은 어떻게 친구가 되나 - 통합캠프 운영사례’가 독특한 사례로 소개됐다. 통합캠프의 경우 2002년 여름 인천지역에서 진행된 장애아동과 일반아동이 함께 한 2박3일의 캠프를 바탕으로 통합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 본지는 교육현장에서 이뤄지는 ‘참교육’의 실례를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초촵중촵고등 세 분야로 나눠 다음 호부터 3회에 걸쳐 연재할 계획이다.

동성혜 기자do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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