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는 아직도 한 여성의 삶을 파괴하는 무기로 악용된다. 최근 불법촬영물 유포 가해자가 최근 법정 최고형인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지난 8월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4차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현장 모습.
디지털 성범죄는 아직도 한 여성의 삶을 파괴하는 무기로 악용된다. 최근 불법촬영물 유포 가해자가 최근 법정 최고형인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지난 8월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4차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현장 모습.

웹하드 운영하려면
필터링 업체 계약 필수

이미 4~5년 전부터
필터링 기술력은 완벽

“정부는 필터링을 웹하드
재량에 맡겨 두면 안 돼”

웹하드업체와 동영상 필터링업체가 결탁해 개인의 성행위가 담긴 불법 촬영물에 대해 필터링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국내에서 웹하드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필터링 업체에 비용을 지불하며 필터링을 해야 한다. 2012년도부터 시행된 ‘웹하드 등록제’에 의해서다. 그러나 법은 업체들 앞에서 무력화된 채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디지털 성범죄의 현황과 과제를 살펴보기 위해 여성엄마민중당이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포럼에서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이효린 상담팀장은 “웹하드 내 사이버성폭력은 필터링으로 끝낼 수 있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사이버성폭력이 계속 되는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이 팀장은 그 근거로 여러 웹하드 사업자에 음란물 필터링 기술을 제공하는 A필터링 업체의 사례를 들었다. A필터링 업체는 개인용 필터링 프로그램과 웹하드에 적용하는 기업용 필터링 프로그램에 다른 수준의 모듈을 쓰고 있다. 그런데 이 업체의 기업용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모 웹하드의 성인게시판에는 음란물로 추정되는 동영상들이 버젓이 올라와있다 그 동영상을 다운받아 이 업체의 개인용 음란물 차단프로그램을 적용한 결과 대부분의 영상이 차단됐다. 즉 같은 회사의 필터링 프로그램을 적용했는데도 개인용과 기업용일 때 결과가 다르다는 것이다. 이 사례가 의미하는 바는 “해당 웹하드에서 불법 촬영물을 필터링하고 미리 차단하는 게 충분히 가능했지만 기업이 수익을 내기 위해 일부러 하지 않아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여성엄마민중당이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디지털 성범죄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여성엄마민중당이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디지털 성범죄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필터링을 일부러 느슨하게 하고 있음을 의심할 만한 다른 정황도 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가 웹하드에서 피해촬영물이 얼마나 검색되는지를 전수조사한 결과는 놀랍다. 지난해 6월 21일 케이디스크에는 ‘국노’ 2만8584건, ‘국NO’ 5949건, ‘국산’ 2만9104건, ‘몰카’ 850건, ‘골뱅이’ 585건으로 피해촬영물임을 암시하는 게시물이 총 6만5072건 업로드돼있었다. 위디스크에는 ‘국노’ 2416건, ‘국NO’ 992건, ‘국산’ 1026건, ‘몰카’ 166건, ‘골뱅이’ 40건이 검색됐다.

같은 해 8월 동일한 방식으로 다시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케이디스크에서 ‘국노’ 0건, ‘국NO’ 0건, ‘국산’ 3만1469건, ‘몰카’ 26건, ‘골뱅이’ 694건이 검색됐다. 위디스크에는 ‘국노’ 23건, ‘국NO’ 8건, ‘국산’ 218건, ‘몰카’ 26건, ‘골뱅이’ 49건이 검색됐다. “두 달 사이에 정부의 대책 발표와 함께 감시의 강도가 강해지고 규제의 기미가 보이자 피해촬영물의 수를 조절한 것”이라는 게 이 팀장의 주장이다.

이어 “필터링 업체와 웹하드는 이미 4~5년 전부터 완벽한 필터링이 가능한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필터링 업체와 계약만 하고 실제 필터링은 적용하지 않는 등, 웹하드 업체는 다양한 방법으로 필터링을 피해왔다”면서 “정부는 필터링을 웹하드업체의 재량에 맡겨 두어서는 안되고, 고의적으로 필터링을 하지 않거나 우회하는 행위가 발각될 경우 형사처벌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웹하드 업계 1·2위 업체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실소유주인 양진호 회장의 개인 재산은 1100억원대에 달하고, 수익의 대부분이 불법 촬영물 유통을 통해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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