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여성정책관실 폐지 ‘시대 역행 처사’ 비난 봇물

서울시가 상정한 여성정책관실 폐지안이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 시민사회단체들이 ‘후퇴하는 여성정책’이라며 철회를 촉구하고 나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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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편안 심의와 관련한 본회의가 열린 지난달 28일 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단체 회원들은 서울시의회 앞에서 여성정책관실 폐지계획을 철회하고 여성정책전담기구를 존치시킬 것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사진·한국여성민우회>

특히 대전시가 공약이었던 여성정책개발원의 설립을 유보하고 여성정책연구개발팀을 신설키로 해 지역사회단체들에게 ‘서울시와 맥락을 같이하는 퇴행’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여성정책관실 폐지안이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1월 말께 있을 재심의를 앞두고 의원들에게 설문조사를 하는 등 다각적으로 철회 요구를 전달할 방침이다.

시 본회의가 통과시킨 개편안은 현재의 여성정책관을 폐지하고 관련업무를 복지국 산하로 이관시키고 기존의 여성정책관 대신 여성·복지를 담당하는 정책보좌관을 두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난해 말 시가 개편안을 발표하자 여성단체들은 “여성정책관실 축소는 양성평등 사회 확립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반발하며 “여성정책관실 폐지 방침을 재검토하고 여성정책 실행 구조를 강화하라”고 주장했다.

특히 여성단체들은 서울시 개편안이 다른 자치단체에도 영향을 끼쳐 여성정책의 후퇴를 가져올 것을 우려하며 여성정책관 폐지방침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개편안 심의와 관련한 본회의가 열린 지난달 28일 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단체 회원들은 서울시의회 앞에서 여성정책관실 폐지계획을 철회하고 여성정책전담기구를 존치시킬 것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여성단체들은 이날 본회의를 방청한 결과 “시의회는 반대의원들의 문제제기와 의사진행발언을 무시하고 여성정책관실 폐지안이 담긴 ‘서울시 행정기구 설치조례 개정조례안’을 날치기 형식으로 통과시켰다”면서 “이는 여성들이 갖고 있던 일말의 희망을 무색하게 만든 행위다”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서울시의 여성 행정은 그 동안 구조조정과 여성부 신설을 거치면서 업무 및 조직을 확대해 왔다. 이는 급증하는 여성정책 관련 업무량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여성정책을 전문화하고 낙후된 여성복지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궁극적으로는 양성평등 문화를 확립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본회의를 통과, 이달부터 시행되는 개편안은 임시조직으로 여성정책보좌관과 집행부서로서 가정복지국 내에 여성복지과를 두었던 4년전 직제와 매우 유사, 여성정책을 뒤로 되돌리는 것이다.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는 “여성정책관실의 업무와 행정에 문제점이 있다면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며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으로 조직을 개편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여성정책담당관실을 통해 시혜적 복지정책 수준이던 낙후성을 극복, 여성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해 온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복지국 산하로 축소되었을 때 여성복지정책 이외의 사회 및 정치참여를 비롯한 다양한 여성적 요구를 담아낼 수 없는 한계를 분명히 가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행정자치부 여성정책담당관 김혜순 과장은 “여성정책관실 업무가 복지과로 그대로 전수된다 할지라도 여성정책만을 담당했던 1급 기관이 폐지되는 것은 후퇴라고 볼 수 있다”며 “여성업무가 질적인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정책을 받아서 집행하는 것보다 정책조정업무를 하는 기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단체연합 김기선미 정책부장은 “시가 여성발전기본법에 따라 모든 정책의 성관점을 통합하고 여성정책을 개발할 지원 조직을 과연 갖출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며 “이명박 시장의 행정마인드에 크게 실망했다”고 토로했다.

더구나 여성단체들은 서울시가 전국 16개 시·도에 모범을 보이는 정책을 내놓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성정책관실을 폐지, 여성전담부서는 없으나 여성정책관실을 운영하고 있는 충북과 충남, 여성국 신설계획을 밝힌 강원도에도 미치지 못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성명서를 통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여성노동자들의 비정규직 비율이 73.3%에 육박, 정치참여율도 5.9%에 불과한 상황”이라고 여성의 사회진출의 열악한 상황을 지적했다.

또 “중앙정부는 여성부를 신설하고 여성관련 법률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방정부의 모범을 보여야 할 서울시가 여성정책 전담기구이던 여성정책관실을 폐지한다는 것은 그동안 시가 보여준 선진적인 여성 정책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양성평등을 위한 업무를 강화하는 시대적 흐름과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대전시가 염홍철 시장의 공약으로 추진해 온 여성정책개발원의 설립을 유보하고 대안으로 여성정책연구개발팀 신설계획을 발표,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서울시의 여성정책 축소와 맥락을 같이한다’고 이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성명서에서 “대전시는 조직개편을 하면서 염 시장의 공약이었던 여성정책개발원 설립을 포기, 여성정책위원회에 약간의 전문인력을 보강하고 시장 직속기구로 위상을 높인다는 방침을 발표했다”며 “하지만 양성 평등한 지역사회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공약대로 시장 직속 여성정책 전담기구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대전시의 개편은 서울시의 여성정책 전담부서 축소 결정과 함께 지방자치단체장의 여성정책 의지를 의심케 한다”며 “이런 일련의 상황은 여성정책의 발전 역사를 되돌려놓는 퇴행적 조치”라고 지적했다.

신아령 기자arshi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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