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 맥고완은 여성으로는 최초로 GQ가 선정하는 '2018 올해의 남자'를 수상하기도 했다.
로즈 맥고완은 여성으로는 최초로 GQ가 선정하는 '2018 올해의 남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로즈 맥고완 인스타그램 계정 

 

[인터뷰] 할리우드 ‘미투’ 이끈 배우 로즈 맥고완 

할리우드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에 대한 성폭행 폭로로 촉발된 미국의 미투(Metoo·나도 말한다) 운동이 1년을 맞았다. 미투 운동은 지난해 10월 5일 뉴욕타임스가 와인스타인의 십수년에 걸친 성폭력 의혹을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하비 와인스타인은 ‘시카고’ ‘킬빌’ 등을 만든 영화계 거물 제작자다.

배우 로즈 맥고완(Rose Mcgowan)은 지난해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피해를 처음 대중에 폭로하면서 거대한 미투 물결을 이끈 주인공 중 한 명이다. 뉴욕타임스의 첫 보도 직후 그는 트위터에 “이 아이가 바로 괴물에게 상처 입은, 당신의 침묵으로 인해 수치스러운 소녀다”라는 내용의 글과 함께 자신의 사진을 올렸다. 1997년 와인스타인의 성폭행 가해를 대중에게 폭로한 것이다.

그의 용기있는 ‘말하기’ 이후 전 세계 피해 여성들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았다. 불과 한 달도 안 돼 수백만 명이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서 자신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백했고 수많은 권력자들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미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번진 미투 물결은 한국 여성들에게도 용기를 불어넣었다. 유력 대선 후보로 거론되던 유명 정치인부터 문화예술계 거장까지 사회 각 분야의 권력자들이 옷을 벗었다.

로즈 맥고완
배우 로즈 맥고완이 자신이 이끄는 온라인 시민사회 모임인 '로즈아미(ROSE ARMY)'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당당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즈 맥고완 인스타그램 계정 

 

변화는 컸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이에 미투 운동 1년을 맞아 최초 폭로자인 로즈 맥고완과의 서면인터뷰를 통해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2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는 ‘SDF 2018’ 포럼 참석차 방한했다. 포럼에선 권력을 앞세운 폭력 앞에서 어떻게 목소리를 냈는지를 전할 예정이다.

1995년 블랙 코미디 영화 ‘둠 제너레이션’으로 데뷔한 맥고완은 이후 ‘스크림’ ‘조 브레이커’ ‘참드’ ‘엘비스’ ‘블랙달리아’ 등 다수의 영화와 TV 드라마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데뷔한지 20년이 넘어가는 해부턴 할리우드 내 만연한 성차별을 고발하는 ‘페미니스트’로서 활발히 활동하기 시작했다. 2015년 6월 ‘가슴골을 드러내는 몸에 딱 맞는 탱크톱 차림으로 와야 한다’는 내용의 영화사 캐스팅 노트를 공개 비난했고, 같은해 11월엔 관습적인 미의 기준에 저항하는 행위로 머리를 삭발했다. 현재는 다양한 여성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 온라인 시민단체 ‘로즈 아미’(Rose Army)를 이끄는 사회운동가로도 활약하고 있다.

10년 전 ‘미투’(#MeToo) 캠페인을 처음 시작했던 타라나 브룩(오른쪽)의 소개로 웨인스타인 성추행 첫 폭로자인 배우 로즈 맥고완이 등장하여 청중의 환호를 받았다. 여성 대회 개막식 중계 영상 캡처.
10년 전 미투(MeToo) 운동을 처음 시작했던 타라나 브룩(오른쪽)의 소개로 하비 와인스타인 성추행 첫 폭로자인 배우 로즈 맥고완이 등장해 청중의 환호를 받고 있다. ⓒ여성 대회 개막식 중계 영상 캡처 

 

- 피해자로서 가장 먼저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폭력 사실을 전 세계에 알렸다. 감정적으로 힘든 한 해였을 것 같다.

“언젠가는 (공개적으로) 말할 것이라는 것은 확신했지만, 사회에 알릴 알맞은 타이밍을 보고 있었다. 이제 말할 때가 됐다고 강한 확신을 가지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결정을 내렸지만, 그렇다고 결정이 쉬운 건 아니었다.”

- 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폭로 이후 자신에게 돌아올 사회적 편견과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들에게 어떤 용기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나.

“오직 당당하게 앞에 나서는 것만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물론 어려울 것이다. 주눅이 들고 무섭겠지만, 우리는 진실을 알고 있지 않나. 또 사람들은 이렇게 공개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지지해줘야 한다.”

- 당신으로부터 촉발된 미투 운동이 한국 사회에도 영향을 미쳤다.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던 남성 정치인부터 감독, 배우 등 다양한 가해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고 있다.

“한국의 뉴스들에 큰 관심이 있고, 계속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지금은 변화와 성장의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또 그것이 많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야만 성장할 수 있다. 사회는 감춰진 진실을 이야기할 때만 비로소 건강해질 수 있다.”

- 현재 한국에서 ‘페미니즘’은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다. 매주 거리에선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시위가 열리지만, 다른 한 쪽에선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도 심하다.

“우리는 이제 ‘평등’을 위해 싸울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남자들 또한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다. 모두가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다. 페미니즘은 여성들만의 것이 아니다. 만약 당신이 여성도 동등한 임금을 받고, 평등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믿는다면, 당신 또한 페미니스트다.”

- 지난해 한국의 한 여성 가수는 ‘페미니즘’ 관련 문구가 적힌 휴대폰 케이스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다. 한국의 여성 연예인들은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밝히기조차 힘든 환경이다.

“여성을 모욕하는 것은 전형적인 사회적 학대다. 나는 남자 배우들에게 그들의 여동생과 누나들을 위해 지지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모든 남자 배우들이 페미니스트 슬로건이 적힌 휴대폰 케이스를 들고 다닌다면, 세상은 바뀔 것이다. 그게 정말 멋진 일이 아닐까?”

- 최근 한국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선 ‘탈코르셋’ 열풍이 불고 있다. 삭발한 당신의 행동 또한 탈코르셋이라고 볼 수 있을까.

“내가 머리를 삭발한 것은 ‘탈코르셋’(corset-free movement)과 분명 관련 있는 행동이다. 나는 내가 ‘보여져야 하는’ 모습과 ‘되어야 하는’ 모습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머리를 자른 것은 내 인생을 되찾는 행동이다.”

- 트위터 등 SNS에서 ‘행동하는 여성이 되자’고 쓴 글을 봤다. 성평등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몇 세기 동안 이어져 온 성차별을 원상태로 돌리는 것은 어렵지만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지지해야 한다. 역사는 그들을 영웅으로 볼 것이다. 역사가 우리를 어떻게 볼지 질문해보자. 그리고 그 대답에 기초해 우리 행동을 바꿔나가야 한다.”

- 마지막으로 여성신문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것은 인권과 관련된 문제다. 우리는 학대로부터 자유로운 인생을 살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우리가 자유롭고 평등하다면 우리가 이룰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상상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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