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장 백혜련 의원

검사 출신 당 여성 수장
“여성위 위상 되찾겠다”

“미투 이후 법 개정 요구에
법조계 출신으로 의미“

‘여성 30% 공천’
정당들 문헌조차 못지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여성위원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여성위원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기자

 

인터뷰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장 백혜련 의원

 

검사 출신 백혜련 국회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장으로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각 지역당을 방문해 여성위원회 출범과 여성 당원들을 격려하며 조직 정비에 돌입했다.

역대 민주당 전국여성위원장은 여성운동이나 시민운동 출신의 여성 의원들이 주로 맡아왔고, 20대 국회에도 여성단체 출신의 여성 의원들이 여럿 있는 만큼 지난 10월 백 의원의 단독 출마와 당선은 의외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여성 초선 의원 중 비례가 아닌 몇 안 되는 지역구 의원임을 감안하면 21대 총선을 앞두고 안정감 있는 여성위원회 운영을 기대해볼 수 있다.

각 정당의 여성위원회는 올해 미투(#MeToo) 운동으로 사회 전환기를 맞이했음에도 당내 역할은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라는 본연의 역할 수행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성평등민주주의라는 시대적 요구 속에서 민주당의 미래는 백 위원장의 리더십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정감사를 끝내고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백 위원장은 “위원장을 맡고 보니 미투 운동으로 여성운동이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는데 새롭게 대두된 것이 법체계를 바꾸는 문제들”이라면서 “법조계 출신이 지금 이 시점에서 맡는 게 의미가 있겠다, 더 결합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영역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전반기에는 18명 중 유일한 여성이었고, 후반기에는 이은재 의원과 함께 단 두 명이다. 법사위는 각 상임위의 법안을 심사하고 처리해야 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이하 일문일답.

여성위원장에 임하는 각오는? 검사 출신은 처음이다.

“성평등 실현과 차별없는 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책을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정치가 앞장 서 여성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전국여성위원회가 중심이 돼 당 전체가 함께 하도록 시스템을 마련하고 인식을 개선하는데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그리고 여성운동 출신의 위원장들과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고 또 다른 측면을 가미할 수 있을 것 같다.”

‘여성위를 여성위답게 만들겠다’는 공약의 의미는?

“다층적 의미를 담고 있다. 섬세함 부드러움과 함께 강인함을 가진 한국 여성들을 대표하고 있다. 여성위는 민주당의 근간조직으로 가장 많은 역할을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은 대접을 못 받아왔다고 볼 수 있다. 스스로 위상을 찾겠다는 의미다. 전국 여성당원분들과 함께 강한 여성위원회를 만들겠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여성위원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여성위원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법사위가 여성 인권 관련 법 제·개정이 늘 소극적이라는 비판은 오래 돼왔다.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법이라는 것은 사회 공통적인 컨센서스가 형성된 후 바뀐다. 그러다보니 법이라는 영역이 사회 흐름을 앞에서 끌고 가는 게 아니라 항상 뒤에 있기 때문에 변화가 가장 늦을 수 밖에 없다. 일단 법사위에 여성 의원들이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아무리 남성 중에 열린 시각, 젠더의식이 높은 분이 있다 해도 직접 여성인 것과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들이 스스로의 문제이기 때문에 의지를 가지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국회의원 당선 전 경기도당 여성위원장을 맡았는데 현장에서의 경험은 어땠나.

“제가 느끼기에 정치적 영역에서 여성의 참여에 비해서도 의원이 되고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경험을 했다. 당헌에 공천 여성 30%할당이 규정된 지가 한참 지났다. 그런데 한 번도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모든 정당의 현주소다. 문헌적으로 해놓은 것조차 지키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정치권이 곧 총선 태세에 돌입한다. 여성위원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예정인가.

“30%를 지켜내는 것에 방점 찍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 부분은 당지도부가 의지를 가지면 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여태까지 못했다. 의지라는 게 그냥 가져지는 게 아니다. 그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여성위가 역할을 해야 한다. 어차피 싸우는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이해찬 대표에게 쓴 소리할 자신 있는지?

“지난 당대표 선출 경선 토론회에서 제가 후보 모두에게 여성 30% 할당제를 지키시겠냐고 공개적으로 질문했고, 다들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저는 그 약속을 지키시라고 요구를 할 거다.”

막상 공천할 시기가 되면 여성 인재가 없다면서 말을 바꾼다. 정부의 내각 여성 30% 만큼 정당도 이번 총선에서 여성위원회가 중요한 역할을 할 때인 것 같다.

“이해찬 대표도 당시에 말씀하시길, 나중에 사람이 없어서 못 지키는 일 없도록 미리 여성인재를 발굴하라고 하셨다. 여성정치참여확대위원회를 내년 초에 발족시켜 신인들을 많이 발굴해야 하는 게 과제다. 이제 우리 사회에 어느 정도 인력풀이 있다고 본다. 유능한 여성이 많이 있다. 그동안 정치적 영역이 여성운동하신 분들 위주로 수혈되는 구조였는데 명백한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적인 영역에서 활약하신 분들을 정치권으로 들어올 수 있게 길을 뚫고 문을 여는 작업을 해야 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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