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제22회 여성경제인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한 참가자들의 모습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지난 2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제22회 여성경제인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한 참가자들의 모습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여성기업, 은행권 대출 문턱 높아 
자금 확보 문제 가장 시급

​​​여성기업 전용 펀드 조성했지만  
금융권 자발적 노력도 필요 

“여성기업 금융 지원엔 구체적인 계획 없어  
운영실적 지켜봐야”

여성기업 150만 시대. 이제는 여성기업의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 성장을 모색해야 할 때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질적 성장의 가장 큰 장애물인 ‘여성기업 자금지원’ 등을 강화하기 위해선 정부 정책과 함께 금융권 등 민간에서의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여성기업인들 또한 도전과 혁신의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경쟁력 강화와 질적 성장을 함께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6년 기준 여성이 대표인 사업체는 150만여개로 전체의 37.9%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70%는 대부분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등에 몰려있다. 사업 규모 또한 영세한 곳이 많다.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코스닥 상장기업의 여성 CEO는 43명으로 전체의 2.8%에 불과하다.

특히 여성기업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자금 확보 문제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의 ‘2017 여성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기업인들의 애로사항으로는 자금지원(40.7%) 부분이 가장 많았다. 이어 세제지원(26.8%), 판로지원(14.0%), 인력지원(12.0%) 순으로 수요가 높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 5년 간 여성기업 전용 벤처펀드 900억원을 추가 조성했다. 또 여성전용 R&D 자금 100억원 조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 창업선도대학 내 초기 여성창업자 전용 프로그램(50억원) 및 여성 예비창업자 오픈 바우처 사업(100억원, 추경) 등도 신설했다. 여성 청년인재 확보를 위해 3년간 청년지원금도 제공한다.

하지만 여성기업인들은 정부뿐 아니라 금융권의 자발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영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성기업이 양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비교적 영세하고 생존율도 떨어진다”며 “여성기업의 은행자금 접근을 위해 다양한 여성기업인 지원 금융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단순 자금지원이 아니라 여성경제인의 경영 역량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함께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같은 요구에 최근 메리츠자산운용은 국내 최초 여성의 참여가 활발한 기업에 투자하는 ‘메리츠더우먼펀드’를 신설했다. 메리츠더우먼펀드는 여성의 역할이 확대되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기업가치가 더 빠르게 성장한다는 해외 사례들에 근거해 고안한 상품이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전문기관인 서스틴베스트와 함께 설계한 자체 평가모형을 기초로 기업을 선별해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김 연구위원은 “여성기업은 특히 자금 접근에 대한 어려움을 가장 크게 호소하고 있다. 한국의 기업금융은 대기업 위주이다 보니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여성기업은 특히 더 어렵다. 또 신규 여성 벤처기업의 경우 융자를 받기가 굉장히 어렵다. 엔젤 투자 또한 은행 대출 문턱이 굉장히 높다”면서 “이런 시점에서 여성 관련 펀드가 나온 것은 환영할 만한 시도이고, 더 많은 여성 관련 펀드가 나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대부분 여성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 발표에서 어떤 부분에 어떻게 투자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처음 투자 금액은 어느 정도이고, 다양한 운용 방법을 어떻게 적용할 건지, 상한액은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인 안이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를 들어 1년 또는 2년 정도의 실행 후 펀드가 어떤 기업에 어떻게 투자했는지 운영 성과와 실적 등을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정책 지원, 민간 기업의 참여와 함께 여성기업인들의 기업가정신 또한 요구된다.

2016년 암웨이 글로벌 기업가정신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기업가정신 지수는 42점으로 세계 여성 평균(47점), 아시아 여성 평균(61점)보다 낮은 수준이다. 또 세계기업가정신발전기구 발표에 따르면 총 77개국 중 2018년 대한민국의 평균 기업가정신 지수는 24위, 여성 기업가정신지수는 43위에 그쳤다.

박미경 한국여성벤처협회 수석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여성기업이 질적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여성기업인들 스스로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여성기업인들이 미래사회와 경제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는 기회의 주인공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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