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올해의 성평등문화상 문화예술특별상을 수상한 장애여성 극단 ‘춤추는 허리’의 서지원, 이진희씨가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8 올해의 성평등문화상 문화예술특별상을 수상한 장애여성 극단 ‘춤추는 허리’의 서지원, 이진희씨가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인터뷰] 문화예술특별상
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허리’

무대 위 경험은 또다른 동력  

일주일에 2~3번 이상 연습
다양한 장애 이슈 공부도 
춤추는허리는 공동체 같은 존재 

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 허리’는 장애여성이 겪어야 하는 현실을 이야기하기 위해 장애여성 스스로 모여 만든 극단이다. 2003년 창단해 장애여성의 성, 가족, 연애, 사회적 관계 등 다양한 주제로 공연을 창작하고 있다. 현재 극단 인원은 20명이 채 되지 않는다. 뇌병변 장애여성인 서지원 팀장이 연출 및 배우를 맡고 있고, 창단 멤버이자 기획자인 이진희 사무국장이 이들과 함께한다.

무엇보다 ‘춤추는 허리’가 단체로서 상을 받은 건 15년 만에 처음이다. 수상소감을 묻자 이들이 가장 먼저 꺼낸 말은 “기쁘고 뿌듯하다”였다. “우리 사회가 점점 약자, 소수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는 느낌이에요. 15년째 활동 중인데 이제야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는구나 싶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먼저 생각난 건 같이 활동하며 고생한 진희님이었어요. 2006년 장애인 활동 지원 시위에서 처음 만나 10년 넘게 동료로서 관계를 이어오고 있어요.”

이들은 예술영역의 주변인으로만 머물던 장애여성을 예술 생산의 주체, 연극 생산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위해 단원들이 귀 기울여 들은 것은 다름 아닌 서로의 이야기였다.

일주일에 2~3번 이상 회의실에 모여 연습을 하고, 때론 치열한 토론 과정도 거친다. 공연 자체를 장애여성 운동의 일환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다양한 장애 이슈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도 많이 갖는다. 조금 느리지만 서로 맞춰가는 지난한 과정은 15년간 춤추는 허리를 유지해온 비결이기도 하다.

“춤추는 허리는 공동체 같아요. 서로의 삶에 대해 가족보다 더 깊숙이 알고 있거든요. 같은 장애여성이지만 서로의 장애를 이해하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지체장애 여성들끼리도 언어 장애가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다를 수 있거든요.”

3년 전부턴 지적장애 여성 2명이 팀에 합류했다. 이들에겐 대본 암기가 다른 사람들보다 어렵게 다가올 수 있다. “그럴 땐 대사를 조정하다던가 그런 과정이 필요하죠. 서로의 장애나 삶, 일상을 모두 알아야 대본이나 무대 위에서 잘 표현이 되는 것 같아요.”

가장 최근에 이들이 선보인 ‘불만폭주 라디오’는 다양한 장애여성들의 사연을 접수하고 들려주는 라디오 컨셉으로 진행된다.

서른을 앞둔 발달장애인 영진이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 비장애 남성과 결혼해 가족을 이루고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성공한 장애여성’이라 불리는 현주의 하루, 극단 활동을 10년 넘게 해왔음에도 여전히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의심받는 배우 예슬의 복잡한 마음을 보여준다.

관객 앞에 서는 경험은 이들의 삶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다준다. “무대 위를 오르는 게 쉽지만은 않아요. 설레고 재밌지만, 때론 떨리기도 하죠. 하지만 무대 위에서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인정받는 경험과 관객들을 똑바로 응시한 기억들이 우리에게 또 다른 동력을 주는 것 같아요.”

춤추는 허리는 앞으로도 더 다양한 장애여성의 이야기를 전달할 예정이다. “현재 팀원들의 나이가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데, 우리의 나이 듦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장애가 더 심해지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선 아직 사회적 관심이 크지 않거든요. 연극이 완성되려면 또 우리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죠? 장애여성이 늙어가는 것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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