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쩜 그렇게 즐겁게 일하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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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힘들다고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항상 재밌게 일을 했기 때문이지요.”

후배들이 ‘선배같이 활동하고 싶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기운이 솟는다는 전북여성단체연합 김금옥(38) 사무처장은 여성운동계의‘분위기꾼’으로 통한다.

그는 “어쩌면 그렇게 즐겁게 일을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비결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고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이면 재미있게 하자는 생각이다”라며 “사업을 구체적인 실천에 옮기는 것도 일상에 활력소가 된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김 처장이 평등가족 만들기 일환으로 집 앞에 자신의 이름과 남편 ‘정 훈’씨의 이름을 새겨 ‘김금옥 정 훈’이라는 부부공동문패를 달았는데 어느날 학습지 홍보직원이 벨을 누르고 “정훈이 엄마 계세요?”라고 했다는 것이다.

“가나다 순으로 제 이름이 위에, 남편 이름이 아래에 씌어 있는데 공동문패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여자 이름이 위에 있으니까 엄마 이름일 거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남편과 같이 있을 때 일어난 일인데‘우리 같이 삽니다’라고 말해주는 문패에도 사람들의 인식이 얼마나 많은 차이가 있는지 잘 보여주는 일화죠.”

성폭력예방센터를 만들어 대중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98년 전북여연 사단법인을 설립하면서 6년째 사무처장 자리를 맡아오고 있다.

또 학생운동을 하면서 87년 6월 항쟁을 같이 겪은 동갑내기 남편과 결혼한 뒤 부부 관계후 ‘토론회’를 하자고 제안, 상대를 존중하는 즐거운 성생활을 실천해 주변사람들에게는 괜찮은 카운슬러로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김 처장은 여성운동가들이 자신을 희생한다거나 남을 위해 활동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보상심리가 생기기 마련이라며 여성운동은 ‘행복한 자기발전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몇 번이고 강조한다.

“27일 필리핀으로 건너가 국제연대 사업에 참여, 6월 3일 아시아센터 창립을 위해 활동을 하게 됩니다. 스스로의 여성운동활동 15년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여성활동가들에게 국제 평화사업에 진로를 열어주는 문이 되고 싶습니다”

김 처장은 “활동가들이 ‘그 사람이 아니면 그 분야는 할 수 없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관성에 젖지 않는 길”이라며 “여성운동가들의 활동이 축적돼 얻어진 성과와 노하우가 다음 사람에게 제대로 인수인계되는 조직이 살아 있는 조직”이라고 지적했다.

‘심장에 남는 사람’이라는 노래처럼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올해 포부를 밝힌 그는 릴레이 인터뷰 다음 주자로 한국여성민우회 명진숙 사무국장을 추천했다.

생명윤리와 여성인권에 대해 꾸준히 공부하고 생명권 존중을 위해 힘써온 그가 요즘 인간복제가 화두가 돼 더 바빠졌을 거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신아령 기자arshi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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