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계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에 ‘분노’
여성노동계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에 ‘분노’
  • 채윤정 기자
  • 승인 2018.11.06 18:50
  • 수정 2018-11-10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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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 합의

여성 노동계, ‘근로시간 단축 무력화· 결국 피해자는 여성’ 반발

여성 경제계, ‘IT 업계 등 숨통 틔워줄 것’ 환영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제1차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문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에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제1차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회의에는 문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에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 뉴시스·여성신문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5일 정오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에서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는 입법에 합의한 데 대해 여성 노동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 민주노총,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여성 노동계는 탄력근로제 확대는 근로시간 단축을 무력화하는 대책이며 그 피해는 결국 여성이 떠안게 될 것이라며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이번에 문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와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에 합의한 것은 노동 시간 단축으로 인한 경영상 어려움을 해결해달라는 경제계의 요구를 전격 수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탄력근로제란 일이 많을 때 근로시간을 늘리는 대신 일이 없을 때 더 적게 일해 평균 법정 근로시간을 맞추는 제도이다. 탄력근로 단위기간은 취업규칙으로 정하면 2주, 노사 간 서면합의하면 최대 3개월이다. 1일 노동시간은 12시간, 1주 노동시간은 52시간, 연장·휴일 근무 12시간을 포함해도 64시간을 넘으면 안 된다. 탄력근로제는 올해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적용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주 최대 근로시간 68시간→52시간)을 보완할 수 있는 대책으로 여겨져 왔는데 정부를 이를 6개월에서 1년까지 늘리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탄력근로제는 지금도 시행되고 있는데 2주나 3개월 단위로 운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긴 단위기간인 3개월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제품 및 서비스 출시 등 특정 기간에 일이 집중되는 IT 업계, 업무가 계절에 크게 영향을 받는 건설업계 등은 이미 이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탄력근로제 확대가 시행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는 절차를 밟아야 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양대 노총은 이를 막기 위해 강력 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어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양대 노총은 탄력근로제 확대는 정치적 야합이라며 반발했고 여성 노동계에서도 여성 노동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고 우려하고 있다.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늘릴 경우, 주당 최대 노동시간은 더 늘어나게 되고 법정 노동시간을 초과한 노동시간에 대해서도 기업이 노동자에게 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돼 임금마저 줄어드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순희 한국노총 여성본부장은 “여성 비정규직이 전체 여성 노동자 중 70% 정도 되고 시간제 노동자 대다수가 여성”이라며 “결국 탄력근로제 확대는 주로 여성 노동자들에게 악재로 작용해 여성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 노동자가 되는 데도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본부장은 또한 “탄력근로제 확대는 결국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노동존중 사회 실현과 반대되는 것으로 최저 임금 인상과 노동 시간 단축과 대치되고 있다”며 “이는 노사정 합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우리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강경 투쟁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오는 17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탄력근로제 확대를 포함하는 근로기준법 개악 저지를 위한 총력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울특별시교육청 앞에서 전국여성노동조합 서울지부 돌봄지회 회원들이 ‘서울시교육청 시간제돌봄전담사, 중앙노동위원회 차별(근속수당, 맞춤형 복지비) 인정’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공동대표도 이에 대해 “여성들이 저임금을 받고 있고 최저 임금은 올랐지만 탄력근무제 확대 시 시간외 근로 초과분을 받지 못해 또 다시 임금을 낮추는 결과를 낳게 된다”며 “근무 시간 역시 주 52시간의 혜택을 받지 못해 지금까지 진전된 제도를 결국 무효화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김수경 민주노총 여성국장은 “우리나라에서는 탄력근로제를 노동자가 노동시간을 통제하며 제기한게 아니라 자본을 가진 쪽에서 먼저 시작됐다. 여성노동은 일생활균형의 대책을 제시되어 긍정적인 효과만 선전해왔다. 탄력근로제는 지금도 계절노동으로 고통받는 이주노동자. 하층생산을 담당하는 여성들에게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게다가 이에 따른 노사정 대화는 진전이 없고 자본의 요구가 일방적이기에 탄력근로제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력 반발했다.

 이에 반해 여성경제인협회 등 여성 경제계는 탄력근로제 확대는 노동 시장 단축으로 인한 경영상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IT 등 업계에 숨통을 틔울 수 있게 됐다며 환영하고 있다.

한무경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은 “IT 기업들이 제품 개발을 하면 3개월 기간은 턱 없이 부족하며 1년 정도로 늘려야 제품 개발을 마칠 수 있다”며 “2개월 동안 제품 개발을 위해 저녁 10시까지 일했다면 다른 2달은 일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한 회장은 또한 “탄력근로제는 그동안 수면 밑에 있었으나 여야정 협의체에서 추진이 본격화된 만큼 정부 차원에서 이 문제를 놓고 기업주와 노동자 사이의 갈등을 막기 위한 중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윤정기자 echo717@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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