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운동을 직업으로, 좋은가정 만들기를 운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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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부터 단체 실무자들의 치열한 활동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한다. 직함과 성별에 관계없이 양성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현장에서 뛰는 활동가들의 릴레이 인터뷰다. 그들의 삶과 활동에 투영된 여성문제를 짚어보고 함께 고민하며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그 첫 테이프는 한국여성단체연합 남윤인순 사무총장이 끊었다. <편집자 주>

“올해 저의 소망은 스스로를 성찰하고 안팎으로 소통을 잘 하는 것입니다.”

지난 8일 한국여성단체연합 총회를 마치고 바쁜 시간을 쪼개 인터뷰에 응한 남윤인순 사무총장(46)의 첫 일성이다.

그는 이번 총회를 통해 사무총장을 다시 맡게 됐다며 후배들이 행복한 마음으로 활동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남윤 총장은 지난 1989년부터 1993년까지 인천노동자회에서 일하면서 현장경험을 쌓았으며 여성연합에서 10년째 일하고 있는 여성운동가다. 야학활동을 하다 만난 남편 서주원씨는 현재 환경운동연합 운영처장을 맡고 있다. 천생연분 부부 활동가다.

“고등학교 1학년인 딸이 있는데 이 아이를 키우면서 ‘여성운동은 정말 해야 할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어요. 딸을 가진 부모의 심정이 곧 여성문제를 인식하는 것과 같다는 것을 새록새록 느끼고 있지요.”

그를 움직이는 동력은 노동현장에서 이중적으로 왜곡된 여성들의 삶에 대한 체험이다. 이들과 더불어 행복하고 싶은 마음이 그를 불철주야 이 바닥에 있게 하는 동인인 것이다.

남윤 총장은 “가정폭력방지법이 통과된 후 사무실로 전화가 왔는데 시장에서 장사 하시는 할머니가 ‘이런 법이 제정되기를 30년을 기다렸다’는 말을 했다”며 “상습적인 가정폭력에도 하소연 한 번 못하고 살다가 법으로 제정돼 ‘감개무량’하다는 말을 듣는 순간 그때까지 풀리지 않던 피곤이 한꺼번에 사라졌다”고 보람있던 기억을 떠올린다.

그는 제도가 바뀌어도 사람이 변하지 않으면 변화가 없다고 강조한다. 곁가지가 바뀌어도 뿌리가 변하지 않으면 소용없듯 사람들이 피폐해지면 조직이 건강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그는 “단체와 단체, 개인과 단체, 개인과 개인이 문제해결을 할 때 낙관적으로 대처하면 결국 옳은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의 꿈은 다양한 분야의 여성활동가들이 소통과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

남윤 총장은 “여성운동가들이 만드는 가정이 곧 대안적인 생활모델이 되도록 하는 것이 숙원사업”이라며 “서구에서 가정 모델을 만드는 것을 운동의 과정이라 여기고 공동체를 만들어 실천하고 있는 것처럼 양성평등한 가정을 보여주는 발판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법과 제도와의 싸움에 자신과 가정에 소홀하기 쉬운 여성운동가들이 운동을 안정된 직업으로, 좋은 가정과 조직을 만드는 ‘세포’가 되는 것을 운동으로 여길 수 있는 날이 그의 꿈이자 모든 여성의 꿈이 이뤄지는 날일 것이다.

남윤 총장은 ‘뛰어라 여성- 단체 실무자에게 듣는다’ 그 두번째 주자로 성폭력 관련단체에서 일하다 필리핀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현재 전북여성단체연합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금옥씨를 추천했다.

신아령 기자arshi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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