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주반지를 낀 페미니스트』 (이동옥/현암사/1만6000원)
신앙을 가진 페미니스트의 오랜 고민을 풀어내 
“당연한 방황의 끝에서, 용기가 당신을 자유케 하리라” 

이동옥  『묵주반지를 낀 페미니스트』 현암사
이동옥 『묵주반지를 낀 페미니스트』 현암사

 

종교와 페미니즘이 공존할 수는 없는 걸까? 『묵주반지를 낀 페미니스트』는 저자가 신앙인이자 페미니스트로서 살아오며 묵혀온 오랜 고민을 풀어낸 책이다. 

페미니즘은 우리 사회의 주요한 이슈 중 하나다. 강남역 살인 사건을 계기로 대중은 여성혐오를 본격적으로 인지했고 여성 인권에 대한 성찰로 나아가게 됐다. 여성들이 먼저 목소리를 높였고 변화의 물결을 따라 세상이 변했다. 

넘실대는 변화의 물결에도, 유독 멈춘 채 조용한 집단이 있다. 바로 종교계다. 가장 낮은 자를 보듬어 안는 집단이라지만 종교계는 우리 사회에서 남성 중심적인 집단 중 하나다. 남성화 된 신과 그런 신의 대리자인 사제와 목사로 견고해진 남성 중심 체계의 종교계는 페미니즘의 변화 바람을 원하지 않는 듯 보인다. 21세기인 지금도 가톨릭교회의 여성 신도는 미사 시간이면 머리에 미사포를 써야 한다. 남성의 머리가 신을 상징하는 데 반해 여성의 머리는 남성의 머리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신학을 공부할 때도 여성은 역시 제약받고 성직자가 될 수 없다. 임신 중절과 인공적인 피임 역시 원칙적으로는 허용하지 않는다.

 많은 여성들이 종교 안에서 평화와 안식을 찾지만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여성 억압은 지금도 여전하다. 신에 대한 사랑과 믿음만으로는 감내하기에는 너무나 가혹하다. 여성 신앙인들이 모순과 갈등 속에서 혼란을 겪는 이유다. 변화의 물결이 닿지 않는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도리어 그래서 더 페미니즘의 물결이 절실하다. 종교계에도 여성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묵주 반지를 끼고 다니는 페미니스트로서 복잡한 상황에 직면하곤 했다. 가톨릭 신자이기 때문에 페미니스트의 진정성을 의심받기도 했고, 진보적이지 못한 사람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몇몇 페미니스트 친구들은 종교와 페미니즘 사이에서 자신도 고민하고 있다고 나에게 알려주었다. 그들은 저마다의 종교에서 독실한 신앙을 가지고 있으면서 여성으로서 억압과 혼란, 갈등을 느끼는 듯했다. 하지만 대부분 페미니스트 공동체에서 종교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다. (본문 5쪽 발췌)

 

이 책은 종교가 있으면서 여성성이나 모성이라는 허위의식 속에서 진정한 자아와 대면하지 못 하는 여성들을 위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는 여성들이 용기를 내면 자유와 해방을 누릴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종교를 떠나기 보다는 종교 안에서 문제를 진단하고 바로잡자 말한다. 또 종교계의 성찰을 촉구한다. 

책은 가톨릭 교회만의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다. 개신교, 유교, 이슬람교, 불교 등 여러 종교를 거론한다. 지역과 시기에 따라 다르게 형성됐지만 성평등 하지 못하기는 어느 종교나 매한가지다. 저자는 어느 종교가 더 성평등 하지 못 한가 우열을 논하기 보다는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종교 내 성차별과 성폭력을 지적 한다. 더 나아가 결혼과 이혼, 사랑과 희생, 데이트 폭력과 성희롱, 성소수자 차별, 노인 여성과 장애 여성, 여성의 여행과 축제, 성 노동 등 문제까지 여성 주의적으로 진단하고 비판한다. 

저자 이동옥은 이화여자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여성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로 아시아여성학 연구를 수행했고 현재 홍익대 교양교육원의 초빙교수로 여성학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 『탈/근대 아시아와 여성: 공간을 만들다』(공저), 『나이듦과 죽음에 관한 여성학적 성찰』, 『왜 노인 보살핌을 두려워하는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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