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촬영 영상' 지레 단념하시면 안됩니다!
'불법 촬영 영상' 지레 단념하시면 안됩니다!
  • 박찬성 변호사 ‧ 포항공대 상담센터 자문위원
  • 승인 2018.11.03 09:45
  • 수정 2018-11-05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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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성 변호사의 이러시면 안됩니다 - 27]

말과 글이라는 것은 ‘아 다르고 어 다르다.’ 같은 내용이더라도 어떻게 전달되느냐에 따라서 받아들여지는 뉘앙스는 상당히진다. 말하고 글 쓰는 것에 언제나 경계심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며칠 전 모 일간지에서 불법촬영물의 무단유포 협박과 관련한 자문요청이 있어서 답변한 적이 있다. 보도된 내용 자체에 큰 오류는 없었지만 일견 피해자들이 보기에 약간의 오해가 있을 수도 있어, 여기서 몇 마디를 조금 더 부연해 보려 한다.

질문은 이런 거였다. 다른 아무런 부가 조건 없이, 그러니까 그 어떤 다른 말이나 행동 없이 “나 동영상을 가지고 있다!”라고만 말하였을 때 이것만으로 협박죄가 성립할 수 있느냐는 것. 아무런 추가적인 내용이 없이 이렇게 말한 사실만 있다면 이 경우에는 협박죄가 인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실망하기엔 아직 이르다. 필자가 지적했었지만 기사화되지 않았던 부분이 있다. 실제로 발생하는 많은 사건에서는 어떠한 다른 내용도 없이 오로지 순수하게 “나 동영상을 가지고 있다!”라고만 말할 리는 없고, 가만 두지 않겠다는 둥 유포해 버리겠다는 둥 멀쩡히 살 수 있을 것 같으냐는 둥 누가 봐도 사람을 겁박하고도 남을 만한 말이나 행동이 수반될 것이니, 현실적으로는 이와 같이 동영상 유포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을 때에 협박죄로 고소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협박죄가 성립하려면 그 ‘협박’의 상대방이 된 사람으로 하여금 객관적으로 공포심을 갖게 할 정도의 해악을 고지한 사실이 인정되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 한 가지. 사람으로 하여금 일반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기에 충분한 정도면 족할 뿐 상대방이 공포심을 느꼈을 필요가 없다. 그 말을 들은 사람으로서는 ‘별 미친 인간 다 보겠네.’라는 생각만 들었더라도 객관적인 해악을 고지한 사실만 인정된다면 모자람이 없다.

지난 5월 1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참여한 여성 1만2000여명이 불법촬영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지난 5월 1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참여한 여성 1만2000여명이 불법촬영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성관계 영상이나 신체 사진 등 불법촬영물을 함부로 유포하겠다며 겁을 준 것은 명백하게도 객관적으로 공포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해악 고지가 된다. 이러한 사실관계에 대하여 협박죄 유죄가 인정된 사례는 이미 많이 축적되어 있다.

다만, 비교적 이례적인 경우일 수 있겠지만 전형적인 해악 고지에 해당할 만한 발언이나 그 밖의 행동은 없이, 정말로 “나 동영상을 가지고 있다!”라고만 하였는데 전후에 전개된 여러 상황을 보았을 때 그 촬영물을 제3자에게 유포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있을 수는 있겠다. 이를테면 유포하겠다고 적극적으로 협박한 것은 아니지만 교제를 끝내면서 영상물 등의 삭제를 요구했는데 이리저리 말을 돌리면서 계속 거부하고 있다면?

이러한 때에도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이유는 없다. 동영상 유포금지가처분신청이라는 민사적 방법이 아직 남아있다. 여러 사실관계를 종합하여 회복할 수 없는 피해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소명하면 될 것이다. 비록 형사처벌을 받게 하기는 어렵더라도 형사적인 방안을 강구하는 것만이 유일한 사법적 해결절차인 것은 아니다.

법원의 가처분결정에도 불구하고 함부로 준동하는 경우에는 이행강제금이 따르게 될 것이다. 벌금으로서의 성격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말 그대로 법원의 결정을 따르도록 강제하는 수단임에 틀림없다. 가처분결정 이후에 동영상 유포의 피해가 정말로 발생하게 되어 그에 대한 형사처벌을 구한다면, 법원의 가처분결정을 무단히 위배하였다는 점은 처벌양형에 대한 중요한 가중사유로서도 참작될 것이다.

현행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조의3에서는 불법촬영물로 인한 피해자에 대한 지원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해두고 있다. 국가는 불법촬영물의 삭제를 위한 지원을 할 수 있으며,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은 성폭력행위자가 부담한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두어 촬영물 삭제 지원업무를 수행하고 있다(https://www.women1366.kr/stopds/). 삭제 지원 이외에도 수사가 진행되는 때에 신고 및 조사에 동행하는 것, 의견서 작성 등의 여러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아직 형사고소를 하지 않았더라도 위 센터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잊혀질 권리’에 관한 쟁점이 제기되었던 것도 벌써 수년 전의 일이다. ‘잊혀질 권리’가 문제된다는 것은 그만큼 잊혀지기가 쉽지 않다는 반증이다. 그렇기에 불법촬영물의 유포 협박이 얼마나 큰 공포를 불러일으킬지, 그 유포가 실제로 얼마나 큰 해악으로 작용할 것인지 가늠해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법조문을 한 번 읽어보자.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영리를 목적으로 그 촬영물을 정보통신망법에서 정하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유포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각 처한다. 법정형을 놓고 본다면 가볍다고 볼 수는 없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어쩌면 입법적 개선보다도 피해자 또는 피해 우려에 처해 있는 자에 대한 보다 깊은 공감과, 그에 기반한 엄정한 응보적 처벌의 의지가 아닐까 한다.

* 외부기고문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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