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의 시선] 출산의 도구화로서 자유한국당 제안 유감
[정재훈의 시선] 출산의 도구화로서 자유한국당 제안 유감
  •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승인 2018.11.06 14:30
  • 수정 2018-11-06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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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2000만원·아동수당 30만원”
자유한국당의 파격적 제안은
‘출산 도구화’의 전형적 행태
성평등 실천으로 한국당이
출산 도구되는 변화 보여줘야

 

며칠 전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출산주도성장’ 개정판을 내놨다. 요지는 ‘임산부 대상 200만원 상당의 토탈케어카드, 출산장려금 2000만원, 만 12살 아동 대상 소득 수준과 관계없는 월 10만원 아동수당, 현 10만원의 아동수당 수준을 30만원까지 단계적 인상, 중학생 대상 청소년 내일수당 월 20만원 지급’이다.

만 5세까지 아동 대상 월 10만원 보편적 아동수당을 반대하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결국 중학생이 될 때까지 보편적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임신·출산 비용 부담도 덜어주자는 제안이기 때문이다. 제안 자체를 반대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보편적 복지국가로 가는 길에서 모두 필요한 가족정책적 조치다. 그러나 나는 김성태 원내대표의 제안을 분명히 반대한다. 이른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이 아니다. 한국은 국내총생산 대비 가족복지지출 비중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하위권 국가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정책 우선순위 결정 등 요인으로 인해 당장 예산 배정이나 증액이 어려울 수 있지만 자녀돌봄을 지원하는 정책 예산은 어쨋든 늘어나야 한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저출산 위기는 대한민국의 존립 기반을 위협하는 국가 재앙으로 다가왔다”며 “저출산 문제는 국정의 최우선 과제다. 문재인 정권에 출산주도성장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저출산 위기는 대한민국의 존립 기반을 위협하는 국가 재앙으로 다가왔다”며 “저출산 문제는 국정의 최우선 과제다. 문재인 정권에 출산주도성장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극복할 것은 저출산 아닌 성차별

그렇다면 왜 반대인가? 김성태 원내대표가 주도하는 자유한국당 제안을 ‘출산 도구화’의 전형적 행태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출산 주체로서 여성을 도구화한다는 의미다. 여성을 아이 낳는 수단 정도로 본다는 의미다. 도구가 무엇인가? 도구는 쓰고 버릴 수 있는 대상이다. 오랫동안 사용하다 보니 정이 들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서 곁에 평생 두고 보관하는 도구도 있겠지만, 도구의 전형적 속성은 사용 후 버리는 대상이라는 점이다. 인간은 어떤 목적을 추구하기 때문에 행위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결국 도구다. 그래서 도구는 그 자체로서 존중받는 대상이 아니다. 이른바 가성비가 뛰어날 때에만 인정받는 존재다. 그리고 도구는 스스로 결정할 능력이 없다. 도구를 사용하는 주체의 의지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파격적 출산장려금과 아동수당 제안 이유를 김성태 원내대표를 위시한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은 ‘저출산 극복’에서 찾았다. 그런데, 현금 2천만 원을 손에 쥐어주면 출산율이 증가할까? 출산한 당사자로서 여성과 가족 입장에서 손에 들어오는 현금을 싫어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지금 문제는 출산장려금 2천만 원, 아동수당 월 30만원을 보고 출산을 결정할 여성과 가족이 얼마나 되겠냐는 것이다. 극복할 것은 저출산이 아니라 성차별이다.

“돈 주겠다는 제안 철회하라”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는 중요한 이유는 출산으로 인한 독박육아, 경력단절, 그 이후 찾아올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다. 점점 많은 남성들도 그러한 불안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출산 주체로서 여성과 가족의 결정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김성태 원내대표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우리가 현금 주면 너희는 자동적으로 아이를 낳을 것이다”라는 접근이다. 우리(자유한국당)는 주체이고 돈 받는 (출산)여성은 돈에 반응하는 객체이다. 과연 그렇게 될까?

돈 줄테니 낳으라는 제안을 받는 여성 입장에서 보라. 배우자와 함께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고 경력단절과 직장에서의 성차별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 상황이라면 출산장려금과 아동수당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는데, “돈 주면 애 낳을거지?” 식의 제안을 받으면 불쾌해진다. 출산장려금과 아동수당 관련 예산을 남녀 일·가정 양립, 여성 경력단절 예방, 직장 성차별 해소, 젠더폭력 예방 등에 먼저 사용하려는 고민을 해야 한다. 우선 돈 주겠다는 제안을 철회하라. 그보다 먼저 성평등을 앞장 서 실천함으로써 자유한국당 자체가 출산의 도구가 되는 변화를 하라. 여성은 출산을 하든 안하든 한국사회에서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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