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변호사회 심포지엄

전문직 여성 성희롱·성폭력에 노출

우울증 트라우마 등 '2차 피해' 심해

교육·인식 전환 절실

ⓒpixabay
ⓒpixabay

 

“회식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노래방에 갔는데, 가해자인 선배 회계사가 술에 취하여 흥이 오르자 내 옆으로 와서 어깨동무하여 몸을 감쌌다. 나는 순간 너무 놀라고 당황한 나머지 멍한 상태였는데, 다행히 동료들이 황급히 가해자를 나에게서 떼어 놓고 그 이상의 행동을 하지 못하게 보호해 주었다.”(A 회계사)

“취재원들과 술을 먹고 계단으로 내려오는 중이었는데 그분이 벽으로 밀어붙여서 키스를 시도했고 실제로 입이 조금 닿았고, 내가 피하려고 했으나 피해지지 않았다.”(B 기자)

전문직 직종 여성들 상당수가 성희롱·성폭력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우울증, 트라우마로 인한 정신적 고통 등 2차 피해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전문직 여성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 실태조사를 조사해 5일 발표했다. 교수, 의료인 언론인, 변호사, 회계사 1015명이 4월부터 10월까지 온라인 설문 조사에 참여했다.

‘상대방이 외모, 옷차림, 몸매 등을 성적으로 희롱, 비하 평가하는 행위’가 가장 많았다. 541명이 직간접적 경험했다. ‘상대방이 성적인 이야기를 하거나 음담패설을 하는 행위’가 두 번째였다. 540명이 직간접적 경험을 했다. ‘상대방이 성기를 노출하거나 스스로 만지는 행위’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피해자도 103명이나 됐다.

ⓒ한국여성변호사회
ⓒ한국여성변호사회

그러나 적극적인 대처는 못 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처방법에 응답한 932명 중 270명이 모르는 척하거나 자리를 살짝 피했다. 농담으로 웃어넘기거나 분위기에 동조하는 척한 피해자도 206명이었다. 적극적으로 불쾌하다는 표시를 한 피해자는 20명에 그쳤다.

피해자들이 당황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업무상 불이익으로 돌아올까봐 주저한 사례도 많았다.

이런 피해는 고스란히 피해자의 몫이었다. 2차 피해를 보았다고 응답한 431명 중 283명이 우울증, 자책감, 트라우마 등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한 변호사는 “법무부 인턴을 할 때, 지도 검사님이 어린 여자 인턴들만 모아 놓고 연 술자리에서 해당 검사의 적나라한 성생활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최혜령 국가인권위원회 성차별팀장은 “전문직은 위계질서가 강하고 소속집단에 대한 보호의식이 있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구제보다 성희롱 사실이 밖으로 알려지는 것을 꺼린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을 통한 개선이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오래 걸려도 근원적인 해결책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