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도 승진하고 싶어요 ]

대기업에서 22년 동안 일하고 임원이 된 필자가 직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고민하는 여성 직장인들에게 선배로서 직접 현장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 드립니다. 이 글은 여성신문의 공식 의견과 무관합니다. <편집자주>

언니, 오빠, 같이 가요!

제가 대학에 입학한 것은, 1980년이었습니다. 사회가 너무도 혼란스러웠고, 제가 다니는 대학에는 여학생이 그리 많지 않았지요. 그래서 여학생들이 남성적인 문화를 많이 수용했습니다. 예를 들면, 남성 선배를 “형”이라고 불렀고, 남자 학생들과 거리낌 없이 술도 마시고… 하는 등

많은 세월이 흐른 후, 우리 나라 젊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호칭에 대해서 문제제기가 된 적이 있습니다. 이 문제는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학교에서 남자 선배를 ‘오빠’라고 부르는 것, 그리고 데이트할 때에도 상대방을 ‘오빠’라고 부르더니, 결혼한 후에도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전 오빠가 없습니다. 그래서 ‘오빠’라고 부르는 게 매우 어색한데요, 대학 시절에는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여자 선배는 ‘언니’, 남자선배는 ‘형’이라고 불렀습니다. 학교 졸업 후 사회에 나오니, 누군가를 부를 때 직급이나 직책을 활용하게 되었지요. ‘~~과장님’, ‘~~대리님’ 등을 붙였고, 입사한 지 얼마 안 되는 직원은 ‘~~씨’라고 불렀습니다.

어느 날 부서에 신입사원이 왔습니다. 밝고 명랑하고 부서 분위기를 젊게 만들어 주는 그런 훌륭한 여성 인력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여성 인력이 다른 남성 선배들을 “오빠”라고 불렀습니다. 흐음…..

제가 과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다른 부서의 여성 인력들까지 다 함께 점심 회식을 가끔 했습니다. 모처럼 여성인력들끼리 만나서, 여자들만의 수다도 떨고 여자들이 즐기는 맛난 음식도 먹는 그런 분위기였지요. 각자 다른 부서에서 모이다 보니, 엘리베이터 앞에서, 로비에서 그리고 식당으로 걸어 가는 길에서 만나 삼삼오오 식당으로 걸어 갔습니다.

팔짱을 끼고 걷는 사람들 ⓒpixabay
팔짱을 끼고 걷는 사람들 ⓒpixabay

 

그런데 한 여성 인력이 제 뒤에서 살짝 달려오며, “과장님, 같이 가요~~” 하면서 제 팔짱을 끼었습니다. 흐음…..

우리 나라의 호칭은, 이름만을 그대로 부르기가 쉽지 않은 구조입니다. 그래서 사장, 선생, 언니, 오빠 등등의 호칭을 성이나 이름 다음에 붙여서 부르지요. 그렇지만 ‘언니’, ‘오빠’라는 호칭을 직장에서 사용하는 건 좀 이상해 보입니다. 직장 선후배 사이가 가족같이 친근하게 지낸다는 점은 좋지만, 회사란 엄연히 업무와 사업을 위해서 모인 곳이고, 공과 사를 명확하게 구분해야 하는 곳입니다. 호칭을 언니, 오빠라고 부르는 것은, 이런 측면에서 프로답지 못한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팔짱을 끼고 가는 것 역시 친한 친구나 선후배 간에 행할 수 있는 친근한 행동입니다. 그런데, 그 모습은 왠지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습니다. 제가 볼 때는, ‘팔짱을 끼고 가는 여성인력들은, 발랄하고 친근하긴 하나 독립성이 적고 의존적인’ 이미지로 보였습니다. 서양에서는, 팔짱 끼고 가는 여성들을 보면, 동성연애하는 커플로 본다고 합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저의 업무성과와 역량을 평가하는 사람이라면, 제게 중요한 업무를 맡기는 사람이라면, 저와 중요한 협업을 해야 하는 타 부서의 사람이라면, 제가 남자 선배를 ‘오빠’라고 칭하거나 다른 여성인력들과 팔짱 끼고 걸어 가는 모습을 보면, 신뢰감을 잃어버릴 것입니다. 아마 저를 ‘아직 일을 혼자 책임지고 추진하기 어려운 초임자’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아무리 친근하고 좋은 선후배가 있어도 직장에서 언니, 오빠라고 부르지는 말길 권합니다. 아무리 친근함을 표현하고 싶어도 팔짱을 끼지는 말길 권합니다. 어떻게 부르냐구요? 직급이나 호칭이 있으면 ‘조은정 과장님’ 그게 없으면 ‘조은정 선배님’, 만약 그것도 아니면 요즘 일부 기업에서 하는 것처럼 ‘조은정 프로’라고 하는 게 좋겠습니다. 회사는 놀거나 친구를 사귀는 곳이 아니라, 치열하게 성과를 내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조은정

서울대학교 가정관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소비자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1995년 삼성그룹 소비자문화원에 입사해 22년간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 연구소장, 프린팅사업부 마케팅그룹장 등 삼성전자의 마케팅 및 역량향상 업무를 진행했다. 여성신문에서 재능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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