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여성은 지금 ‘바둑삼매경’
대구 여성은 지금 ‘바둑삼매경’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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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바둑협회 무료 강의 성황

가족 유대, 치매 예방 ‘두뇌스포츠’






바둑의 묘미가 말로 할 수 없다. 하지만 바둑으로 국가의 흥망성쇠를 판가름 냈던 고구려 승려 도림과 백제 개로왕의 이야기를 떠올리면 그 정도를 상상할 수 있을 듯하다.



한국 바둑은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로 인해 세계에 알려졌고, 국내에도 붐을 일으켜 전국민적 생활문화로 정착했다. 하지만 바둑은 남성들의 전유물로 인식돼왔고, 여성들은 제대로 배울 곳도 둘 만한 곳도 마땅치 않은 게 사실이다.



지난해 12월 창립한 ‘대구시바둑협회’(협회장 이재윤)가 바둑의 저변확대를 위해 여성연맹을 조직, 여성을 대상으로 ‘바둑무료강의’를 한다기에 찾아봤다.



“바둑에는 연결과 끊기가 중요합니다. 기자절하(바둑을 두는 사람은 모름지기 끊어야 한다)라고 하죠. 다른 사람의 수가 아무리 좋아도 내가 감당할 수를 두어야합니다. 바둑을 처음 시작하면 오목처럼 두고 싶어지는데 바둑은 오목과 반대입니다. 자기 것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죠. 즉, 연결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바둑에서 중요한 것은 뒤를 돌아보는 것입니다.”



박영진(아마 7단) 사범의 강의에 20여명의 여성들이 귀를 기울인다. 강의가 끝나고, 실전에 돌입해 심혈을 기울여 바둑돌을 놓고 있는 이들을 만나 그들이 바둑을 배우게 된 계기와 느낌을 들어봤다.



친구의 권유로 왔다는 주부 박종림(48)씨는 “오목만 둘 줄 알았어요. 바둑을 배운 시간은 얼마 되지 않지만 곧 심취했죠. 녹슬었던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에요. 더 기분 좋은 것은 바둑을 배우러 간다고 하면 주위 아줌마들이 대단하다고 한마디씩 해줘요. 아이들도 엄마가 바둑을 배운다고 신기해하며 좋아하죠.”



장영애(46)씨는 초등학생 아이들을 바둑교실에 보내면서 바둑을 배우고 싶어했단다.



“호기심만 갖고 있다가 시작했는데 잘 했다는 생각을 해요. 이젠 아이들도 다 자라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게 돼 기뻐요. 특히, 인터넷으로 바둑을 둘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즐겁습니다.”



정순남(53)씨는 “4년 전 두류도서관이 주부바둑교실을 운영할 때 박영진 사범한테 바둑을 배웠지요. 그러나 그 바둑교실이 도서관 사정으로 없어졌고 그 후 주부들이 바둑을 배우고 둘 만한 장소가 없었어요. 기원은 남자들이 거의 대부분이었고, 할 수 없이 어린이 바둑교실로 가서 배우곤 했지요. 다시 이런 장소가 생겨 다행이에요. 나이가 들면서 취미로나 친목으로 바둑보다 더 좋은 것이 없는 것 같아요.” 정씨는 포기하지 말고 인내심을 가지라고 ‘충고’한다.



여정애(57)씨는 가끔 남편과 두는 바둑에서 인생을 다시 느끼게 됐다고 웃는다. “남편을 많이 이해하게 됐어요. 늦게 들어오는 남편을 기다리면 짜증이 났는데, 지금은 너그러워졌죠. 아마 바둑을 배우면서 생긴 여유 같아요.”



대구시바둑협회 양을희 여성연맹 회장은 “핵가족, 노령화 시대를 맞아 두뇌스포츠인 바둑은 치매예방은 물론 가족간 유대를 돈독히 할 수 있는 매개체”라며 “더 많은 여성들이 참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맹은 매주 화·목요일 11시부터 1시까지 무료 강의를 하고 있다.



문의 053-744-3788



경북 권은주 주재기자 ejskw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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