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징용은 개인 배상 넘어
일본의 침략 전쟁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 행위라는 공감대 만들어야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대법원이 기념비적인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10월 30일 일본 전범 기업은 한국인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게 개별적으로 피해를 배상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은 피해자 4명에게 1억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손해 배상청구권은 소멸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위자료 청구권은 청구권 협정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청구권 협정은 불법 식민 지배에 대한 배상을 청구한 협상이 아니라 양국 간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 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며 “일본이 협상 과정에서도 식민 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피해 배상을 부인했기 때문에 위자료 청구권이 협정에 포함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를 토대로 대법원은 2003년 일본 최고 재판소가 자국 기업의 손을 들어 준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극히 당연한 판결이지만 대법원 선고가 나오기까지 무려 13년 8개월이란 긴 세월이 걸렸다. 더구나, 이미 2013년에 똑같은 결론이 났지만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와 상고법원 설치를 매개로 거래를 하면서 고의로 재판을 늦췄다는 의혹 때문에 5년 넘게 시간이 더 걸렸다. 참으로 분노할 만 일이다.

그동안 일본 전범기업 편에 서서 우리 사법부와 행정부를 쥐락펴락했던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의 행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014년에 전범기업 신일철주금의 변호인인 김앤장은 대법원에 낸 상고 이유서에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줄 경우 대외 신인도가 추락하고 외교 정책의 혼란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구나 김앤장은 대법원에 외교부 의견서를 빨리 받아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한 달 뒤에 외교부가 대법원에 보낸 공문이 김앤장의 상고 이유서와 일치했다. 갬앤장이 이런 상고서를 보낸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국내에서 진행되는 강제징용 소송 15건 가운데 10건을 대리하고 있다는 것도 충격적이다. 명예도 국익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돈만 되면 일본 전범기업 편에 서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김앤장의 행태는 국민의 비난을 받을 만하다.

일본 정부는 이번 배상 판결에 대해 한일 관계를 근본부터 뒤흔드는 것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국제법에 비춰 있을 수 없는 판단”이라고 했다. 고노 외상은 “일본 기업에 부당한 불이익을 끼쳐 한일 우호 관계의 법적 기반을 근본부터 흔드는 것”이라며 항의했다. 주일 한국 대사에게 “한국 정부가 국제법 위반 상태 시정을 포함한 적절한 조치를 즉시 강구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참으로 후안무치(厚顔無恥)한 행위다.

일본은 독일을 배워야 한다. 독일은 그동안 나치 정부 하에서 저지러진 만행에 대해 성실히 진상 규명을 했고, 진솔하게 사과했으며 배상했다. 가령, 독일 정부는 2000년 폴란드·체코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배상하기 위해 자국 기업들과 함께 8조원을 출연해 재단을 만들었다. 일본은 지금까지 “침략 전쟁을 한 적이 없다. 모든 배상은 끝났다. 일제 때 위안부(성 노예화) 정책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역사 왜곡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어떤 국가도 과거의 잘못에 대해 이를 인정하고 반성하며 배상해야 정상이다. 그런 면에서 일본은 정상적이지 못하다. 일본은 경제적으로 세계 최고일지는 모르지만 과거 잘못에 대한 반성이 없기 때문에 절대로 세계 일류 국가가 될 수 없다.

이번 판결은 일본 기업의 배상 갈등을 넘어 한·일 관계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의 지혜로운 대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국을 포함한 일제 식민지 피해 국가들과 전 방위적인 연대를 형성해야 한다. 위안부 문제는 인류 보편적 가치인 여성 인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강제 징용은 개인의 배상을 넘어 일본의 침략 전쟁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 행위라는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진실과 정의가 승리할 수 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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