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주기 5·18민주화운동 전야행사가 '보아라 오월의 진실, 불어라 평화의 바람'을 주제로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거리에서 펼쳐진 가운데 당시 가두방송을 했다는 이유로 붙잡혀 고문을 받은 차명숙(왼쪽 두번째)씨 등 피해자들이 무대에 올라 증언을 하고 있다. 2018.05.17. 뉴시스,여성신문
38주기 5·18민주화운동 전야행사가 '보아라 오월의 진실, 불어라 평화의 바람'을 주제로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거리에서 펼쳐진 가운데 당시 가두방송을 했다는 이유로 붙잡혀 고문을 받은 차명숙(왼쪽 두번째)씨 등 피해자들이 무대에 올라 증언을 하고 있다. 2018.05.17. ⓒ 뉴시스,여성신문

 

여야 무관심 속 
진상조사위 방치

2차 피해 등 우려
신중하게 접근해야

5.18특별법 개정해
성폭력 조사 기반 마련도

5.18광주민주화운동(이하 5.18) 속에 묻혀있던 성폭력의 실체가 38년 만인 올해 가까스로 공론화됐지만, 진상규명위원회는 연내 출범조차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조사위원 명단에 여성은 1명에 불과해 성폭력 사건을 제대로 다룰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5월, 5.18광주민주화운동 38주년을 앞두고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인 김선옥씨가 ‘미투운동’의 대열에 동참했다. 김씨는 계엄사령부 수사관들에게 끌려가 약 두 달간 폭행과 고문을 당했고, 석방 전날 성폭행도 당했다고 증언했다. 전춘심도 유사한 피해 경험을 드러냈다. 그간 소문처럼 떠돌던 국가에 의한 성폭력이 세상에 드러난 순간이다.

성폭력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는 얘기가 봇물처럼 쏟아지면서 국회와 정부 차원에서도 대응에 나섰다.

국회에서는 성폭력 조사를 법제화하기 위해 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민주평화당 최경환 의원은 조사 범위에 성폭력을 포함하는 안, 더불어민주당은 김상희 의원은 나아가 진상조사위원회 내에 성폭력 사건을 담당하는 분과위원회를 두도록 하는 안을 각각 발의했다. 그러나 두 법안 모두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 차원에서는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이 꾸려졌다. 여성가족부와 국방부, 인권위원회는 6월 초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10월까지 활동하면서 총 17건의 성폭행 피해사례와 성추행, 성고문 등 여성인권침해행위를 다수 발견했다고 밝혔다. 성폭행의 경우 시민군이 조직화되기 전인 민주화운동 초기였던 5월 19일~21일 광주시내에서 대다수 발생했고, 피해자 나이는 10대~30대였으며, 직업은 학생, 주부, 생업 종사 등 다양했다. 조사단의 활동 내용은 국회가 구성한 진상규명위원회에 제공키로 했다.

정작 진상규명위원회는 출범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 2월 국회에서 통과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에 근거해 마련된 위원회는 5.18과 관련된 각종 의혹을 규명하는 역할을 맡는다. 일정대로라면 지난 4월 30일까지 각 정당이 조사위원 9명에 대한 추천을 마쳤어야 했지만 6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구성을 완료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당도 국방부가 요구한 시한을 넘겨 제출했고 자유한국당은 한명도 추천하지 않은 상태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5.18을 북한군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지만원씨를 추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다.

또 현재까지 6명이 추천됐으나 여성은 1명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의장이 추천한 5·18연구 전문가인 안종철씨 △민주당이 추천한 상임위원 송선태 전5.18기념재단 상임이사, 비상임위원 이윤정 전 광주시의원, 이성춘 송원대 교수, 민병로 전남대 교수 △바른미래당이 추천한 오승용 박사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38주기 5·18민주화운동 전야행사가 '보아라 오월의 진실, 불어라 평화의 바람'을 주제로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거리에서 펼쳐진 가운데 당시 가두방송을 했다는 이유로 붙잡혀 고문을 받은 차명숙(왼쪽 두번째)씨 등 피해자들이 무대에 올라 증언을 하고 있다. 2018.05.17. 뉴시스,여성신문
38주기 5·18민주화운동 전야행사가 '보아라 오월의 진실, 불어라 평화의 바람'을 주제로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거리에서 펼쳐진 가운데 당시 가두방송을 했다는 이유로 붙잡혀 고문을 받은 차명숙(왼쪽 두번째)씨 등 피해자들이 무대에 올라 증언을 하고 있다. 2018.05.17. ⓒ 뉴시스,여성신문

특히 진상규명위원회는 성폭력 사건을 다루어야 하는 만큼 여성의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피해자들에게 치유가 아닌 2차 피해를 줄 위험도 있다.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장세레나 상임대표는 “여성이 피해를 밝히는데 가족들의 반대부터 부딪쳐야 했던 상황에서 성폭력 피해를 밝히는 것은 ‘더 큰 피해’를 가져올 수 밖에 없는 또 다른 상처”이라면서 “특히 여성의 피해에 대해서는 2차 피해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5.18과 성폭력을 주제로 지난 9월 두 차례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는 최경환 민주평화당 의원은 “5.18당시 여성성폭력 사건 피해자 대부분은 아직까지 수치심과 치욕을 느끼며 피해사실을 숨기고 있다. 피해여성들이 피해상황을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만드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진상조사위에 여러 명의 여성위원들이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 의원은 “5.18성폭력피해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성차별적 사회구조에 관한 성찰과 여성주의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조사를 통해 적어도 가해자들의 진솔한 고백과 사과가 이뤄지고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받지 않고 국가폭력 생존자로 예우받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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